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적 추상·서정적 기하추상…학고재, 이상욱 개인전
"나는 작품에서 까닭을 달기 위하여 형체를 다듬는 따위의 일을 무척 싫어한다.

그저 담담한 마음에서 화필을 들어 꽃을 만들고, 짜임새를 찾아 헤매노라면 또 세차고 무겁도록 큰 덩어리를 만나게 된다.

"(1973, 이상욱)
3일 미술계에 따르면 서체적 추상과 서정적 기하추상 등 특유의 추상세계를 확립했던 화가 이상욱(1923∼1988)의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 본관에서 열리고 있다.

일본 도쿄의 가와바타 미술학교에 짧게 유학하긴 했으나 사실상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한 작가는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입선하는 등 여러 차례 국전에 입선하고 여러 전시에 참여하다 1960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수많은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했지만 1988년 작고 이후에는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1997년 일민미술관 회고전 외에 그의 작품 세계를 다루는 전시가 많지 않아 작품을 실제 보기는 쉽지 않았다.

서체적 추상·서정적 기하추상…학고재, 이상욱 개인전
학고재는 지난해 서구에서 유입된 추상회화에 한국적인 정신세계를 담아낸 추상화가 7명을 조명하는 '에이도스를 찾아서'전에서 이상욱을 소개했고 이번엔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일민미술관 전시 이후 26년 만에 개인전을 마련했다.

전시에서는 커다란 원이나 사각형 등 기본적인 추상 요소가 등장하는 서정적 기하추상,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서예를 연상시키는 힘 있는 붓질로 구성된 서체적 추상 등 작가의 작품 세계를 살필 수 있는 40여점의 회화를 소개한다.

작가는 김종학, 서승원, 유강렬, 윤명로, 최영림 등과 함께 1968년 한국현대판화가협회를 창립하는 등 판화가로서도 활동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석판화 등 판화 작품을 볼 수 있다.

작가와 관련된 각종 자료도 함께 소개한다.

작가의 사진과 글, 생전 전시 도록과 리플릿, 작가가 집필했던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1978) 등이다.

정연심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는 이번 전시에 대해 "한국 전후에 등장했던 추상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잊힌 작가를 새롭게 재발굴하고 재발견하게 한다"고 평했다.

전시는 29일까지.
같은 기간 학고재 신관에서는 김세은(34)과 유리(29) 등 20∼30대 여성 추상화가 2인전이 열린다.

서체적 추상·서정적 기하추상…학고재, 이상욱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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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