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숨지자 선산에 묻은 8년전 사건 친모 '긴급체포' 적절했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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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7년인 사체유기죄로 긴급체포…검찰, 체포 불승인 결정
체포 당시 석방될 수밖에 없는 혐의 적용…"성급했다" 비판 나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유령 영아'에 대한 전수 조사가 곳곳에서 수사로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이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를 붙잡아 유치장에 가둬놨다가 석방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면밀한 법리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사안의 중대성을 이유로 피의자의 신병 확보를 하는 사례가 나오자 앞으로 접수될 수많은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과 관련한 피조사자에 대한 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유령 아동' 전수 조사 과정에서 과천시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경기 과천경찰서는 사체유기 혐의로 50대 여성 A씨를 지난달 30일 오후 10시께 긴급체포했다.
A씨는 2015년 9월 남자아기를 출산해 키우다 아기가 사망하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다운증후군이었던 아기가 앓다가 숨지자 아기 시신을 지방의 선산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에 따라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 그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경우, 12시간 이내에 검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및 관련 수사 준칙에 따라 검찰에 긴급체포 승인 요청을 했다.
검찰은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A씨에게 적용한 사체유기 혐의의 공소시효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 회의를 열어 법리 검토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즉시 조사를 중단했다.
적법하지 않은 체포의 경우 그 과정에서 진행한 조사 내용은 증거 능력이 없고, 향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진 합법적인 수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튿날인 지난 1일 오후 4시 20분께 "A씨에게 적용된 사체유기 혐의의 공소시효 만료 가능성이 있다"며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검찰의 결정 직후 A씨는 석방됐다.
형법에 따르면 사체유기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A씨의 진술대로 그가 낳은 아기가 출생 후 얼마 안 가 숨졌다면 공소시효가 이미 10개월가량 지난 사건이 된다.
향후 엄정한 수사가 뒤따라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A씨 입장에서는 처벌 자체가 불가한 범죄 혐의로 18시간 이상을 유치장에 갇혀 있던 셈이다.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과천경찰서가 형사소송법 249조(공소시효의 기간)에 대한 검토조차 없이 A씨를 긴급체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체유기 혐의와 같이 10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는 7년인데, 다른 혐의 적용 없이 사체유기 혐의만 적용한 점을 놓고 보면, 경찰이 애초부터 A씨를 풀어줄 수밖에 없는 긴급체포를 했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A씨에 대해 방임 및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하도록 수사 지휘를 했다.
그러나 과천경찰서는 내부 논의를 거쳐 시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를 한 뒤 아동학대 혐의가 있는지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A씨를 긴급체포하려면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사체유기 혐의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방임이나 유기가 있었는지, 이에 따라 학대치사 등 다른 혐의를 의율(擬律)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체포에서부터 석방까지 과정을 보면, 과천경찰서가 사체유기의 공소시효를 간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소시효가 7년인 줄을 알고도 사체유기만 적용해 긴급체포했으면 더 큰 문제"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사건 피의자의 긴급체포 결정이 다소 성급하지 않았냐는 지적을 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찰의 법리 검토가 미흡했다고 본다.
공소시효 도과 여부 체크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소시효가 끝났을 가능성을 알았다면 임의동행 등 다른 방법으로 조사했어야 한다"며 "그래도 긴급체포가 필요했다고 판단했다면, 검찰에 승인 요청을 해야 하는 12시간 안에 다른 범죄 혐의가 있는지 적극적으로 밝혔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앞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수사와 같이 먼저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적법하게 증거를 수집한 뒤 구체적으로 드러난 혐의가 있을 경우 신병 확보 절차에 돌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경찰의 긴급체포는 나름의 근거를 갖고 한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본다.
지금의 논란은 '판단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경찰은 범죄 의문점이 있는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위해 긴급체포를 한 것이고, 검찰은 이를 보수적으로 해석해 불승인 결정하는 등 각자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천경찰서 관계자는 "긴급체포는 수사의 과정 중 하나이다.
수사를 해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도, 석방을 할 수도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A씨가 숨진 아기를 유기했다고는 했으나, 그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범죄 혐의일 수 있다고 판단, 긴급체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피의자를 체포한 뒤 유전적 질병을 앓고 있었다는 아기가 실제로 병사(자연사)한 것인지, 아픈 아기에 대한 의료 방임이나 학대는 없었는지 조사해보려 했다"며 "결국 A씨가 석방됐지만, 이후의 수사가 흔들리지는 않으리라 본다"고 부연했다.
한편 과천경찰서는 A씨의 긴급체포 불승인 결정 후 이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로 이관했다.
