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의 연결고리…신간 '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
다리는 예로부터 연결을 상징했다.

동등한 유대와 선(善)을 의미했다.

상호협력과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악'(惡)을 상징하기도 했다.

영국의 시인 밀턴은 '실낙원'에서 사탄이 다리를 만들어 혼돈의 어둠을 뚫고 지옥에서 지상으로 오는 길을 찾아냈다고 썼다.

현실에서도 다리는 공격, 약탈의 의도로 건설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웃 나라를 속국으로 만들고자 "사이비 다리"를 만들었다.

최근 번역 출간된 '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예문아카이브)는 다리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교수인 토머스 해리슨은 철학·문학·신학·음악·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을 가로지르며 삶과 문화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다리 이야기를 전한다.

삶과 문화의 연결고리…신간 '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
책에 따르면 자물쇠를 걸어 사랑을 맹세했던 연인들의 의식은 로마의 밀비오 다리에서 시작됐다.

록 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이 앨범을 제작할 때 영감을 받은 장소도 다리였다.

그리스 아르타 다리에는 거센 물결을 버틸 수 있도록 토대에 사람을 산 채로 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중세 로마에서는 다리가 광장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다리에선 사랑이 시작되고(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이별이 이뤄지며(영화 '백야'), 자포자기 끝에 투신이 발생한다.

(영화 '괴물') 니체가 말했듯 "우정을 가로막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지만, 어떤 계기로 '우정의 다리'가 단절돼 영영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기도 한다.

다리는 이렇게 희망과 절망, 사랑과 고통, 우정과 단교를 의미한다.

그리고 닿을 수 없는 꿈, 신기루 같은 목표를 상징하기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리는 그저 하나의 상징에 그치지 않는다.

다리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상중 중의 상징이자 숨겨진 의미가 있는 장소에 닿는 수단이다.

"
임상훈 옮김. 44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