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 되기에 대한 고찰…영화 '더 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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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자식이 되기 어려울까, 좋은 부모가 되기 어려울까.
부모가 돼본 대다수의 사람은 후자가 더 어렵다고 답할 듯하다.
단지 부모가 자식 앞에서 한없이 약자가 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식은 부모에게 삶을 요구한 적이 없다.
그래서 좋은 자식까지 될 의무도 없다.
부모가 자식을 탓할 때, 누가 낳아달라고 한 적이 있느냐고 자식이 당당히 따져 물을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면 자식에게 마음대로 죽을 권리도 있는 걸까.
부모가 선사한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말이다.
플로리앙 젤레르 감독의 영화 '더 썬'(The Son)에도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두 남녀와 불행한 자식이 나온다.
피터(휴 잭맨 분)와 전처 케이트(로라 던), 아들 니콜라스(젠 맥그라스)다.
젤레르 감독이 직접 쓴 연극을 바탕으로 연출한 이 영화는 제목과는 달리 아들이 아닌 아버지에 초점을 맞췄다.
우울증을 앓는 아들을 예전 모습으로 돌리려 애쓰는 피터를 보여주면서 과연 좋은 부모는 어떤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전남편 피터의 집으로 찾아온 케이트가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털어놓으면서 본격 시작된다.
케이트는 이제 니콜라스가 무섭기까지 하다며 그를 맡아줄 것을 피터에게 부탁한다.
성공한 변호사인 피터는 실패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첫 번째 결혼 생활은 처참히 실패했다.
케이트와는 몇 년 내내 싸웠고 스무살은 어린 베스(버네사 커비)와 바람까지 났다.
피터는 결국 케이트와 이혼하고 베스와 재혼한다.
그 사이에서 또 다른 아들 테오도 얻는다.
그 죄책감 탓인지 피터는 니콜라스를 데려와 자기 집에서 함께 살기로 한다.
속을 알 수 없는 니콜라스 때문에 이 집에는 내내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린 램지 감독의 영화 '케빈에 대하여'(2012)처럼 혹시 니콜라스가 사이코패스는 아닐지, 연약한 베스와 테오를 해치는 건 아닐지 조바심이 들게 한다.
하지만 니콜라스가 해하는 사람은 타인이 아닌 자신이다.
매트리스 밑에 숨겨 놓은 칼은 니콜라스가 자기 팔에 끝없이 상처를 내는 데 쓰인다.
그는 학교조차 가지 않고 아버지에게 내내 거짓말로 일관한다.
피터는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딱 한 번 폭발한다.
아들이 자해했을 때도,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아니다.
자기가 이상해진 것은 모두 다 아빠 때문이라는 피터의 원망을 들었을 때다.
아빠가 나와 엄마를 쓰레기처럼 버리지 않았냐고 니콜라스는 따져 묻는다.
피터도 할 말은 있다.
그는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지 않느냐'는 식으로 항변한다.
나도 내 삶이 있지 않으냐는 거다.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부모는 자기 행복은 기꺼이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이 간극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이냐고 영화는 묻는다.
'더 썬'은 이 외에도 많은 화두를 던진다.
그 과정이 다소 투박하고, 감정도 과잉돼 있기는 하다.
전작 '더 파더'(2020)로 오스카 2관왕을 거머쥔 젤레르 감독의 차기작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일 수 있다.
그런데도 부모 자식 관계에 대한 고찰을 담은 문학적인 전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젤레르 감독에게 배역을 달라며 편지까지 썼다는 휴 잭맨은 역대 그의 커리어 중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특별출연으로 등장한 앤서니 홉킨스를 비롯해 로라 던, 버네사 커비, 젠 맥그라스까지 한 편의 연극을 위해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 같은 호연을 펼친다.
7월 19일 개봉. 122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
부모가 돼본 대다수의 사람은 후자가 더 어렵다고 답할 듯하다.
단지 부모가 자식 앞에서 한없이 약자가 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식은 부모에게 삶을 요구한 적이 없다.
그래서 좋은 자식까지 될 의무도 없다.
부모가 자식을 탓할 때, 누가 낳아달라고 한 적이 있느냐고 자식이 당당히 따져 물을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면 자식에게 마음대로 죽을 권리도 있는 걸까.
부모가 선사한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말이다.
플로리앙 젤레르 감독의 영화 '더 썬'(The Son)에도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두 남녀와 불행한 자식이 나온다.
피터(휴 잭맨 분)와 전처 케이트(로라 던), 아들 니콜라스(젠 맥그라스)다.
젤레르 감독이 직접 쓴 연극을 바탕으로 연출한 이 영화는 제목과는 달리 아들이 아닌 아버지에 초점을 맞췄다.
우울증을 앓는 아들을 예전 모습으로 돌리려 애쓰는 피터를 보여주면서 과연 좋은 부모는 어떤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전남편 피터의 집으로 찾아온 케이트가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털어놓으면서 본격 시작된다.
케이트는 이제 니콜라스가 무섭기까지 하다며 그를 맡아줄 것을 피터에게 부탁한다.
성공한 변호사인 피터는 실패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첫 번째 결혼 생활은 처참히 실패했다.
케이트와는 몇 년 내내 싸웠고 스무살은 어린 베스(버네사 커비)와 바람까지 났다.
피터는 결국 케이트와 이혼하고 베스와 재혼한다.
그 사이에서 또 다른 아들 테오도 얻는다.
그 죄책감 탓인지 피터는 니콜라스를 데려와 자기 집에서 함께 살기로 한다.
속을 알 수 없는 니콜라스 때문에 이 집에는 내내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린 램지 감독의 영화 '케빈에 대하여'(2012)처럼 혹시 니콜라스가 사이코패스는 아닐지, 연약한 베스와 테오를 해치는 건 아닐지 조바심이 들게 한다.
하지만 니콜라스가 해하는 사람은 타인이 아닌 자신이다.
매트리스 밑에 숨겨 놓은 칼은 니콜라스가 자기 팔에 끝없이 상처를 내는 데 쓰인다.
그는 학교조차 가지 않고 아버지에게 내내 거짓말로 일관한다.
피터는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딱 한 번 폭발한다.
아들이 자해했을 때도,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아니다.
자기가 이상해진 것은 모두 다 아빠 때문이라는 피터의 원망을 들었을 때다.
아빠가 나와 엄마를 쓰레기처럼 버리지 않았냐고 니콜라스는 따져 묻는다.
피터도 할 말은 있다.
그는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지 않느냐'는 식으로 항변한다.
나도 내 삶이 있지 않으냐는 거다.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부모는 자기 행복은 기꺼이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이 간극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이냐고 영화는 묻는다.
'더 썬'은 이 외에도 많은 화두를 던진다.
그 과정이 다소 투박하고, 감정도 과잉돼 있기는 하다.
전작 '더 파더'(2020)로 오스카 2관왕을 거머쥔 젤레르 감독의 차기작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일 수 있다.
그런데도 부모 자식 관계에 대한 고찰을 담은 문학적인 전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젤레르 감독에게 배역을 달라며 편지까지 썼다는 휴 잭맨은 역대 그의 커리어 중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특별출연으로 등장한 앤서니 홉킨스를 비롯해 로라 던, 버네사 커비, 젠 맥그라스까지 한 편의 연극을 위해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 같은 호연을 펼친다.
7월 19일 개봉. 122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