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OECD 최하위 수준 과학기술 국제협력 왜?…법도 문화도 '미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근 과학기술 분야 국제협력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과학기술 국제협력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8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간한 2022년 국가 과학기술 혁신역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국가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 순위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5위로 나타났지만, 국제협력은 34위에 불과했다.
한국의 과학기술 국제협력은 계속해 지표가 나빠지고 있지만, 이를 지원할 법 제도가 미비하고 국제협력을 꺼리는 연구자 풍토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제공동 과제비율 0.39%까지 추락…국내외 연구개발 예산 이동도 미미해
국제협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통계로도 드러난다.
국제공동연구 지표가 되는 국제공동·위탁 연구개발과제 수는 2017년 623건에서 2021년 291건으로 반토막 났다.
이 기간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는 6만1천280건에서 7만4천745개로 오히려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그러면서 전체 과제의 1% 수준을 유지하던 국제공동 과제 비율도 0.39%까지 떨어졌다.
국제협력 지표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OECD 국가 대비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 역량을 분석하는 KISTEP 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에서 한국은 2018년 7위에서 2022년 5위로 올라왔다.
반면 이 기간 국제협력 순위는 26위에서 34위로 크게 떨어졌다.
특히 세부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 투자와 외국인 투자 비중이 이 기간 15위에서 24위까지 떨어진 영향이 컸다고 KISTEP은 설명했다.
이는 한국의 연구개발 예산이 해외로 투입되거나, 반대로 해외 연구예산이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 모두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 과기 국제협력 근거 여러 법률에 산재…혁신법이 협력 위축 지적도
최근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이를 전혀 뒷받침하지 못한단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0월 현안 분석보고서를 통해 과학기술 국제협력에 관한 규정이 여러 법률에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국제협력에 관한 내용은 과학기술기본법·국가연구개발혁신법·협동연구개발촉진법·기술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 등에 일부씩 담겼고, 정부가 세우는 국제협력 계획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2021년 시행된 혁신법이 국제협력을 위축시킨다는 분석도 내놨다.
혁신법은 연구과제 기관 범위를 국내 기관으로 한정하고, 기존 법에 있던 국제공동연구 정의도 따로 두지 않은 데다 국제공동연구에 적용하던 예외 규정도 거의 두지 않았다.
이에 혁신법이 나온 이후인 2021년 국제공동연구 건수가 291건으로 전년 534건 대비 급격하게 떨어지게 됐다고 입법조사처는 분석했다.
이처럼 관련법이 미비하다 보니 별다른 국제협력 사업이 마련되지도 않아 국제협력 기회 자체가 연구자들에게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는 "출연연에서도 10억 원 이상 국제협력 예산이 있는 기관이 없을 정도"라며 "기관들의 예산도 다 네트워킹 수준에 머문다"고 말했다.
◇ 국내 과학자들도 국제협력 소극적…유출로 보는 시각도
법 제도의 부재 가운데 한국 과학자들 사이 국제협력 사업에 소극적인 풍토가 굳어졌단 분석도 나온다.
국제협력을 진행하려면 외국인 연구자에게 국내 R&D 환경에 대해 이해시켜야 하는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품이 드는 데다, 연구한다고 해서 별다른 인센티브도 없는 만큼 굳이 협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구개발 불확실성을 줄이려 국내 연구진 중심 연구를 선호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외와의 협력을 시너지 효과가 아닌 기술 유출이나 인재 유출로 보는 시각도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 연구자는 "교수들이 해외에 한 번 학생을 보내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교류를 꺼린단 말도 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우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한국 연구자들은 해외와 공동 연구를 하는 쪽으로 잘 움직이지 않는 경향이 크다"며 "앞으로 양자와 같은 전문가 풀이 너무 적은 분야는 국제적 협조가 필수인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국제협력용 연구개발 플랫폼 구축 등을 대책으로 내세우며 국제협력 예산 규모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3일 취임사에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리 과학기술 인재가 논쟁하고 연구할 수 있는 연구개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 연구기관과 함께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우리의 신진 연구자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8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간한 2022년 국가 과학기술 혁신역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국가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 순위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5위로 나타났지만, 국제협력은 34위에 불과했다.
