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 유치·세컨하우스단지 구축…체류형 관광 활성화
새 인구개념 긍정 평가 여론 …"기준 느슨하다" 무용론도
"생활인구 늘려라" 지방소멸 위기 맞서 지자체들 안간힘
정부가 정주인구뿐 아니라 지역에 체류하면서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사람까지 지역의 인구로 보는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하면서 지방소멸 위기를 맞은 지자체들이 생활인구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올해 7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생활인구 시범 산정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생활인구의 세부 요건 등에 관한 규정 및 관련 법령에 따르면 생활인구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으로 등록한 사람과 체류하는 사람, 외국인으로 구성된다.

체류 기준은 통근·통학·관광 등의 목적으로 주민등록지 이외의 지역을 방문해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경우다.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하거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사람이다.

지자체들이 생활인구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정부의 교부세 배분이나 국가보조금 사업 지원 등에 생활인구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해 '워케이션'(일과 휴가의 합성어) 유치, 세컨 하우스 단지 구축 등 두 지역 살기 기반 조성과 체류형 관광지, 휴양 마을 등 정주 여건 개선에 나서고 있다.

◇ 워케이션·공유오피스 등 구도심 활용
"생활인구 늘려라" 지방소멸 위기 맞서 지자체들 안간힘
전국 대도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시는 생활인구를 늘리는 방편으로 워케이션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최근 IT기업들을 중심으로 떠오르는 새로운 근무 형태다.

휴양지에서 근무도 하고 여가도 즐기면서 삶과 업무의 균형을 잡는 기업 복지 제도 중 하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부산의 정주 인구 1명이 유출되고 1박 2일 관광객 31명이 부산을 찾으면 지역 경제는 그대로 유지가 된다.

시는 올해 5월 동구 아스티 호텔 24층 꼭대기 층에 '부산워케이션 거점센터'를 만들어 개소했다.

거점센터는 워케이션으로 부산을 찾는 기업 직원들이 출근해 일할 수 있는 공유 사무실로, 워케이션 유치를 위해 지자체가 나서서 공간을 조성해준 것이다.

시는 부산에서 5일 이상 머무르며 기업들이 워케이션을 할 경우 1인당 5만의 체류비도 지원한다.

부산에서 인구 감소가 심각한 원도심 3개구(서구, 동구, 영도구)도 생활인구 유입을 위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힘을 합친다.

이들 구는 업무협약을 맺고 3개 구 생활권 전체를 포괄하는 통합 관광코스 개발하고 단계적으로 활성화해 나서기로 했다.

3개 구의 공공기관 내 유휴공간도 '워케이션' 사무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생활인구 늘려라" 지방소멸 위기 맞서 지자체들 안간힘
경북도는 경북문화관광공사와 함께 이달부터 워케이션 상품 판매에 들어갔다.

'일과 쉼이 하나가 되는 곳, 일쉼동체'를 주제로 논이 보이는 경치, 한옥, 힐링, 반려견 등 다양한 소재 상품을 운용하고 강, 산, 바다를 활용한 자연 속 공유오피스와 숙박시설을 제공한다.

도는 또 생활인구 확보를 위해 세컨 하우스 구축 및 지역민 연계 프로그램 운영 등 두 지역 살기 기반 조성, 휴식·여가·지역탐방·일자리 제공 등 '1시·군 1생활인구 특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경주 등 7개 시·군에서는 한옥, 리조트, 게스트하우스 등 여러 형태 숙박시설과 공유오피스를 제공하고, 반려견과 함께 근무할 수 있도록 반려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제주도도 생활인구 유입을 늘리기 위해 워케이션 빌리지 조성 등 기업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제주도는 워케이션 빌리지, 스타트업(신생기업) 빌리지, 청년 빌리지 등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워케이션 빌리지는 휴가지에서 휴식을 즐기며 동시에 일을 병행할 수 있는 단지 형태의 마을을 말한다.

최명동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전 지역이 기업 유치에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신성장산업, 분산 근무 기업 유치 등 이전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농촌도 체류형 관광지·휴양 마을 등 정주 여건 개선
전북 남원시는 생활인구 20만명을 달성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

시는 지역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생활인구를 적극적으로 늘려나가기로 하고 체류형 관광지 조성, 공공 산후조리원 건립, 인재학당 건립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체험 휴양마을 활성화, 외국인 유학생 유치, 농촌 정주 여건 개선 등의 사업도 펼치기로 했다.

시는 이를 통해 내년에 생활인구 10만명을 달성하고 2025년 15만명, 2026년 20만명을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생활인구 늘려라" 지방소멸 위기 맞서 지자체들 안간힘
제주도는 농촌지역 청년인구 유출을 막고 청년들의 도내 유입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청년 일자리 연계 정착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이밖에 읍면동 서비스 개선사업, 찾아가는 어르신 한방 지원, 제주농업 인력지원센터 운영, 제주문화 중개소 운영 등도 추진된다.

경남도는 일과 휴식을 함께 하는 '워케이션' 농촌체험휴양마을 조성사업 10개 마을을 선정했다.

노후한 숙박시설, 회의실, 체험시설 정비 등 마을환경을 새롭게 정비하고 워케이션 유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창원시는 진해 동부지역의 인구 유입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담팀(TF·태스크포스)을 구성해 실거주지와 주민등록 주소지가 일치하지 않는 인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는 데 이어 정주 여건 개선 등 작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통영시 욕지 도동항에는 어촌살이 스테이션 등 다양한 워케이션 인프라를 조성해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정주 여건 개선, 섬 지역 특화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전남 곡성도 생활인구 증가와 지역 활력 회복을 위해 러스틱타운 고도화사업, 곡성형 유학마을 조성 등 38개의 핵심·중점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 새로운 인구 개념 지역 활성화에 도움…"기준 느슨해" 무용론도
"생활인구 늘려라" 지방소멸 위기 맞서 지자체들 안간힘
생활인구는 기존 정주인구 개념보다 더 넓은 개념을 사용하면서 지방소멸이나 인구감소지역 확대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새로운 방식으로 측정한 생활인구는 관광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요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또 생활인구 증가를 위한 정책이 정착되면 주민등록인구나 상주인구 증가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감소, 지역쇠퇴, 지역소멸 등 문제를 맞닥뜨린 상황에서 기존 인구 개념만을 보는 것은 한계에 봉착했다"면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상주인구를 늘리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겠지만, 생활인구부터 먼저 늘리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가 인구감소지역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디지털 관광주민증제도 등 지역 인구를 유지하고, 늘리기 위한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독일에서 시행하는 복수 주소 제도를 응용한 '복수 주민등록증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봐야 한다.

이는 현재 시행 중인 '고향사랑기부제'보다 더 혁신적인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생활인구의 기준이 너무 느슨해 실제로 지방소멸을 막는 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행안부가 마련한 생활인구에는 주민등록지 이외의 지역을 방문해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경우도 포함하고 있다.

강원도는 생활인구 개념이 너무 느슨한 만큼 이후 더 영향력 있는 지표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원도를 찾는 관광객과 현재 운영 중인 워케이션 사업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인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생활인구 기준이 너무 느슨해 실망했다"면서 "관광객 늘리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만큼 믿을 수 있는 지표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활인구 늘려라" 지방소멸 위기 맞서 지자체들 안간힘
(정종호 장지현 고성식 이승형 이해용 차근호 김상연 김진방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