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하한가 사태 원인은 '반대매매'…대주주 담보 주식 주의해야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SG증권발 이어 5개 종목 하한가 사태…원인은 '반대매매'
대주주 반대매매 가장 위험, 무자본 M&A 부작용으로

반대매매 악순환 고리, 경영권 위협하기도…사례 살펴보니
사채 끌어써도…투자자 자세한 내막 알기 어려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건에 이어 이달 5개 종목 하한가 사태 등을 겪으면서 시장에선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두 사건에서 공통으로 언급되는 단어는 '반대매매'이다. SG증권발 사태는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 5개 종목은 투자자들이 반대매매를 우려해 대량 매도하면서 주가가 하한가로 추락했다는 분석이다.

사실 반대매매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단어 중 하나다. 코스닥시장에서 이유 없는 급락 종목 대부분은 반대매매로 인해 벌어진 일이 많다. 상장사 주식의 반대매매는 보유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경우에 발생한다. 증권사나 사채업자 등 돈을 빌려주는 측과 담보비율을 정하는데, 이들은 주가가 하락해 약속한 담보비율 아래로 내려오면 가차 없이 매도한다.

악순환 고리 만드는 대주주 반대매매

반대매매에 따른 주가 급락은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줘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하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특히 최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담보를 맡겼다면 반대매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주가가 담보 비율 밑으로 떨어질 경우 지속적으로 반대매매가 이어져 최대주주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주식이 많은 주주를 찾아 최대주주라고 공시하지만, 회사 경영과 무관한 인물이 대다수다. 결국 경영권이 극도로 불안정해져 분쟁이나 거래 정지 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최대주주의 반대매매는 회사 내부의 어려운 자금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거래 정지 중인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는 최대주주인 한국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20.31%에 달했으나, 그해 12월부터 수차례 반대매매를 맞으면서 지분율이 지난 3월 1.33%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한국테크놀로지는 지난 3월 최대주주가 한국이노베이션 외 2명에서 지분 1.45%를 보유하고 있는 J사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던 투자자들도 한발 물러나 모든 투자 계획이 무산됐다. 이후 J사마저도 한국테크놀로지 지분을 팔아치우면서 최대주주가 송모씨(지분율 0.41%)로 변경됐다. 1000원 안팎에 거래되던 주가도 300원대로 급락했으며, 지난 2월에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함에 따라 매매거래도 정지됐다.

무자본 인수·합병(M&A) 사례에서 반대매매가 자주 발생한다. 무자본 M&A는 자기 자본 없이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그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지만 무리한 시세차익 추구로 허위사실 유포, 시세 조종, 횡령 등 자본시장법상 금지 행위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속은 텅 비어있는 셈이다.

무자본 M&A에도 반대매매 위험

실제로 3년 전에 최대주주가 변경된 지 1주일 만에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문제가 생긴 코스닥 상장사가 있다. 비디아이라는 곳이다. 시장에선 새로운 최대주주가 취득한 주식이 반대매매 당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주가가 곤두박질친 뒤 나온 대주주 지분 공시는 시장의 의혹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새 최대주주의 자금 대부분이 외부에서 차입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자기자본이라고 밝힌 50억원 조차 사채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이었다. 이 자금은 명동 사채 시장에서 조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분명히 공시에선 자기자본이라고 밝혔지만, 대부분의 주식이 반대매매 당하면서 허위공시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 기업은 당시 바이오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주가가 6배 가까이 급등하는 등 시장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비디아이의 반대매매 사태로 새 최대주주 측의 무자본 M&A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바이오 신사업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후에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지금은 거래정지 상태에서 상장폐지 실질 심사를 받고 있다. 회사를 믿고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만 당한 것이다.

상장사들이 고율의 이자와 위험을 감수하고 명동 사채시장을 기웃거리는 이유는 낮은 신용도와 편의성 때문이다. 은행, 증권사 등 제도권에서 추가 대출이 어려워 사채로 불리는 비제도권으로 몰린다. 일반적으로 증권사 주식대출 담보비율은 140% 수준이지만 명동의 경우 200% 이상까지 대출해 주는 경우도 많다.

예상대로 현금흐름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빌린 돈을 기한 내에 갚지 못하거나 주가가 담보비율 아래로 하락할 경우 상황은 급격히 악화된다. 당장 담보 물량에 대한 무자비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 개인투자자는 넋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짙은 반대매매 그림자, 불법의 온상 될라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투자자들은 자세한 내막을 알 길이 없다. 더군다나 비디아이처럼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온 경우 반대매매 여부 자체를 파악하기 힘들다. 자기자본으로 둔갑해서 시장에 공시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의 반대매매는 투자자에게 가장 큰 위험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반대매매 개념과 같지만, 결과적으로 회사에 미치는 피해가 더 크다. 만약 최대주주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해 채권자가 주식을 장내에서 임의 처분할 경우 회사의 경영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매매 그림자가 짙어진 상황에선 불법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우선 담보로 맡긴 주식이 반대매매 되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주가조작을 일삼을 수밖에 없다.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므로 회사 자금을 빼돌릴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

전문가들은 당장 개인투자자들이 대주주의 반대매매를 피하기 위해선 투자 종목을 신중하게 선별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처 방안이 없다고 말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투자자들이 외부 자금조달 없이도 회사 운영이 가능한 재무건전성을 가졌는지, 나아가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이 없는 종목인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