한국의 과학기술 국제협력은 계속해 지표가 나빠지고 있지만, 이를 지원할 법 제도가 미비하고 국제협력을 꺼리는 연구자 풍토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제공동 과제비율 0.39%까지 추락…국내외 연구개발 예산 이동도 미미해
국제협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통계로도 드러난다.
국제공동연구 지표가 되는 국제공동·위탁 연구개발과제 수는 2017년 623건에서 2021년 291건으로 반토막 났다.
이 기간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는 6만1천280건에서 7만4천745개로 오히려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그러면서 전체 과제의 1% 수준을 유지하던 국제공동 과제 비율도 0.39%까지 떨어졌다.
국제협력 지표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OECD 국가 대비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 역량을 분석하는 KISTEP 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에서 한국은 2018년 7위에서 2022년 5위로 올라왔다.
반면 이 기간 국제협력 순위는 26위에서 34위로 크게 떨어졌다.
특히 세부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 투자와 외국인 투자 비중이 이 기간 15위에서 24위까지 떨어진 영향이 컸다고 KISTEP은 설명했다.
이는 한국의 연구개발 예산이 해외로 투입되거나, 반대로 해외 연구예산이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 모두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 과기 국제협력 근거 여러 법률에 산재…혁신법이 협력 위축 지적도
최근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이를 전혀 뒷받침하지 못한단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0월 현안 분석보고서를 통해 과학기술 국제협력에 관한 규정이 여러 법률에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국제협력에 관한 내용은 과학기술기본법·국가연구개발혁신법·협동연구개발촉진법·기술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 등에 일부씩 담겼고, 정부가 세우는 국제협력 계획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2021년 시행된 혁신법이 국제협력을 위축시킨다는 분석도 내놨다.
혁신법은 연구과제 기관 범위를 국내 기관으로 한정하고, 기존 법에 있던 국제공동연구 정의도 따로 두지 않은 데다 국제공동연구에 적용하던 예외 규정도 거의 두지 않았다.
이에 혁신법이 나온 이후인 2021년 국제공동연구 건수가 291건으로 전년 534건 대비 급격하게 떨어지게 됐다고 입법조사처는 분석했다.
이처럼 관련법이 미비하다 보니 별다른 국제협력 사업이 마련되지도 않아 국제협력 기회 자체가 연구자들에게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는 "출연연에서도 10억 원 이상 국제협력 예산이 있는 기관이 없을 정도"라며 "기관들의 예산도 다 네트워킹 수준에 머문다"고 말했다.
◇ 국내 과학자들도 국제협력 소극적…유출로 보는 시각도
법 제도의 부재 가운데 한국 과학자들 사이 국제협력 사업에 소극적인 풍토가 굳어졌단 분석도 나온다.
국제협력을 진행하려면 외국인 연구자에게 국내 R&D 환경에 대해 이해시켜야 하는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품이 드는 데다, 연구한다고 해서 별다른 인센티브도 없는 만큼 굳이 협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구개발 불확실성을 줄이려 국내 연구진 중심 연구를 선호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외와의 협력을 시너지 효과가 아닌 기술 유출이나 인재 유출로 보는 시각도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 연구자는 "교수들이 해외에 한 번 학생을 보내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교류를 꺼린단 말도 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우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한국 연구자들은 해외와 공동 연구를 하는 쪽으로 잘 움직이지 않는 경향이 크다"며 "앞으로 양자와 같은 전문가 풀이 너무 적은 분야는 국제적 협조가 필수인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국제협력용 연구개발 플랫폼 구축 등을 대책으로 내세우며 국제협력 예산 규모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3일 취임사에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리 과학기술 인재가 논쟁하고 연구할 수 있는 연구개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 연구기관과 함께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우리의 신진 연구자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