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택시 '쩐의 전쟁' 서막…'제2의 테슬라'를 위한 조건은 [긱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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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UAM 스타트업, 상장사 지원·SPAC 상장으로 '우뚝'
'700만 분의 1' 사고 확률 낮춰야 생존…기술 격차는 3년↑
대기업發 돈줄 막힌 토종들…투자 낙수효과·美 직상장 해법
자본시장에선 UAM 분야에서 몸집을 키운 이들을 AAM이란 키워드로 표현하기도 한다. UAM을 넘어 지역 간 항공교통(RAM)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사업 범위를 도심에 한정짓지 않겠다는 청사진이 담긴다.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조비에비에이션처럼 글로벌에선 독일의 릴리움·볼로콥터나 미국의 위스크 등이 이 분야에서 사세를 넓히고 있다. 업체들은 SK텔레콤의 지분 인수처럼 상장사와 피를 섞거나, 증시 상장 후 업무협약(MOU) 체결로 합작 투자에 나서는 등 우군을 형성하는 단계까지 성숙했다. 정부의 인허가 빗장이 풀려가는 가운데 하늘을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조 단위 자본 투자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당시 사유는 “장기적 전망에 대한 낙관성” 때문이었다. 반대급부로 자본시장에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만든 기업가치’란 평가까지 나왔다. 글로벌 상용화 사례가 없는 채로 주가는 꾸준히 상승해왔기에 지난 3월에도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이치뱅크에선 조비에비에이션 주식에 대해 매도(sell)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비에비에이션은 기체 완성도를 내세우며 주가를 방어해왔고, 결국 FAA 인증까지 따내 1차 논란을 불식시켰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됐던 가운데서도 몸집을 키워 생존을 도모했던 셈이다.
조비에비에이션의 경쟁사로 꼽히는 곳들은 대부분 비슷한 지적을 받으며 성장해왔고, 마찬가지로 각자의 특징을 통해 기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선전하며 투자금을 끌어왔다. 우회상장의 일종인 SPAC을 추진한 점도 모두 같다. 독일의 볼로콥터는 2011년 탄생했는데, 움직임을 최소화한 여러 개의 로터(회전익)이 마치 헬리콥터와 같은 형체를 이룬다. 2~4인승으로 탑승인원도 줄여 초도 비행에 성공했고, 덕분에 내년 파리올림픽에서 상용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볼로콥터 역시 SPAC을 통한 상장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전력이 있다. 다만 독일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국내선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릴리움의 상용화 목표는 2025년이다. 2015년 탄생한 이 회사는 추진기관인 ‘덕티드 팬’과 고정익의 조합으로 속력을 내는데, 순항 속도가 280㎞/h로 조비에비에이션(322㎞/h)을 제외하면 가장 빠르다. 2020년 시제품의 배터리 모듈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악재를 겪었지만, 텐센트 등이 2억4000만달러(3130억원)을 투자했고 이듬해 SPAC을 통해 미국 나스닥시장에도 입성했다. 2021년 SPAC 상장에 성공한 아처에비에이션은 지프, 크라이슬러 등을 보유한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생산 협력 구도를 짰다. 스텔란티스는 이 회사에 연초 2년 동안 최대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처 기체의 순항 속도는 241㎞/h로, 이미 양산 설계에 돌입한 상태다. 2016년 창업돼 5년 만에 증시에 입성한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선 카카오모빌리티·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 협력하고 있다.
시장 전면에 대두된 약 10개 업체들은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상용화 시점이 대부분 동일하다. 불확실한 신산업의 특성상 스타트업이 주를 이뤘지만, 상당수가 이미 상장했거나 대기업을 우군으로 얻은 형태로 자리 잡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eVOTL 기체는 애초에 수직이착륙이 가능해야 한다는 시점에서 비행기를 새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는데, 기술력을 갖추고 브랜드 하나를 새로 상용화하는데 드는 비용은 당연히 조단위가 훌쩍 넘는다”고 전했다. 때문에 벨 헬리콥터, 에어버스 등 기성 상장사들이 본사나 자회사를 통해 UAM 사업을 전개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업체들을 하나의 항공기 제조사로 본다면, 기술 개발의 마지막 관문은 결국 안전성이다. 좁은 도심지에서 날개를 아래위로 꺾고, 배터리 능력을 확보해 장거리 주행 능력을 구현하는 행위는 기동성을 넘어 이용자의 신뢰를 심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안전성에 대한 고민은 업계 전반을 누르고 있다.
