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즈볼' 이승원에 김은중호 동료들 조언 "K리그 쉽지 않아"

배준호 "U-20 월드컵 4강은 지나간 일…이제 K리그에 집중"
이승원 "이번 대회는 '인생의 기회'…출전 수 조금씩 늘려갈 것"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을 달성한 김은중호의 주축들은 '브론즈볼'에 빛나는 이승원(강원)을 향해 "K리그는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1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개최한 'U-20 월드컵 활약 K리거 미디어데이'에는 주장 이승원을 비롯해 김준홍, 이영준(이상 김천), 배준호(대전)가 참석해 다시 K리그에 참전하는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결전지' 아르헨티나에서 돌아와 한국 땅을 밟은 지 1주일이 지난 이날 선수들의 주된 관심사는 소속팀에서의 경쟁이었다.

배준호가 "좋은 성적을 거둬 행복하지만 지나간 일이고 이제 리그에 집중해야 한다"고 하자 이영준도 새로 부임한 정정용 감독을 언급하며 "나도 많은 경기를 출전해 감독님의 축구를 배우고 몸으로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배준호는 이번 대표팀 소속 선수 중 유일하게 K리그 팀에서 주전으로서 입지를 확보했다.

이영준도 3시즌 동안 도합 30경기 이상을 출전했고, 김준홍도 김천 상무에 합류하기 전 전북 현대에서 4경기를 뛰었다.

월드컵에서 3골 4도움을 올려 우리나라 남자 선수로는 FIFA 주관 대회에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작성한 이승원이 오히려 K리그 출전 경험이 없다.

지난해 말 강원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진출했지만, 아직 K리그1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강원 B팀이 나서는 K4리그(4부리그)에서만 뛰었다.

K리그 '신출내기' 이승원을 향해 세 선수는 모두 단단히 각오를 다지라고 조언했다.

세계 무대라 해도 연령별 대표에서 활약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만큼 만만한 전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준홍은 "내가 출전 시간이 많지 않지만, 쉽지 않은 곳이라 말해주고 싶다"고 하자, 배준호도 "이런 말이 우습게 들릴 수 있지만, 정말 쉽지 않다.

세계 무대에서 느끼지 못한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준은 "경기가 치열하고 속도 측면에서도 대단하다.

K리그는 절대 수준이 낮지 않다"며 "수준 높은 리그에서 잘 준비해서 많은 경기에 나서길 바란다"고 했다.

동료들을 둘러보며 "K리그 선배님들의 훈수 말씀을 잘 들었다"고 웃은 이승원은 "벽이 높은 리그라는 걸 안다"며 "빨리 적응하는 게 제일 먼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열린 K리그1 강원FC의 미디어데이에서 올 시즌 '5경기' 출전을 바란다고 한 이승원은 "K리그 시즌이 많이 흘렀는데 내가 늦게 합류했다.

그런 만큼 적은 경기 수를 목표로 뛰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 5경기를 10경기로, 15경기로 늘려가면 된다"고 당차게 말했다.

배준호가 얻어낸 페널티킥 덕에 상대적으로 손쉽게 득점을 쌓을 수 있었던 이승원은 브론즈볼 수상에 대한 배준호의 공헌도가 20%라고도 강조했다.

반면 50%를 주장한 배준호는 "20%까지 깎을 줄 몰랐는데, (이승원이) 밥을 사겠다고 하니 최대한 비싼 음식으로 얻어먹겠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선수들은 모두 이번 대회의 선전을 '인생의 기회'라고 봤다.

이승원은 "우리가 어려서 경험도, 인지도도 없었다.

이번 대회는 우리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무대라 생각해서 함께 뭉쳐서 실력으로 증명하자고 했다"고 돌아봤다.

김준홍도 "상무에는 연령별 대표팀을 거친 형들이 많은데 다들 '인생을 바꿀 기회'라고 조언해줬다"고 했다.

소속팀에서 출전 경쟁이 당면 과제인 선수들이지만, 먼 훗날의 성공에 대한 열망을 감추지는 못했다.

이번 대회 기간 한솥밥을 먹은 김지수(성남)가 이날 오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브렌트퍼드 입단을 위해 영국 런던으로 떠난 사실을 선수들은 알고 있었다.

배준호는 "모든 선수의 꿈이 유럽 무대고 나도 더 큰 무대로 가서 뛰고픈 마음이 있다"며 "최종 목표는 EPL에서 뛰는 거다.

황인범 선수가 롤모델이지만 해외 선수 중에는 케빈 더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선수"라고 했다.

김준홍은 "레알 마드리드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선수 중에서는 바르셀로나(스페인)의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이 좋다"며 "정말 열심히 한다면 언젠가 레알 마드리드로 가서 엘클라시코에서 테어 슈테겐 선수와 맞붙고 싶다"고 말했다.

이영준은 해외 선수보다 K리그1 울산 현대의 주민규를 닮고 싶은 선수로 꼽은 가운데 이승원은 자신보다 두 살 많은 한국 축구의 차세대 간판 이강인(마요르카)과 함께 뛰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이승원은 "어릴 때부터 많이 보고 배운 선수다.

큰 무대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쌓아온 선수라 배울 게 많다.

함께 뛸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