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인척 이기성 법정 증언…"대장동 일당 내부 갈등에 발설 우려"
"이재명 시장 재선 전 1억5천만∼2억원 남욱에 전달"
"유동규, 대선전 '대장동 발설' 막으려 각서·중재 주도"(종합)
대선 정국이었던 2021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불법자금의 원천으로 지목된 분양대행업자에게서 대장동 사업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는 일을 주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기성씨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금 조달 과정 등을 증언했다.

검찰은 2021년 2월 이씨가 남욱씨와 만나 나눈 대화를 녹음한 내용을 받아적은 녹취록을 신문 과정에서 공개했다.

'대장동과 관련해 아는 일체의 내용을 발설하지 말라'는 유씨의 요구에 따라 두 사람만 만나 각서를 작성하는 자리였다.

검찰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자리에선 대선 유력주자로 부상한 이 대표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

당시 남씨는 이씨에게 '오늘 형(이기성)이 동규형 쪽의 우산 안에 들어가.

이제 (김만배와) 편 갈라서는 거지', '문제가 되면 김만배한테 던지고, 지사(이재명)가 기스(흠집)나면 안 된다', '이재명이 그렇게 클 줄 어떻게 알았겠어. 유일한 리스크가 우리인데' 등의 말을 했다는 내용이 이 녹취록에 담겼다.

이 시기는 남씨와 김만배씨의 갈등이 커지자 유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한 폭로가 나올까 봐 둘 사이를 중재하려고 노력했던 때다.

검사가 "유동규가 남욱·김만배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아는 것 모두 폭로하면서 전쟁할 것을 우려해서 중재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이씨는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싸움이 나면 다 죽는다, 파국이다'라고 유동규가 남욱을 설득하려고 했다는 말을 남욱이 했다"고 답했다.

"유동규, 대선전 '대장동 발설' 막으려 각서·중재 주도"(종합)
검찰은 그가 당시 대장동 일당이 살포한 각종 자금의 원천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대장동 사업 참여시켜주겠다는 약속에 따라 2014년 4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총 42억5천만원을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자로 의심받는 조우형씨를 통해 남씨에게 전달했다.

이씨는 이러한 현금 흐름을 모두 시인하며 처음 현금이 넘어가던 시기에 남씨가 '대장동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재명 시장의 재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도 증언했다.

다만 해당 자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선거에 사용됐는지에 대해서까지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김용씨 변호인 측은 이씨에게서 남씨에게 돈이 전달된 기간이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시점(2014년 6월)에 일부만 겹치고, 2021년 11월 첫 검찰 조사에서는 이 자금에 대해 진술하지 않았다며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론했다.

이에 이씨는 "선거 전까지 1억5천만~2억원 정도가 (남씨에게) 전달됐다"며 "(첫 조사 때는) 큰 사건에 엮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서 가급적 기억이 정확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쪽으로 답했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금전 지원에도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 2020년 4월 돈거래 내용, 특히 '시장 재선에 자금이 쓰였다'는 점을 담은 투서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남씨를 압박했고, 대장동 일당은 그 다음달 48억원을 자신에게 수표로 줬다고 증언했다.

당시 남씨와 갈등하던 김만배씨는 이 투서 초안을 미리 검토했는데 내용 중 유씨와 자신의 누나 이름은 빼도록 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으로 알려진 이씨는 "(박영수는) 촌수를 정확하게 모를 정도의 먼 친척"이라며 "부친께서 박영수 변호사를 처음 소개해주실 때 설명해 주셨는데 잊고 있다가 부친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