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이어온 시리즈 마무리…변화보단 전작들 강점 살려
81세 해리슨 포드의 고별 액션…'인디아나 존스' 마지막 편
올해 81세인 할리우드 배우 해리슨 포드가 다시 중절모를 눌러 쓰고, 갈색 가죽 재킷을 입고, 채찍을 잡았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하 '운명의 다이얼')에서 포드는 관객들에게 익숙한 '인디'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 영화는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1980∼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4050 세대의 많은 사람에게 '인디아나 존스'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메인 테마곡 '레이더스 마치'(Raiders March)도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고고학자 인디가 주인공인 이 시리즈는 신비한 고대 보물을 찾아 세계 곳곳을 누비는 모험 이야기의 매력, 조금은 어설픈 듯해도 힘 있는 포드 특유의 액션, 그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내뱉는 말의 유머, 가족애의 코드 등으로 사랑받았다.

'운명의 다이얼'은 전작들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 느낌을 준다.

이 영화의 도입부는 3편인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의 도입부를 연상시킨다.

'운명의 다이얼'이 펼칠 본격적인 이야기의 전사(前事)로 볼 수 있는 도입부는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정복지에서 약탈한 고대 보물을 열차에 실어 가는 것을 저지하는 인디의 활약상을 보여준다.

인디는 '최후의 성전'의 도입부처럼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 지붕을 뛰어다니며 곡예라도 하듯 격투를 벌인다.

열차가 터널에 진입할 땐 납작 엎드리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한다.

이야기의 중심축이 될 보물도 도입부에 나온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만들었다는 원형의 숫자판 '안티키테라'다.

두 쪽으로 조각나 흩어진 이 유물을 한데 모아 조작하면 '시간의 틈'으로 들어가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 수 있다.

81세 해리슨 포드의 고별 액션…'인디아나 존스' 마지막 편
이 영화는 꽤 긴 도입부에 이어 1969년 미국 뉴욕에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으로 미국이 온통 축제 분위기에 빠져든 날, 인디는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 열차에 함께 탔던 고고학자 친구 '바질 쇼'(토비 존스)의 딸 '헬레나'(피비 월러 브리지)를 만나고, 박물관에 보관 중이던 안티키테라의 반쪽을 그에게 보여주면서 위험천만한 일을 겪는다.

악의 세력이 안티키테라를 손에 넣어 역사를 바꾸려고 한다는 걸 알게 된 인디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해리슨 포드의 나이는 숨길 수 없다.

머리는 하얗게 셌고, 팔다리의 움직임도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젊은 시절을 방불케 하는 역동적인 액션 연기를 펼친다.

말을 타고 지하철 선로를 질주하는가 하면, 달리는 차에서 격투를 벌인다.

모로코의 뒷골목에서 벌이는 자동차 추격에선 마주 오는 차와 정면충돌하기 직전 바로 옆 차로 잽싸게 옮겨 타기도 한다.

'인디아나 존스' 1∼4편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했지만, 이번 작품은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스필버그 감독은 이번 작품의 총괄 제작자로 참여해 인연을 이어갔다.

'프랜차이즈'로도 불리는 시리즈 영화가 대개 그렇지만,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도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1편 '레이더스'를 못 넘어선다는 지적을 받았다.

'운명의 다이얼'도 비슷한 지적을 받을 수 있겠지만, 시리즈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포드의 액션이 젊은 시절보다 못하다고 하더라도 그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포드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에서) 나이가 든 걸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그래야만 '인디아나 존스' 프랜차이즈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8일 개봉. 154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