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꿈꾼다…잘 때 색깔 바뀌는 이유 찾은 듯

네이처 게재 연구…"사람 비슷한 '렘수면' 관측"
"사냥·사회활동·위협·위장 등 깨어있을 때 모습 재연"

문어가 사람처럼 '렘수면' 상태를 겪고 이때 꿈까지 꾸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 등 소속 연구팀은 과학 저널 '네이처'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야행성 문어 '라케우스 문어' 29마리를 관찰한 결과, 우선 문어가 잠을 자는 건 확실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조를 두드리는 것과 같은 물리적 자극을 가할 경우 이들 문어는 깨어 있을 때, 눈을 감고 휴식 자세를 취하는 등 잠을 잘 때 등 각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일례로 문어는 잠을 잘 때는 깨어 있을 때보다 더 강한 자극을 줬을 때 비로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연구진은 문어가 잘 때 '조용한 수면'과 '활동적 수면' 등 2개 단계를 겪는다고 설명했다.

가만히 잠을 자던 문어가 갑자기 피부색을 바꾸고, 눈과 다리를 움직이고, 빠르게 호흡하는 등 활동적 수면 형태를 보이다가 다시 잠잠해져 조용한 수면에 드는 모습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문어의 이런 행동은 1분간 지속됐으며 약 1시간 간격으로 반복됐다.

문어의 이 같은 모습은 인간이 렘수면에 들었을 때 보이는 행동과 유사하다.

렘수면은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지만 뇌파는 깨어 있는 수면 형태를 뜻한다.

인간은 보통 1시간 30분 간격으로 렘수면을 경험하며 이때 꿈을 꾸고 신체 일부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원래는 인간을 비롯해 척추동물만이 렘수면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또 문어의 뇌 활동을 분석한 결과, 문어가 조용한 수면 상태에 진입했을 때는 인간이 비(非)렘수면 상태일 때 나타나는 뇌파인 '수면방추'(sleep spindle)와 유사한 신경 활동이 관측됐다고도 설명했다.

수면방추는 인간이 정보를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파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 샘 레이터 교수는 "우리는 (문어가) 깨어 있을 때 보이는 특정 피부 패턴을 사냥, 사회적 활동, 위협 표시, 위장 등 상황과 연관 지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이 같은 패턴이 활동적 수면 상태에서 다시 나타난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어가 활동적 수면 상태에 있을 때 피부색 등을 바꾼다고 해서 이들이 꿈을 꾼다는 점이 증명된 건 아니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는 문어가 위장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잠자면서도 피부색을 바꾸는 연습을 하거나, 색소 세포를 잘 유지하기 위해 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레이터 교수는 "현재로서는 이러한 설명 중 어느 것이 옳은지 알 수 없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