최한림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관건은 우리 사회가 UAM에 요구하는 신뢰도가 굉장히 높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UAM을 둘러싼 사고 확률이 자동차와 같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산업군 안착이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비행기 정도의 신뢰도가 요구된다면 사용부터 당국 인허가까지 험로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 조사에 따르면 비행기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할 확률은 700만 분의 1에 불과하다.
최 교수는 “현재 비행기의 인증 기준도 드릴에 구멍 하나 뚫는 것도 허가가 필요할 정도로 고도화됐다”며 “국제적 기준이 되는 미국 FAA가 요구하는 인증 기준이 해마다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특히 엔진이 꺼져도 활공으로 착륙할 정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점을 주목할 만한데, 이 경우 회전익 중심 기체들은 통과가 까다로워진다. 전진 비행력이 좋은 고정익 기반 기기들 역시 추진 방향을 수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어떤 형태로든 비행기보다 제작이 어려운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조 단위 자본은 필연적이었던 셈이다.
한국에 주목받는 UAM 스타트업이 없었던 것도 이유지만, 국내 시장 개화 가능성을 좁게 보는 시각도 한몫했다. 국토교통부가 한국형도심항공요통 실증사업(K-UAM 그랜드챌린지)을 선포하며 동력을 끌어올리는 가운데서도, 업계 일각에선 “서울에 UAM이 뜬다면, 한강물을 따라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기체 감항 인증이나 조종 자격 기준도 없지만, 소수의 상용화 시범노선 이외의 비행 금지 공역을 열어주는 것을 지난한 작업으로 보는 관측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선 UAM 단계를 준도심(1단계), 한강(2단계), 도심지(3단계)로 나눈다. 특히 인구 밀집도가 높은 3단계 하늘길이 확장하려면 재차 안전성 증명이 요구될 전망인데, 주요국과의 기술 격차가 국내에서 사업을 희망하는 업체들이 이겨내야 할 과제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UAM 기술 수준은 글로벌 대비 평균 2~3년 뒤처지고 있다. 특히 기체구조(3년), UAM 통합 교통관리(3.6년) 등이 시급하다.
국내 스타트업은 기술 격차 메우기를 자신하고 있다. 스타트업 디스이즈엔지니어링(TIE)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AAM 비행체 ‘시프트 컴슨’의 제원을 공개했다. 최고 속도 330㎞/h, 비행거리 280㎞ 상당의 5인승 기체로, 올해 안에 시범 비행을 실시하겠다는 목표다. 특징은 전 방향으로 기체 회전이 가능한 ‘STAC’ 시스템을 내세웠다. 홍유정 TIE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시프트 컴슨은 전 세계 많은 회사들이 지닌 부족한 요소를 해소했다”며 “TIE의 AAM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2021년 현대차 UAM 사업부 출신을 주축으로 창업된 플라나는 최대 속도 350㎞/h 기체를 구현한다는 포부다. 2025년 시험비행을 거쳐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3m 길이의 축소기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때문에 UAM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한 일부 VC의 경우, 증권사를 상대로 기체 주행거리를 마일스톤(분기점) 삼아 빠르게 기업공개(IPO)를 시켜줘야 한다는 설파까지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사들 일부가 국내 시장 가능성을 좁게 보는 것은 업체 입장에서도 고민거리다. TIE는 아예 피어(경쟁)그룹을 글로벌 업체들로 잡고, 미국 직상장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 스타트업의 생존 해법은 3가지로 좁혀지는 상황이다. 첫째는 글로벌 성공 사례의 출현이다. 과거 스페이스X의 등장으로 발사체 스타트업들이 투자의 낙수효과를 누렸던 것처럼, 불확실한 시장을 증명해 줄 업체의 등장이 나머지 스타트업의 자본 유치 판도에도 영향을 준다는 예측이다. 두 번째는 아직 경쟁 상태에 놓인 시장에서 혁신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외 상장에 성공하는 형태다. 좁은 시장규모를 대상으로 작은 자본을 모으지 말고, 목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다만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우주로 가는 순간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는 발사체 시장과는 달리 UAM의 안전성은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또다시 자금을 소진할 것”이라며 “이미 FAA 인증을 따내고 있는 해외 업체와 경쟁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방안은 정부의 전향적 지원이 언급된다. 국내서도 UAM 기체를 제조할 수 있는 토종 업체를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 일치가 이뤄져, 전폭적인 자금과 정책 지원이 이루어지는 경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K-UAM 그랜드챌린지 1단계 사업자 12개 컨소시엄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가운데, 2025년 수도권에서 2단계 실증을 목표로 내걸었다. 다만 항공 3법을 준용해 안전 규칙을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국회선 UAM 실증 사업을 허용하는 특별법이 지난 13일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소위에서 통과된 상태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700만 분의 1' 사고 확률 낮춰야 생존…기술 격차는 3년↑
