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직원 산재처리 됐는데…위자료 3억 더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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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처리에도 수억 추가 소송 거는 유족들 급증
“근로자 보호할 의무 위반했다” 근거 내세워
법원 "상급자가 술 강요하는 등 과실 있고, 예측 가능한 사고여야 인정"
하지만 유족들이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때가 있다. 이미 일종의 '보험'인 산재보험으로 조치했음에도 추가 소송이 걸리면 회사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현실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가장을 잃은 한 유족이 산재 처리를 받았음에도 회사를 상대로 3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지급해 달라는 별도 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있었다.
이후 거래처 사람들과 오후 6시부터 음주가 포함된 1차 회식을 가졌고, 이후 인천의 한 노래주점에서 2차 회식을 가졌다.
그런데 2차 회식 도중 말없이 나간 A씨는 만취 상대로 노래주점이 있는 건물의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 가는 내리막길에 누워 있었고, 결국 그날 밤 23시 15분경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깔려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유족들은 회사를 상대로 위자료로 3억1000만원가량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사망한 고인의 위자료 3700만원, 배우자의 위자료 2000만원, 미성년자 자식 2명의 위자료 각 1억3000만원을 달라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
유족들은 "사업주가 자신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직원의 회식 종료와 안전한 귀가 과정을 살피는 등 직원의 생명·신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런 손해배상 청구는 근로자를 사용한 업체는 물론 파견 업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인사담당자들은 늘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5월, 근무 중 산재 사고가 발생해 파견 근로자가 사망했다면, 파견업체에도 3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원이 '근로계약'에는 근로자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의무가 포함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만약에 이 보호 의무를 위반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물질적, 재산적 손해는 산재 보험금으로 인해 어느 정도 커버가 되므로, 유족들은 정신적 위자료를 회사나 가해자를 상대로 청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 언제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할까. 대법원은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려면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음이 예측되는 경우라야 한다"며 "예측 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서울남부지방법원(단독 판사 조국인)은 지난달 14일 "고인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는 2차에 걸쳐 진행된 회식 자리에서 스스로 술을 마셨고 대표가 음주를 권유하거나 강요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식 진행 중 별다른 말 없이 노래 주점 건물의 밖으로 나가 사고를 당한 점을 보면, 대표 등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사용자로서는 업무는 물론 회식, 체육대회 등과 같은 행사에서도 보호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업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의 예방과 교육에 최선을 다한 것을 전제로 근로자의 일탈 행동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른 법률 전문가는 "사업주가 지는 근로자 보호 의무, 즉 안전배려의무는 소극적으로 위험 사항을 직원들에게 고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잘못된 작업방식이 발견되면 즉각 수정하고, 사고 발생 위험이 적은 작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도 연결되는만큼, 이런 조치를 사전에 다해놓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근로자 보호할 의무 위반했다” 근거 내세워
법원 "상급자가 술 강요하는 등 과실 있고, 예측 가능한 사고여야 인정"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종종 벌어진다. 이 경우 기업은 산재 처리와 위로금 전달 등으로 사안을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족들이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때가 있다. 이미 일종의 '보험'인 산재보험으로 조치했음에도 추가 소송이 걸리면 회사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현실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가장을 잃은 한 유족이 산재 처리를 받았음에도 회사를 상대로 3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지급해 달라는 별도 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있었다.
거래처 회식 중 사망, 산재 해줬는데 … 유족 "위자료 달라"
IT회사 솔루션개발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22년 5월 대표이사와 함께 거래처에 업무성과를 보고하기 위한 회의에 참석했다.이후 거래처 사람들과 오후 6시부터 음주가 포함된 1차 회식을 가졌고, 이후 인천의 한 노래주점에서 2차 회식을 가졌다.
그런데 2차 회식 도중 말없이 나간 A씨는 만취 상대로 노래주점이 있는 건물의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 가는 내리막길에 누워 있었고, 결국 그날 밤 23시 15분경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깔려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유족들은 회사를 상대로 위자료로 3억1000만원가량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사망한 고인의 위자료 3700만원, 배우자의 위자료 2000만원, 미성년자 자식 2명의 위자료 각 1억3000만원을 달라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
유족들은 "사업주가 자신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직원의 회식 종료와 안전한 귀가 과정을 살피는 등 직원의 생명·신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법원 "사업주에 근로자 보호 의무 있어" … 다만 예측 가능한 사고여야 배상
실제로 유족들이 회사나 가해자를 대상으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내는 일이 적지 않다.이런 손해배상 청구는 근로자를 사용한 업체는 물론 파견 업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인사담당자들은 늘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5월, 근무 중 산재 사고가 발생해 파견 근로자가 사망했다면, 파견업체에도 3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원이 '근로계약'에는 근로자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의무가 포함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만약에 이 보호 의무를 위반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물질적, 재산적 손해는 산재 보험금으로 인해 어느 정도 커버가 되므로, 유족들은 정신적 위자료를 회사나 가해자를 상대로 청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 언제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할까. 대법원은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려면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음이 예측되는 경우라야 한다"며 "예측 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서울남부지방법원(단독 판사 조국인)은 지난달 14일 "고인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는 2차에 걸쳐 진행된 회식 자리에서 스스로 술을 마셨고 대표가 음주를 권유하거나 강요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식 진행 중 별다른 말 없이 노래 주점 건물의 밖으로 나가 사고를 당한 점을 보면, 대표 등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사용자로서는 업무는 물론 회식, 체육대회 등과 같은 행사에서도 보호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업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의 예방과 교육에 최선을 다한 것을 전제로 근로자의 일탈 행동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른 법률 전문가는 "사업주가 지는 근로자 보호 의무, 즉 안전배려의무는 소극적으로 위험 사항을 직원들에게 고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잘못된 작업방식이 발견되면 즉각 수정하고, 사고 발생 위험이 적은 작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도 연결되는만큼, 이런 조치를 사전에 다해놓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