국토부, 붕괴사고 원인 조사결과 발표
2021년 정밀안전점검서 '보통' 판정…지자체 '저가 안전점검' 대책 마련키로
30년 경과 시설물 정밀안전진단 의무화
정자교, 손상콘크리트가 철근 못붙잡아 붕괴…알고도 관리 뒷전(종합)
2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4월 경기 성남시 정자교 붕괴 사고는 제설제와 수분이 오랜 기간 침투해 손상된 콘크리트가 철근을 고정하는 힘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에 앞서 이뤄진 교량 점검에서 보행로 끝부분이 아래로 처지는 현상과 포장 균열 등이 확인됐으나, 제대로 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 결과 관리주체(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소홀이 명확해지면, 정자교 붕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적용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정자교 붕괴 사고 원인 조사 결과와 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 콘크리트와 철근 부착력 상실이 직접적 원인
사고 원인 조사는 수사 기관과 별도로 국토부 산하 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 자체 사고조사위원회가 진행했다.

정자교는 한쪽 끝만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고 떠 있는 캔틸레버(cantilever·외팔보) 교량으로, 사람이 다니는 보행로만 이 공법으로 지어졌다.

캔틸레버 교량은 끝단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철근을 꽉 잡고 있어야 하는데, 콘크리트와 철근이 함께 부식되며 부착력이 떨어진 게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조사위가 정자교 콘크리트 코어를 채취해 실험한 결과, 도로부 콘크리트는 제설제와 동결융해로 손상돼 있었다.

동결융해는 콘크리트에 수분이 침투한 상태에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얼고, 영상으로 올라가면 녹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콘크리트가 손상되는 것을 뜻한다.

캔틸레버 보행로가 아래쪽으로 처치는 힘을 노후한 콘크리트가 이겨내지 못하고 부서져 버린 것이다.

철근도 부식된 상태였다.

정자교, 손상콘크리트가 철근 못붙잡아 붕괴…알고도 관리 뒷전(종합)
◇ 점검과정서 균열·끝단 처짐 확인
사고 전 교량 점검 과정에선 도로포장의 균열과 캔틸레버 끝단 처짐, 파손 등의 문제가 관측·보고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보수·보강 조치는 미흡했다.

이용강 사고조사위원장은 "콘크리트 내구성에 영향을 주는 제설제 사용에 대한 관리 규정과 육안으로 점검되지 않는 포장 아래 바닥판 콘크리트 방수층의 손상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전점검은 적절한 '경고등'을 울리지 못했다.

정자교는 지난해 하반기(8월 29일∼11월 26일) 정기점검에서 '양호' 판단을 받았다.

정기점검은 육안으로 하는 가장 기초적인 점검으로, 매년 두 차례 시행한다.

초급기술자 이상이면 점검을 수행할 수 있어 시설물 이상을 빠르게 판단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음파 측정기 등 장비를 사용해 2년마다 진행하는 정밀안전점검에선 2021년 'C등급'(보통)이 나왔다.

균열증가로 전면 재포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으나 별다른 후속 조치는 없었다.

김규철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정자교 관리주체(지자체)가 안전점검 용역을 저가 발주하고, 맡은 업체도 그 가격만큼만 하지 않았는지 의심이 된다"며 "안전점검 저가 발주 문제는 연구를 거쳐 추가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자교, 손상콘크리트가 철근 못붙잡아 붕괴…알고도 관리 뒷전(종합)
◇ 30년 지난 시설물에 정밀안전진단 의무화
국토부는 시설물안전법 개정을 추진해 관리주체가 교량을 지속적으로 보수·보강을 하도록 상시 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시설물 관리를 위한 인력·재원을 확보하도록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놓았다.

상시 관리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보수·보강을 하지 않으면 지금은 2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이를 2년 이하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종뿐 아니라 2·3종 시설물도 30년이 지나면 가장 높은 수준의 시설물 점검인 '정밀안전진단'을 하기로 했다.

정자교는 1993년 6월 준공해 만 30년 된 다리다.

이덕근 국토안전관리원 시설안전관리단장은 "정자교 붕괴 이전 비슷한 손상이 야탑 10교에 있었는데, 같은 캔틸레버 방식 교량이니 그때 정자교를 점검하고 보수했다면 적절했을 것"이라며 "정밀안전진단은 보수·보강안을 필수적으로 제시하게 돼 있기에 이를 통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대 결함이 있거나 D·E등급을 받은 시설물을 조속히 보수하도록 보수·보강 완료 기한을 지금의 최대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

안전 등급 산정 기준을 강화하고 공공 시설물에는 관리자·점검 일시·안전등급 등 안전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를 부착한다.

지자체별 시설물 안전평가 결과는 매년 공표하도록 했다.

정자교 붕괴 사고에 대해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자 형사 처벌과 관련 업체 행정 처분이 이뤄진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성남시 분당구청 교량 관리 부서 전현직 직원 10명을,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 관리에 관한 특별법 위반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교량 점검업체 5곳 직원 9명을 입건한 상태다.

수사에서 지자체 관리 소홀이 확인되면 정자교 붕괴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적용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