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아프리카 등지 권력 공백 채워 영향력 되찾을 적기"
미국 안 나서면 약탈국가가 바그너 대체 가능성
바그너 떠난 공백 노려볼까…'러 반란' 틈새외교 엿보는 美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하루 만에 종료된 가운데 세계 곳곳에 주둔한 용병들의 거취도 안갯속이다.

이번 용병 쿠데타의 여파로 바그너 그룹이 그간 세력을 떨쳐왔던 주요 분쟁 지역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이 틈새 외교를 펼칠 기회를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지난 수년간 시리아에서 수단, 베네수엘라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외교의 '창끝'으로 활약해왔다.

이 가운데 시리아에서는 알아사드 정권을 도와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했고, 리비아에서는 동부 지역 군벌 수장 칼리파 하프타르 편에서 내전을 벌이고 있다.

그 대가로 석유 및 가스 산업 관련 계약에서 이득을 챙겨 러시아의 제재 회피에 일조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이렇듯 체제 유지에 깊숙이 개입해온 바그너 그룹이 철수한다면, 미국이 권력 공백을 채우고 일부 지역에서 영향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미국이 안보 협력을 제공하거나 파트너 관계를 맺는 대신 민주화 약속을 받아내는 등의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또한 아프리카 진출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이는 미국 입장에서 놓쳐선 안 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폴리티코는 설사 미국이 공백을 채우길 원치 않더라도 아프리카 국가 등의 체제 불안정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러시아가 바그너 그룹을 또 다른 용병 기업으로 대체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테고, 이는 테러리스트와 반군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그너 그룹 철수로 IS와 알카에다 연계 조직들이 세력을 키우기 시작하면 해당 지역은 더욱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폴리티코는 바그너 그룹이 그간 이들 국가에서 정치적 자문을 하거나 정보 작전을 벌이는 등 군사 지원 이외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바그너는 마다가스카르와 말리에서의 선거 개입 및 전쟁범죄 은폐 등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미국이나 서구권 국가가 개입하지 않을 경우 다른 국가들이 바그너 같은 조직을 활용해 은밀하게 외교적 목표를 수행할 수도 있다고 폴리티코는 관측했다.

자체적인 물밑 세력들을 활용할 수 있는 약탈국가가 바그너 그룹의 공백을 메울 수도 있는 셈이다.

이 밖에 바그너 그룹의 반란으로 위축된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할 새로운 영역을 찾아 나서면서 세계는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폴로티코는 덧붙였다.

폴리티코는 이러한 상황들을 방지하기 위해선 "바그너의 지원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정권들을 빠르게 안정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