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회, 육회, 장조림밥…프랑스 파리 5성 호텔 입점한 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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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 인근 호텔서 'OMA' 운영하는 박지혜 셰프
2017년 파리에 개업한 한식당 프랑스 외식 대기업에 스카우트 "저는 제가 먹고 싶은 요리들을 만들어요.
파리로 처음 유학 왔을 때부터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다 밥을 해주는 게 취미였죠. 그러다 보니 오늘 이렇게 샹젤리제 거리에서 한국 음식을 선보이고 있네요.
"
프랑스 파리에 왔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 할 샹젤리제 거리에서 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5성 호텔 '샤토 데 플뢰르'에 물회, 장조림밥, 육회, 고추장으로 맛을 낸 삼겹살 등을 맛볼 수 있는 한국 식당 'OMA'가 둥지를 텄다.
박지혜(53) 셰프가 소위 '잘 나간다'는 식당과 술집이 즐비한 파리 피길 지구에서 2017년부터 운영해온 동명의 식당이 전 세계에 1천곳이 넘는 식당을 보유한 프랑스 외식업계 대기업 그루프 베르트랑에 스카우트되면서다.
프랑스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번성했던 19세기 말∼20세기 초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를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호텔에 OMA가 문을 연 지 한 달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박 셰프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고 허름했던 식당은 이제 고급 융단이 깔린 호텔에서 손님을 맞고 있었지만, 메뉴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식당 이름부터 음식 맛까지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OMA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물회와 장조림밥도 그대로 남아있다.
파리 9구에 자리를 잡았던 OMA는 조금 특별한 식당이었다.
손님이 예약하면서 생일이라고 말하면 미역국을 준비하고, 임신한 손님이 찾아오면 날 것이 들어가지 않은 특식을 따로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개방형 주방이었던 옛 OMA에서 손님들이 요리 과정을 볼 수 있었고, 박 셰프는 짬짬이 부엌을 나와 테이블을 돌아다녔다.
손님이 더 오지 않을 시간이 되면 같이 앉아 맥주를 마시며 수다 떠는 엄마와 같은 셰프였다.
이제는 호텔 특성상 식당과 분리된 주방에서 요리해야 하니 옛 OMA의 정취는 사라졌지만, 회계나 인사 등 행정 업무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 셰프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는 22살 때 프랑스로 유학 와 실내 건축으로 유명한 페닝겐 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건축사무소를 차려 소장까지 지낸 건축가 출신이다.
박 셰프는 학생 시절부터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다 요리해서 대접하기 좋아했는데, 그 손맛에 반한 친구들이 개인적인 모임이 있을 때마다 출장 요리를 해달라는 요청이 잇달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건축 일을 하면서도 부업으로 요리를 계속하게 됐다.
어떨 때는 자신이 건축가인지, 요리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주객이 전도되기도 했지만, 손에서 요리를 놓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건물을 짓는 것과 음식을 만드는 것은 비슷해요.
컨셉을 만들어 놓고, 필요한 재료를 준비해서 실현을 하는 거죠. 이 과정이 참 재밌더라고요.
건축도, 요리도 둘 다 몸이 고된 일이에요.
열정이 있어야만 계속할 수 있는데 저한테는 그것이 결국 건축보다는 요리였던 셈이죠." 박 셰프는 영감의 원천으로는 아버지를 꼽았다.
이북에서 태어나 부산으로 피난 온 아버지는 온갖 맛집을 꿰고 있는 미식가였는데, 그런 아버지를 따라다니느라 학교 수업도 참 많이 빼먹기도 했다고.
그의 아버지에게는 밖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을 집에 와서 똑같이 만들어보는 취미가 있었다.
그런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다 보니 박 셰프도 자연스레 요리의 세계에 스며들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박 셰프의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었다.
그는 "소금을 넣었더니 짜지고, 설탕을 넣었더니 달아지고, 내가 음식을 했더니 좋아하더라. 그게 끝이야!"라고 답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식당 이름에 있는 엄마가 바로 저예요.
사람들이 타지에 나오면 다들 엄마표 집밥이 그립다고들 하잖아요.
아마도 제가 파리에서 만든 음식이 엄마의 맛을 떠올리게 해줬나 봐요.
만약 그랬다면 저에게는 영광이죠."
박 셰프는 5성 호텔에 입성한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파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성에 밭을 일구고, 거기서 키운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식당을 여는 게 그의 꿈이라고 한다.
