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속부터 초급속까지…대기업 맞붙는 450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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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기차 시장이 고속 성장하면서 충전 인프라 시장도 덩달아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기업은 물론이고, 배터리, 정유사 등이 앞다퉈 뛰어들며 내놓라 하는 대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산업부 김채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전기차 충전 시장, 왜 각광받는 겁니까
<기자>
내연기관차에 주유를 하듯, 전기차 역시 작동시키려면 충전을 해야하기 때문에 충전 인프라 시장이 성장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기차 보급이 늘고 있는 속도에 비해 아직 충전 인프라는 부족한 상황인데요.
국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가 최근 24만기를 넘어섰는데,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차량 구매자들도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충전 인프라 부족을 꼽고 있습니다.
이렇게 때문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앞으로 충전 인프라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겁니다.
현대차 같은 완성차 기업 뿐 아니라 배터리, 정유, 모빌리티 분야 사업을 하는 기업 대부분이 진출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독일의 컨설팅 기업 롤랜드버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이 2030년엔 4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충전기 시장은 주로 중소기업 위주 였잖아요, 대기업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기존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됐나요?
<기자>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그동안 중소기업 위주였는데요, 최근 활발한 M&A가 이뤄지면서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최근 2년간 전기차 충전 인프라 관련 M&A는 최소 7건에 달합니다.
SK는 무려 4곳을 인수했는데요, 2021년에 초급속 충전기를 제조하는 SK시그넷을 인수해 사업에 진출한 뒤 충전기 운영을 하는 SK에버차지, SK일렉링크, 아톰파워를 잇따라 사들였습니다. 충전 관련 사업에만 8000억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배터리 사업을 하는 LG도 지난해 GS와 함께 하이버차저를 인수해 충전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정유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GS도 충전 사업에 적극적인데요. 자회사 GS칼텍스가 보유한 주유소에 지난해 인수한 차지비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깔아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든 롯데도 초급속 충전기 제조사 중앙제어를 인수해서 자체 사업과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충전 사업에 자체적으로 뛰어든 기업도 있는데요. 현대차 그룹은 ‘이피트’라는 자체 브랜드를 통해 충전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SK가 가장 적극적으로 보이는데, 국내는 물론 글로벌 주요 사업자라고 할 수 있지요?
<기자>
네 먼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을 간략히 설명드리면 크게 충전기 제조와 이 충전기를 관리, 운영하는 사업(CPO)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 충전기 제조에서는 충전 속도에 따라 초급속, 급속, 완속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급속 충전기의 경우 고속도로나 공공기관에서 주로 사용하고, 완속 충전기는 가정용으로 사용됩니다.
SK는 8곳의 계열사를 통해 충전 인프라 사업을 하는데요, 충전기 제조부터 운영 관리까지 밸류체인을 전부 갖췄다는 평가입니다.
SK는 국내에서 급속 충전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충전소 가입자수도 가장 많습니다.
핵심 계열사는 초급속 충전기를 제조하는 SK시그넷입니다. 주력 제품인 350kW급 충전기는 단 18분이면 충전이 됩니다.
지난해 북미 지역 내 1위 사업자로, 시장점유율 약 40% 수준입니다.
SK시그넷이 제조한 충전기는 또 다른 계열사 SK일렉링크에 납품되고 있는데요, SK일렉링크는 국내와 북미 시장에 충전기를 설치해 운영과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SK 계열사인 SK홈앤서비스, SK렌터카, SK쉴더스, 티맵모빌리티도 충전 인프라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전기차 인프라 시장도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향후 몇 년 후에는 치킨게임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충전 인프라를 깔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게 되면, 충전 사업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충전기 사업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 아니라 진입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아직은 초기 시장이지만, 앞으로 시장이 과열되면 대기업간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좀 다른 얘기로, 미국 완성차 기업인 GM, 포드, 리비안까지 테슬라가 구축한 '슈퍼차저' 충전 시설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규격 문제인데 국내 기업에도 영향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
미국의 대표 완성차 기업인 GM, 포드가 잇따라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충전기 규격 문제가 최근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슈퍼차저는 충전기 연결 방식으로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럽 차들은 CCS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서,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테슬라, GM, 포드 3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이라, 미국 소비자가 충전 때문에라도 자국 차를 살 가능성도 커진 게 사실입니다.
SK시그넷은 재빨리 대응에 나섰습니다. SK시그넷은 NACS 커넥터를 적용한 제품을 올해 내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엔 고심이 깊은 상황입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20일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의 전기차를 테슬라 슈퍼차저에 연결하면 충전 속도가 늦어져 충전 시간이 더 길어진다"며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김채연기자 why29@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