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영에너지기업 대표·IAEA 사무총장 회담…원전 안전 대책 논의
러·우크라, 서로 "원전 공격하려 한다" 비난
러, IAEA에 "자포리자 원전 겨냥 우크라 공격 방지 조처 필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 방지 대책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요구했다고 23일(현지시간) 리아 노보스티,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로사톰은 성명에서 이날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를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알렉세이 리카체프 로사톰 대표가 회담을 통해 원전의 안전 보장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리카체프 대표는 회담에서 이달 초 카호우카 댐이 파괴된 이후 냉각수를 공급할 방안 등 원전 안전 대책을 설명했다.

또한 그는 "자포리자 원전과 주변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방지할 수 있는 IAEA의 구체적 조처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고 로사톰은 전했다.

아울러 로사톰은 "그로시 사무총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시한 원칙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며 "그로시 사무총장은 원전 안전을 위한 IAEA의 추가 조치에 대한 견해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앞서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유엔 안보리에서 ▲ 원전 공격 금지 ▲ 원전 내 중화기 보관 및 군인 주둔 금지 ▲ 원전에 대한 외부 전력 공급 보장 ▲ 원전 보호에 필수적인 요소의 보호 ▲ 이 원칙들을 약화하는 행동 금지 등 5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유럽 최대 규모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 러시아에 점령됐으며, 이후 이곳과 주변에서 포격과 군사 활동이 끊이지 않으면서 원자력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남부 카호우카댐이 폭발로 파괴되고 원전 냉각수를 제공하는 저수지 수위가 낮아지면서 원전 사고 위험이 더욱 커졌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원전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한 뒤 "심각한 상황이지만 냉각수 수위는 충분하다"며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한 일련의 조처들이 시행됐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에서 방사능 유출을 포함한 테러 공격을 준비 중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러시아는 이날 방사능 사고를 일으키려는 우크라이나 구매자의 요청으로 방사성 물질을 밀반입하려던 용의자 5명을 체포했다고 밝히는 등 원전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