대기업發 돈줄 막힌 토종들…투자 낙수효과·美 직상장 해법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에어택시’가 산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년 뒤 서울 도심 하늘을 가를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옵니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두고 기대가 가득하지만, 보이지 않는 선결 조건이 뚜렷합니다. 기체 상용화까지 소모되는 비용이 조 단위를 넘어선다는 점, 그리고 안전 관련 문제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생태계가 넘어서야 할 대표적 과제입니다. 한경 긱스(Geeks)가 해외 대형 도심항공교통(UAM) 업체 성장경로를 분석해 토종 스타트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아봅니다.지난달 29일 SK텔레콤은 미국의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제조사 조비에비에이션에 1억달러(13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전날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인증서를 받아 시제품 비행 테스트를 허가받았다. 주가는 곧장 40% 넘게 뛰어, 이달 약 8조4000억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유지하고 있다. 조비에비에이션은 앞서 ‘UAM계의 테슬라’라는 별칭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온 업체다. SK텔레콤은 이 회사 지분 2%를 확보해 정부가 추진하는 UAM 실증 사업에 적극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자본시장에선 UAM 분야에서 몸집을 키운 이들을 AAM이란 키워드로 표현하기도 한다. UAM을 넘어 지역 간 항공교통(RAM)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사업 범위를 도심에 한정짓지 않겠다는 청사진이 담긴다.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조비에비에이션처럼 글로벌에선 독일의 릴리움·볼로콥터나 미국의 위스크 등이 이 분야에서 사세를 넓히고 있다. 업체들은 SK텔레콤의 지분 인수처럼 상장사와 피를 섞거나, 증시 상장 후 업무협약(MOU) 체결로 합작 투자에 나서는 등 우군을 형성하는 단계까지 성숙했다. 정부의 인허가 빗장이 풀려가는 가운데 하늘을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조 단위 자본 투자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10년을 버텼다…증시 입성한 美·獨 스타트업
글로벌 1위 업체로 꼽히는 조비에비에이션은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창업자인 조벤 비버트는 미국 캘리포니아대와 스탠포드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연쇄 창업가다. 그는 1999년부터 염기서열 분석 로봇 업체를 매각하고, 카메라 삼각대 ‘고릴라포드’를 성공시켜 자금을 마련했다. 2009년 조비에비에이션을 차리고는, 전기수직이착륙비행기(eVTOL) 분야 특허 전문성을 내세워 도요타, 우버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다만 당시에도 매출액은 없었다. 상장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을 통해 2021년 성공했다. 매출액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16억달러(약 2조원)의 자본금 수혈을 받으며 증시 데뷔했는데, 당시 의무 주식 보유기간이 5년으로 책정되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지분을 보유한 회사와 투자사 핵심 관계자들이 SPAC 상장의 매력인 단기 차익을 포기한 셈이었다.당시 사유는 “장기적 전망에 대한 낙관성” 때문이었다. 반대급부로 자본시장에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만든 기업가치’란 평가까지 나왔다. 글로벌 상용화 사례가 없는 채로 주가는 꾸준히 상승해왔기에 지난 3월에도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이치뱅크에선 조비에비에이션 주식에 대해 매도(sell)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비에비에이션은 기체 완성도를 내세우며 주가를 방어해왔고, 결국 FAA 인증까지 따내 1차 논란을 불식시켰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됐던 가운데서도 몸집을 키워 생존을 도모했던 셈이다.
조비에비에이션의 경쟁사로 꼽히는 곳들은 대부분 비슷한 지적을 받으며 성장해왔고, 마찬가지로 각자의 특징을 통해 기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선전하며 투자금을 끌어왔다. 우회상장의 일종인 SPAC을 추진한 점도 모두 같다. 독일의 볼로콥터는 2011년 탄생했는데, 움직임을 최소화한 여러 개의 로터(회전익)이 마치 헬리콥터와 같은 형체를 이룬다. 2~4인승으로 탑승인원도 줄여 초도 비행에 성공했고, 덕분에 내년 파리올림픽에서 상용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볼로콥터 역시 SPAC을 통한 상장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전력이 있다. 다만 독일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국내선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릴리움의 상용화 목표는 2025년이다. 2015년 탄생한 이 회사는 추진기관인 ‘덕티드 팬’과 고정익의 조합으로 속력을 내는데, 순항 속도가 280㎞/h로 조비에비에이션(322㎞/h)을 제외하면 가장 빠르다. 2020년 시제품의 배터리 모듈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악재를 겪었지만, 텐센트 등이 2억4000만달러(3130억원)을 투자했고 이듬해 SPAC을 통해 미국 나스닥시장에도 입성했다. 2021년 SPAC 상장에 성공한 아처에비에이션은 지프, 크라이슬러 등을 보유한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생산 협력 구도를 짰다. 스텔란티스는 이 회사에 연초 2년 동안 최대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처 기체의 순항 속도는 241㎞/h로, 이미 양산 설계에 돌입한 상태다. 2016년 창업돼 5년 만에 증시에 입성한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선 카카오모빌리티·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 협력하고 있다.
