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침해" VS "적절한 업무 집행"
인천시, 여성영화제 상영작서 퀴어영화 배제…논쟁 가열
인천시가 인천여성영화제 상영작 중 퀴어(성소수자) 영화를 배제하도록 요구하자 지역사회에서 찬반 논쟁이 커지고 있다.

21일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회(조직위)에 따르면 인천여성회 등 200여개 단체는 22일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 단체는 영화제 상영작 중 퀴어 영화 제외를 요청한 인천시 조치를 사전 검열로 규정하고 재발 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기로 했다.

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은 "여러 작품 중 단지 퀴어인 여성이 나오는 영화가 있을 뿐"이라며 "인천시는 자의적 판단으로 리스트 변경을 요구하며 예술 작품을 검열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직위는 "인천시가 영화제 실행 계획 승인을 앞두고 퀴어 영화 배제를 요구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시대착오적 행정"이라며 지원금 수령 중단 방침을 밝혔다.

올해 19회째를 맞는 이 영화제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시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진행됐고 올해 역시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된 상황이었다.

영화제 총사업비는 4천400만원으로, 인천시가 4천만원을 지원하고 조직위가 400만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나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보조금 지급이 불발됐다.

조직위는 "인천시가 앞장서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행정을 하고 있다"며 "인천시 지원을 거부하고, 우리 힘으로 영화제를 치르기로 했다"고 알렸다.

인천시, 여성영화제 상영작서 퀴어영화 배제…논쟁 가열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의 방침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오며 논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인천옳은가치시민연합 등 43개 단체는 이날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한 행정을 보인 인천시를 압박하는 인천여성회를 규탄한다"며 "영화제 관련 모든 행사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인천시 담당 부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사업에 대해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며 "인천시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제안을 하면서 적절한 업무 집행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 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의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가지도록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영화제가 열리는 것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시는 "잘못된 성 인식이 생길 수 있어 교육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조직위에 상영작 일부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직위는 반박지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두 사람'을 이번 영화제 폐막작으로 공개했다.

이 작품은 20대 시절 언어가 통하지 않던 낯선 나라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수현과 인선이 인연을 맺어 노년까지 연대하고 돌보며 사랑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제는 다음 달 14일부터 사흘간 인천시 미추홀구 '영화공간 주안' 3·4관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