이관 후 경찰은 A씨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특정한 선산에서 아기의 시신 수색 작업에 착수함과 동시에 아기의 병원 진단 및 치료 기록을 확보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포 당시 석방될 수밖에 없는 혐의 적용…"성급했다" 비판 나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유령 영아'에 대한 전수 조사가 곳곳에서 수사로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이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를 붙잡아 유치장에 가둬놨다가 석방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면밀한 법리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사안의 중대성을 이유로 피의자의 신병 확보를 하는 사례가 나오자 앞으로 접수될 수많은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과 관련한 피조사자에 대한 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유령 아동' 전수 조사 과정에서 과천시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경기 과천경찰서는 사체유기 혐의로 50대 여성 A씨를 지난달 30일 오후 10시께 긴급체포했다.
A씨는 2015년 9월 남자아기를 출산해 키우다 아기가 사망하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다운증후군이었던 아기가 앓다가 숨지자 아기 시신을 지방의 선산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에 따라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 그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경우, 12시간 이내에 검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및 관련 수사 준칙에 따라 검찰에 긴급체포 승인 요청을 했다.
검찰은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A씨에게 적용한 사체유기 혐의의 공소시효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 회의를 열어 법리 검토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즉시 조사를 중단했다.
적법하지 않은 체포의 경우 그 과정에서 진행한 조사 내용은 증거 능력이 없고, 향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진 합법적인 수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튿날인 지난 1일 오후 4시 20분께 "A씨에게 적용된 사체유기 혐의의 공소시효 만료 가능성이 있다"며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검찰의 결정 직후 A씨는 석방됐다.
형법에 따르면 사체유기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A씨의 진술대로 그가 낳은 아기가 출생 후 얼마 안 가 숨졌다면 공소시효가 이미 10개월가량 지난 사건이 된다.
향후 엄정한 수사가 뒤따라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A씨 입장에서는 처벌 자체가 불가한 범죄 혐의로 18시간 이상을 유치장에 갇혀 있던 셈이다.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과천경찰서가 형사소송법 249조(공소시효의 기간)에 대한 검토조차 없이 A씨를 긴급체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체유기 혐의와 같이 10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는 7년인데, 다른 혐의 적용 없이 사체유기 혐의만 적용한 점을 놓고 보면, 경찰이 애초부터 A씨를 풀어줄 수밖에 없는 긴급체포를 했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A씨에 대해 방임 및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하도록 수사 지휘를 했다.
그러나 과천경찰서는 내부 논의를 거쳐 시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를 한 뒤 아동학대 혐의가 있는지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A씨를 긴급체포하려면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사체유기 혐의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방임이나 유기가 있었는지, 이에 따라 학대치사 등 다른 혐의를 의율(擬律)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체포에서부터 석방까지 과정을 보면, 과천경찰서가 사체유기의 공소시효를 간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소시효가 7년인 줄을 알고도 사체유기만 적용해 긴급체포했으면 더 큰 문제"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사건 피의자의 긴급체포 결정이 다소 성급하지 않았냐는 지적을 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찰의 법리 검토가 미흡했다고 본다.
공소시효 도과 여부 체크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소시효가 끝났을 가능성을 알았다면 임의동행 등 다른 방법으로 조사했어야 한다"며 "그래도 긴급체포가 필요했다고 판단했다면, 검찰에 승인 요청을 해야 하는 12시간 안에 다른 범죄 혐의가 있는지 적극적으로 밝혔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앞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수사와 같이 먼저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적법하게 증거를 수집한 뒤 구체적으로 드러난 혐의가 있을 경우 신병 확보 절차에 돌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경찰의 긴급체포는 나름의 근거를 갖고 한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본다.
지금의 논란은 '판단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경찰은 범죄 의문점이 있는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위해 긴급체포를 한 것이고, 검찰은 이를 보수적으로 해석해 불승인 결정하는 등 각자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천경찰서 관계자는 "긴급체포는 수사의 과정 중 하나이다.
수사를 해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도, 석방을 할 수도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A씨가 숨진 아기를 유기했다고는 했으나, 그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범죄 혐의일 수 있다고 판단, 긴급체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피의자를 체포한 뒤 유전적 질병을 앓고 있었다는 아기가 실제로 병사(자연사)한 것인지, 아픈 아기에 대한 의료 방임이나 학대는 없었는지 조사해보려 했다"며 "결국 A씨가 석방됐지만, 이후의 수사가 흔들리지는 않으리라 본다"고 부연했다.
한편 과천경찰서는 A씨의 긴급체포 불승인 결정 후 이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로 이관했다.
이관 후 경찰은 A씨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특정한 선산에서 아기의 시신 수색 작업에 착수함과 동시에 아기의 병원 진단 및 치료 기록을 확보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