"UAM, 비행기보다 높은 신뢰도 요구"
설립 단계부터 기성 기업의 자본을 받은 곳도 많다. 베타테크놀로지는 2017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시리즈B 라운드에서 3억7500만달러(약 4900억원) 투자금을 유치했다. 마찬가지로 비행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해 화재 사고를 겪었지만, 상용 항공기 회사로부터 125대의 주문 약정을 받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제약사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가 초기 투자금을 댔다. 위스크에어로는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지원을 받은 곳이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2019년 보잉과 합작 투자해 설립됐다. 지난해 공개된 6세대 에어택시는 회전익 6개를 달고 있는데, 최대 시속은 약 222㎞ 상당이다. 이브에어로모빌리티는 브라질의 항공기 제작 업체 엠브레어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시장 전면에 대두된 약 10개 업체들은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상용화 시점이 대부분 동일하다. 불확실한 신산업의 특성상 스타트업이 주를 이뤘지만, 상당수가 이미 상장했거나 대기업을 우군으로 얻은 형태로 자리 잡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eVOTL 기체는 애초에 수직이착륙이 가능해야 한다는 시점에서 비행기를 새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는데, 기술력을 갖추고 브랜드 하나를 새로 상용화하는데 드는 비용은 당연히 조단위가 훌쩍 넘는다”고 전했다. 때문에 벨 헬리콥터, 에어버스 등 기성 상장사들이 본사나 자회사를 통해 UAM 사업을 전개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업체들을 하나의 항공기 제조사로 본다면, 기술 개발의 마지막 관문은 결국 안전성이다. 좁은 도심지에서 날개를 아래위로 꺾고, 배터리 능력을 확보해 장거리 주행 능력을 구현하는 행위는 기동성을 넘어 이용자의 신뢰를 심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안전성에 대한 고민은 업계 전반을 누르고 있다.
최한림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관건은 우리 사회가 UAM에 요구하는 신뢰도가 굉장히 높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UAM을 둘러싼 사고 확률이 자동차와 같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산업군 안착이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비행기 정도의 신뢰도가 요구된다면 사용부터 당국 인허가까지 험로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 조사에 따르면 비행기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할 확률은 700만 분의 1에 불과하다.
최 교수는 “현재 비행기의 인증 기준도 드릴에 구멍 하나 뚫는 것도 허가가 필요할 정도로 고도화됐다”며 “국제적 기준이 되는 미국 FAA가 요구하는 인증 기준이 해마다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특히 엔진이 꺼져도 활공으로 착륙할 정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점을 주목할 만한데, 이 경우 회전익 중심 기체들은 통과가 까다로워진다. 전진 비행력이 좋은 고정익 기반 기기들 역시 추진 방향을 수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어떤 형태로든 비행기보다 제작이 어려운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조 단위 자본은 필연적이었던 셈이다.
