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 암호화폐 대장 비트코인(BTC)을 현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하겠다는 자산운용사들의 계획이 무산됐다.

美, 블랙록 비트코인 현물 ETF 불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나스닥증권거래소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상장하겠다는 블랙록과 피델리티의 신청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SEC는 자산운용사들이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FT 상장 신청서 내용에 명확한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댔다. SEC는 또 최근 비트코인 현물 EFT 상장 신청이 잇따르는 데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물 ETF와 달리 비트코인 선물 ETF는 미국에서 2021년 말 처음 승인된 바 있다. 비트코인 선물 ETF는 미국 파생상품거래소 CME에서 운영되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의 계약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유독 엄격한 이유로는 △암호화폐 시장의 가격을 믿을 수 없다는 점 △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거래소 선정의 어려움 △비트코인 현물 보관을 위한 보안 시스템 미흡 등이 꼽힌다.

암호화폐 가격은 지난해 FTX 파산 등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해하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급락했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신청 소식이 알려진 이후 반등세가 이어졌다. 특히 암호화폐업계에서는 블랙록이 신청에 나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블랙록이 SEC에 ETF 상장을 신청한 576건 가운데 1건을 제외하고 모두 승인받아왔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뛰어든 만큼 이전과 달리 SEC도 이번에는 승인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최근 한때 3만141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작년 6월 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이날 SEC의 불허 결정이 알려진 뒤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한때 개당 3만달러 선 밑으로 떨어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