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프리고진 소셜미디어 활동 과소평가"
주민 박수받고 정규군은 못본척…러 용병들 파죽지세 배경은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이 하루 만에 끝을 맺은 가운데 그들이 예상을 뒤엎는 속도로 별다른 저항 없이 수도 모스크바로 진격할 수 있었던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P 통신, 로이터 통신 등 외신 사진 및 영상을 보면 바그너 그룹 병사들이 러시아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그너 그룹 차량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를 지나자 젊은 남성들이 도로로 나와 박수를 보냈다.

바그너 그룹 소속 용병과 웃는 표정으로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왼손 엄지를 세워보이는 여성도 있었다.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을 멈추기로 합의한 뒤 로스토프주의 주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할 때도 현장에 모인 주민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냈고, 프리고진은 차창을 열고 이들과 셀카를 촬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정규군이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시도를 묵인한 정황도 곳곳에서 보였다.

프리고진은 "로스토프주 군 사령부를 접수할 때 총알 한 발도 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왜 우리나라가 우리를 지지하는가.

우리가 정의의 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 정규군 일부가 바그너 그룹을 묵인하며 소극적 입장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에서 바그너 그룹을 지지 또는 동조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주민 박수받고 정규군은 못본척…러 용병들 파죽지세 배경은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바그너의 반란은 푸틴의 통치에 대한 심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통치 아래 바그너 그룹이 부상한 배경을 짚었다.

우선 푸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프리고진이 쌓아온 대중적 영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독립 정치분석기관인 R.폴리틱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프리고진은 푸틴이 생각한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며 "그(푸틴)는 사람들이 이제 소셜 미디어, 인터넷을 통해 살아간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프리고진은 메시지 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을 통해 이미 몇달째 프리고진이 러시아군 지휘부의 무능과 부패,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병사 수만명이 숨진 사실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군 수뇌부를 비판해 왔다.

그가 수시로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과 음성 녹음, 성명 등은 외신 보도 등을 통해 러시아 안팎으로 빠르게 전파됐지만, 러시아 엘리트층은 이를 그저 지켜보기만 했을 뿐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지난달 24일에는 푸틴 대통령의 명령으로 개시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하고 자식들을 전쟁에 내보내지 않은 러시아 부유층과 엘리트를 비난하는 등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주민 박수받고 정규군은 못본척…러 용병들 파죽지세 배경은
이런 행태는 러시아군 수뇌부에 대한 일선 병사들과 국민의 불신과 반감을 증폭하고, 바그너그룹 용병들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그너그룹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최격전지였던 바흐무트 점령을 선언한 것도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특수부대 출신자 등으로 구성된 숙련병들로 러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집단이란 대중의 인식을 굳히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그런 까닭에 푸틴 대통령을 속여 전쟁을 일으킨 군 상층부를 치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무장반란을 일으킨 그를 지지하거나 묵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WP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러시아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러시아 엘리트층 사이에서 푸틴 대통령의 통제력에 대한 의구심이 최근 들어 커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 석유 재벌 출신 반체제 인사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푸틴은 최근 실수에 실수를 거듭했고 프리고진은 그에게 결정적 실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인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WP에 러시아 정부가 무력 사용을 외부에 위탁하면서 국가 스스로의 기능을 통제할 수 없게 됐다면서 바그너 그룹의 반란은 "국가 제도의 붕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