거리가 조금 멀더라도 그의 손맛을 좋아해 주는 손님들은 식당에 찾아올 것이라 확신한다는 박 셰프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저의 VIP들에게 대접하는 것만큼 저를 기쁘게 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7년 파리에 개업한 한식당 프랑스 외식 대기업에 스카우트 "저는 제가 먹고 싶은 요리들을 만들어요.
파리로 처음 유학 왔을 때부터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다 밥을 해주는 게 취미였죠. 그러다 보니 오늘 이렇게 샹젤리제 거리에서 한국 음식을 선보이고 있네요.
"
프랑스 파리에 왔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 할 샹젤리제 거리에서 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5성 호텔 '샤토 데 플뢰르'에 물회, 장조림밥, 육회, 고추장으로 맛을 낸 삼겹살 등을 맛볼 수 있는 한국 식당 'OMA'가 둥지를 텄다.
박지혜(53) 셰프가 소위 '잘 나간다'는 식당과 술집이 즐비한 파리 피길 지구에서 2017년부터 운영해온 동명의 식당이 전 세계에 1천곳이 넘는 식당을 보유한 프랑스 외식업계 대기업 그루프 베르트랑에 스카우트되면서다.
프랑스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번성했던 19세기 말∼20세기 초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를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호텔에 OMA가 문을 연 지 한 달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박 셰프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고 허름했던 식당은 이제 고급 융단이 깔린 호텔에서 손님을 맞고 있었지만, 메뉴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식당 이름부터 음식 맛까지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OMA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물회와 장조림밥도 그대로 남아있다.
파리 9구에 자리를 잡았던 OMA는 조금 특별한 식당이었다.
손님이 예약하면서 생일이라고 말하면 미역국을 준비하고, 임신한 손님이 찾아오면 날 것이 들어가지 않은 특식을 따로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개방형 주방이었던 옛 OMA에서 손님들이 요리 과정을 볼 수 있었고, 박 셰프는 짬짬이 부엌을 나와 테이블을 돌아다녔다.
손님이 더 오지 않을 시간이 되면 같이 앉아 맥주를 마시며 수다 떠는 엄마와 같은 셰프였다.
이제는 호텔 특성상 식당과 분리된 주방에서 요리해야 하니 옛 OMA의 정취는 사라졌지만, 회계나 인사 등 행정 업무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 셰프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는 22살 때 프랑스로 유학 와 실내 건축으로 유명한 페닝겐 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건축사무소를 차려 소장까지 지낸 건축가 출신이다.
박 셰프는 학생 시절부터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다 요리해서 대접하기 좋아했는데, 그 손맛에 반한 친구들이 개인적인 모임이 있을 때마다 출장 요리를 해달라는 요청이 잇달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건축 일을 하면서도 부업으로 요리를 계속하게 됐다.
어떨 때는 자신이 건축가인지, 요리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주객이 전도되기도 했지만, 손에서 요리를 놓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건물을 짓는 것과 음식을 만드는 것은 비슷해요.
컨셉을 만들어 놓고, 필요한 재료를 준비해서 실현을 하는 거죠. 이 과정이 참 재밌더라고요.
건축도, 요리도 둘 다 몸이 고된 일이에요.
열정이 있어야만 계속할 수 있는데 저한테는 그것이 결국 건축보다는 요리였던 셈이죠." 박 셰프는 영감의 원천으로는 아버지를 꼽았다.
이북에서 태어나 부산으로 피난 온 아버지는 온갖 맛집을 꿰고 있는 미식가였는데, 그런 아버지를 따라다니느라 학교 수업도 참 많이 빼먹기도 했다고.
그의 아버지에게는 밖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을 집에 와서 똑같이 만들어보는 취미가 있었다.
그런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다 보니 박 셰프도 자연스레 요리의 세계에 스며들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박 셰프의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었다.
그는 "소금을 넣었더니 짜지고, 설탕을 넣었더니 달아지고, 내가 음식을 했더니 좋아하더라. 그게 끝이야!"라고 답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식당 이름에 있는 엄마가 바로 저예요.
사람들이 타지에 나오면 다들 엄마표 집밥이 그립다고들 하잖아요.
아마도 제가 파리에서 만든 음식이 엄마의 맛을 떠올리게 해줬나 봐요.
만약 그랬다면 저에게는 영광이죠."
박 셰프는 5성 호텔에 입성한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파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성에 밭을 일구고, 거기서 키운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식당을 여는 게 그의 꿈이라고 한다.
거리가 조금 멀더라도 그의 손맛을 좋아해 주는 손님들은 식당에 찾아올 것이라 확신한다는 박 셰프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저의 VIP들에게 대접하는 것만큼 저를 기쁘게 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