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는 평택 지제까지 갈 수 있을까 [집코노미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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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코노미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된 라이브 방송을 옮긴 기사입니다.
▶전형진
얼마 전 평택 지제역세권 택지 발표가 있었죠. 당시 엠바고 시간을 지키느라 라이브방송에서 다루지 못했는데, 시차가 있는 만큼 오늘은 신규 택지와 관련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평택은 규모가 매우 큰 도시입니다. 고덕신도시를 비롯한 여러 개의 택지와 도시개발사업이 동시에 진행중이죠. 이번에 발표된 지제역세권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지제역 사이의 빈땅을 채우는 개발사업인데요. 지도상 노란색 부분을 개발하는 단순한 의미에 그치는 게 아니라 주변 택지들과 연담화가 이뤄진다는 게 중요합니다. 화성의 동탄1신도시와 2신도시가 만나는 것처럼, 남양주 다산신도시와 왕숙신도시가 마주보는 것처럼 말이죠. 분당신도시와 판교신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교외개발은 대부분 이렇게 메트로폴리스를 구축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며칠 전 발표된 수원당수2지구도 기존 1지구와 연접한 형태였죠. 지난해 깜짝 공개된 김포 한강2신도시 또한 기존 한강신도시의 잘록한 허리 부분을 마저 채우는 식이었습니다. 왜냐면 이렇게 해야 교통대책을 마련할 때 음영 지역을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3기신도시가 기존 신도시와 다른 부분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수립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제역세권이란 택지 이름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지제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오는구나'라고 연상한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래서 이번 발표는 택지 개발계획 공표보다 GTX의 평택 연장 공식화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왼쪽 노선도에서 보듯 GTX-A·B·C 중에 2개 노선 이상 교차하는 곳이 기존엔 서울역과 삼성역, 청량리역 이렇게 3곳뿐이었는데요. 이번에 A, C노선이 연장되는 것으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지제역 또한 2개 노선을 품게 됐습니다. 서울 이외엔 유일한 사례입니다. 집코노미에서 촬영한 드론으로 보자면 지제역세권 주변 풍경은 이렇습니다. 역사는 복합환승센터로 개발되고 그 서편의 논밭이 아파트숲으로 바뀌는 것이죠. 그런데 정말 여기까지 GTX가 올 수 있는 걸까요? 대통령 공약인 만큼 사업에 당위성이 있기도 하고, 이미 철로도 있으니 그냥 열차만 넣어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싶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하진 않습니다. 사실 A노선의 문제가 복잡한데요. 화면은 동탄역의 지제 방면 철로 배선도입니다. 참고로 삼성 방면도 대칭 구조로 똑같이 설계됐습니다.
GTX-A는 서울 수서역 이남 구간부터 전용선이 아닌 기존선 수서고속철(SRT) 노선을 공유합니다. 화면의 주황색 '지제 방면 주선로'를 타고 내려오는 거죠. 그러다 GTX 열차가 동탄역에 들어서면 선로에서 벗어나 'GTX 승강장'에 정차하는 구조입니다. SRT라면 'SRT 승강장'에 들어갔다가 다시 주선로로 복귀하는 형태죠. 그런데 GTX-A는 종점을 동탄역으로 두고 설계된 노선이기 때문에 승강장에서 본선으로 복귀하는 철로가 없습니다. 손님이 다 내리면 들어왔던 철로로 회차한 뒤 차량기지로 가는 것이죠. 동탄역 승강장에 멈췄다가 지제역으로 가는 길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본선으로 복귀하는 철로를 더 깔면 되지 않을까요? 문제는 동탄역을 지하에 지었다는 점입니다. 본선과 잇는 철로를 깔기 위해선 터널을 뚫는 대공사를 해야 하고, 이는 본선 운행에도 지장을 줄 수 있는 일이죠. GTX의 지제 연장 이야기가 나온 뒤 일부에서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단 의견이 나오는 건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건 본선 복귀 철로가 있는 SRT 승강장에 GTX도 세우는 방안입니다. 여기서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플랫폼의 높이가 다르기 때문이죠.
여객열차를 타다 보면 지하철보단 낮은 높이에서 탑승하며 열차 내부에 있는 계단을 오르게 되는데요. 그래서 여객열차 탑승 플랫폼을 저상홈이라고 부릅니다. SRT또한 저상홈에서 탑승할 수 있는 열차입니다.
그런데 GTX처럼 지하철의 기능을 하는 도시철도나 광역철도는 열차 안에 계단을 두지 않습니다. 승하차에 지장이 없도록 아예 플랫폼을 높여 열차와 맞추는 편이죠. 이런 형태를 고상홈이라고 합니다. GTX는 고상홈 열차입니다.
다시 정리해볼까요. 저상홈인 SRT 승강장에 GTX를 억지로 세우게 된다면 승객들이 서있는 플랫폼의 높이와 열차 출입구의 높이에 맞지 않는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결국 SRT의 저상홈은 그대로 두고 플랫폼의 끝쪽 여유 부분을 고상홈으로 개조해 GTX를 세우는 게 해결 방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도 기술적으로 어렵다면 아예 동탄행과 지제행을 분리해서 운영해야 합니다. 지제행 열차라면 동탄역에 정차하지 않는 식으로 말이죠. 다만 이 경우 동탄 주민들 입장에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GTX-A노선의 모든 열차가 동탄까지 운행하는 것도 아닌데 여기서 다시 일부 배차분을 지제와 나눠야 하니까요. 자칫 지역 갈등이 촉발될 수도 있습니다. 발표는 명료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렇게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게 교통과 관련한 부분입니다. 결국 대통령 공약이란 당위성을 내세워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겠지만 여러 가지 난관은 분명해 보입니다.
GTX의 지제 연장에서 또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철도의 지하화와 관련한 부분인데요. 지상철이 혐오·기피시설화 되면서 철도의 지하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돼버렸지만 이처럼 노선 변경이나 설계 변경이 쉽지 않다는 문제점도 품고 있습니다. 그만큼 처음부터 멀리 내다본 계획, 일관된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표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규모 택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론 지제역세권까지 3기신도시로 분류합니다. 330만㎡(옛 100만평) 이상의 택지를 신도시로 분류하는 불문율을 따른 것인데요. 왕숙, 계양, 교산 등 처음 발표된 3기신도시들과는 5년여의 시차가 있긴 합니다만.. 사실 이는 2기신도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기신도시 첫 발표가 벌써 5년이 됐다는 게 새삼스럽긴 하네요.
이 표에서 눈여겨볼 만한 건 최근 발표된 한강2신도시, 지제역세권과 기존 3기신도시의 밀도 차이인데요. 최근 택지들의 경우 기존 신도시들과 비교하면 면적 대비 목표 가구수가 높은 편입니다. 도시 콘셉트가 저층, 저밀도시에서 콤팩트시티로 전환됐기 때문이죠. 먼 미래의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앞으로 3기신도시에 내집마련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런 부분도 꼼꼼히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조희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