한강에서만 날 수 없다…美 바라보는 韓 대기업들
국내선 상대적으로 대기업과 토종 스타트업 간 합종연횡 구도가 드물다. 국내서 UAM 도전의 시초로 평가받는 현대차와 한화가 시장에 뛰어든 것이 2019년이다. 토종 UAM 스타트업의 기체 개발 청사진이 시장에 등장하기 훨씬 이전이다. 자연히 자본력을 바탕으로 직접투자에 나서면서, 해외 스타트업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이 유리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미국 본토를 타깃해 2020년 워싱턴DC에 독립법인 슈피널을 만들어 UAM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해엔 영국 UAM 인프라 스타트업 어반에어포트에 투자하기도 했다. 한화는 지난해 미국 UAM 업체 오버에어에 1500억원을 투자했고,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와 협력해 직접 UAM 부품 개발에도 나섰다. SK텔레콤, 카카오모빌리티 등 타 대기업의 투자 방향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한국에 주목받는 UAM 스타트업이 없었던 것도 이유지만, 국내 시장 개화 가능성을 좁게 보는 시각도 한몫했다. 국토교통부가 한국형도심항공요통 실증사업(K-UAM 그랜드챌린지)을 선포하며 동력을 끌어올리는 가운데서도, 업계 일각에선 “서울에 UAM이 뜬다면, 한강물을 따라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기체 감항 인증이나 조종 자격 기준도 없지만, 소수의 상용화 시범노선 이외의 비행 금지 공역을 열어주는 것을 지난한 작업으로 보는 관측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선 UAM 단계를 준도심(1단계), 한강(2단계), 도심지(3단계)로 나눈다. 특히 인구 밀집도가 높은 3단계 하늘길이 확장하려면 재차 안전성 증명이 요구될 전망인데, 주요국과의 기술 격차가 국내에서 사업을 희망하는 업체들이 이겨내야 할 과제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UAM 기술 수준은 글로벌 대비 평균 2~3년 뒤처지고 있다. 특히 기체구조(3년), UAM 통합 교통관리(3.6년) 등이 시급하다.
국내 스타트업은 기술 격차 메우기를 자신하고 있다. 스타트업 디스이즈엔지니어링(TIE)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AAM 비행체 ‘시프트 컴슨’의 제원을 공개했다. 최고 속도 330㎞/h, 비행거리 280㎞ 상당의 5인승 기체로, 올해 안에 시범 비행을 실시하겠다는 목표다. 특징은 전 방향으로 기체 회전이 가능한 ‘STAC’ 시스템을 내세웠다. 홍유정 TIE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시프트 컴슨은 전 세계 많은 회사들이 지닌 부족한 요소를 해소했다”며 “TIE의 AAM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2021년 현대차 UAM 사업부 출신을 주축으로 창업된 플라나는 최대 속도 350㎞/h 기체를 구현한다는 포부다. 2025년 시험비행을 거쳐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3m 길이의 축소기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UAM판 '스페이스X' 등장, 투자 동향 바꿀까
다만 성장의 관문인 투자유치는 구조적 어려움이 처해 있다. 플라나는 지난 4월부터 시리즈A 투자유치에 나선 상태지만, 클로징이 길어지며 목표 금액이 줄어들고 있다. 당초 목표 금액은 500억원으로 알려졌는데, 액수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플라나 기술력과 창업자 배경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지만, 문제는 UAM 상용화에 드는 금액”이라며 “대기업은 해외 시장에 집중하고 있고, 벤처캐피털(VC)이 상장까지 조달해 줄 수 있는 금액은 한계가 있다 보니 자본을 받아올 길이 적다”고 말했다.때문에 UAM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한 일부 VC의 경우, 증권사를 상대로 기체 주행거리를 마일스톤(분기점) 삼아 빠르게 기업공개(IPO)를 시켜줘야 한다는 설파까지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사들 일부가 국내 시장 가능성을 좁게 보는 것은 업체 입장에서도 고민거리다. TIE는 아예 피어(경쟁)그룹을 글로벌 업체들로 잡고, 미국 직상장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 스타트업의 생존 해법은 3가지로 좁혀지는 상황이다. 첫째는 글로벌 성공 사례의 출현이다. 과거 스페이스X의 등장으로 발사체 스타트업들이 투자의 낙수효과를 누렸던 것처럼, 불확실한 시장을 증명해 줄 업체의 등장이 나머지 스타트업의 자본 유치 판도에도 영향을 준다는 예측이다. 두 번째는 아직 경쟁 상태에 놓인 시장에서 혁신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외 상장에 성공하는 형태다. 좁은 시장규모를 대상으로 작은 자본을 모으지 말고, 목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다만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우주로 가는 순간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는 발사체 시장과는 달리 UAM의 안전성은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또다시 자금을 소진할 것”이라며 “이미 FAA 인증을 따내고 있는 해외 업체와 경쟁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방안은 정부의 전향적 지원이 언급된다. 국내서도 UAM 기체를 제조할 수 있는 토종 업체를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 일치가 이뤄져, 전폭적인 자금과 정책 지원이 이루어지는 경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K-UAM 그랜드챌린지 1단계 사업자 12개 컨소시엄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가운데, 2025년 수도권에서 2단계 실증을 목표로 내걸었다. 다만 항공 3법을 준용해 안전 규칙을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국회선 UAM 실증 사업을 허용하는 특별법이 지난 13일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소위에서 통과된 상태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