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U, 지정학·경제적 여파 관측…"대만 근접, 中 무역의존 높아"
美까지 개입 전면분쟁 가정…"미군기지 있는 3국, 中 선제공격 받을수도"
"美·中 대만해협 전면분쟁시 위험 최대노출은 韓·日·필리핀"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은 물론 미중 관계에서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런 갈등이 전면 분쟁으로 치달을 경우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과 같이 미군 기지가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지정학적으로 충돌의 여파를 피할 수 없는 만큼 위험 완화를 위해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최신 보고서에서 "필리핀, 일본, 그리고 한국이 대만을 둘러싼 분쟁에 가장 노출된 국가"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만해협에서의 갈등은 아시아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며 "정보통신기술(ICT) 및 공급망 네트워크의 황폐화로 동북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에 비정상적인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IU는 대만이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하는 등 계기로 중국에 의해 갈등이 확대되면서 중국과 대만은 물론 미국까지 군사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전면적 분쟁'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분석을 진행했다.

이 경우 아시아권 국가 중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필리핀, 한국, 태국, 싱가포르 등 주변 국가들 사이 역내 안보 동맹이 활성화하며 이들 국가가 직접적인 영향권 내에 들어올 것으로 관측됐다.

"美·中 대만해협 전면분쟁시 위험 최대노출은 韓·日·필리핀"
특히 지정학적·경제적 요소를 종합 평가해볼 때 필리핀과 일본, 한국 순으로 '최고 노출' 범주에 분류됐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과도한 데다 지정학적으로도 대만해협에 매우 근접해있으며,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갈등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EIU는 "이 3개국 모두 미군 기지가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선제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취약성이 부각된다"고 강조했다.

홍콩과 베트남, 태국, 호주, 말레이시아는 한 단계 아래인 '심각한 노출' 수준으로 평가됐다.

홍콩의 경우 중국에 부과될 수 있는 국제사회의 경제·투자·금융 부문 제재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물리적 피해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대만해협 분쟁이 남중국해로 확산하는 잠재적인 갈등 요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15위) 및 인도네시아(16위)는 제한적으로만 경제적 영향을 받을 것이며, 몰디브(22위), 방글라데시(25위), 파푸아뉴기니(27위) 등 대만해협에서 먼 국가일수록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적을 것이라고 EIU는 짚었다.

"美·中 대만해협 전면분쟁시 위험 최대노출은 韓·日·필리핀"
한편 EIU는 대만해협 분쟁 발발시 대만의 반도체 제조 시설이 완전히 파괴되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며, 이 충격은 세계 공급망과 경제 전반에 걸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IU는 "대만은 10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마땅치 않다"고 언급했다.

이럴 경우 말레이시아와 베트남보다는 한국과 일본이 더 정교한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투자 유치와 인재 육성, 연구·개발(R&D) 등에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대만에 기대던 글로벌 수요를 곧바로 메우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EIU는 전망했다.

EIU는 "일본과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은 비록 자국이 대만해협 위기에 직접 휘말리지 않더라도, 양안 갈등의 영향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아시아가 분쟁에 대비하는 전략은 전면적 위험 회피보다는 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