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가해자들] ③ 장거리 손님인 줄 알았는데…택시기사 살인범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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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된 영주 택시기사 살해사건…범인, 영주·상주·안동 세 곳 오가
경북경찰 "과학수사로 검거하지 못할 범인은 없다…끝까지 수사" "용의자는 과속 단속카메라에 얼굴만 덩그러니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
2003년 5월 경북 상주시 내서면 능암리 퇴동 마을이라 불리는 곳에서 일어난 택시기사 살인 사건이 20년째 미궁 속에 빠져있다.
17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피해자인 개인택시 운전기사 김모(당시 43세)씨는 '장거리 손님'인 줄 알고 용의자를 경북 영주에서 태웠다가 상주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택시는 시신이 있는 곳에서 100여㎞ 떨어진 안동에서 발견됐다.
영주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 범인이 상주에서 범행을 실행, 안동으로 최종 도주하며 광범위한 지역을 오간 사건임에도 폐쇄회로(CC)TV나 수사 기법 등이 현재에 미치지 못해 사건은 끝내 미제로 남아버렸다.
◇ 이동 거리 80㎞…119상황실에 들어온 피해자의 SOS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밤인 2003년 5월 22일 오후 11시 55분께 피해자 김씨는 경북 영주시 휴천동 영주역 인근 한 우체국 앞에서 용의자를 태웠다.
김씨는 용의자를 태우기 전인 오후 10시 58분, 오후 11시 54분 두 차례 발·수신이 가능한 공중전화와 자신의 휴대전화로 통화했다.
택시는 23일 오전 0시 20분 영주시 문정동 LPG 충전소에서 가스 35.11ℓ를 채우고 80㎞ 떨어진 상주시 내서면 능암리 퇴동마을로 이동했다.
그로부터 1시간 뒤 피해자의 생전 마지막 흔적은 소방 당국에 남았다.
오전 1시 13분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119상황실에 발신한 통화가 기록됐다.
아무런 말 없이 끊기는 전화에 상주소방서 119상황실은 2분 뒤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으나 응답은 없었다.
119상황실로 신고가 들어와도 경찰 112상황실과 실시간 공조가 바로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사망한 피해자는 다음 날 아침 마을 주민에 발견됐다.
흉부 2곳과 복부 1곳에 자창을 입은 상태였다.
◇ 얼굴만 남기고 사라졌다…무인 단속카메라에 찍힌 용의자
피해자를 살해한 용의자는 사건 직후 택시를 빼앗아 안동시 운흥동으로 내달렸다.
그 시절 안동역이 있던 동네다.
가게 앞에 택시를 주차한 용의자는 단 하나의 단서를 남겼다.
그가 간과한 건 무인 과속 단속카메라였다.
범인은 상주시 외서면 연봉리에 있는 무인 단속카메라 앞에서 93㎞로 과속 주행하며 모습이 촬영됐다.
경찰은 피해자 김씨의 주변 인물과 금전 관계, 일대 전과자 등 우범자, 택시를 자주 이용한 손님과 사건이 발생한 주변 공사장 인부들을 중심으로 수사했다.
범행을 위해 미리 대기한 다른 차량이 있거나, 용의자를 태워준 또 다른 택시가 있었는지 등도 살폈으나 추가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한때 유력 용의자를 긴급체포하기도 했으나, 2005년 5월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사건은 끝내 미제로 편철됐다.
담당 수사팀이었던 손규하 경감은 지난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용의자는 일대 지리에 익숙한 사람으로 보였다"라며 "용의자가 흔적을 남긴 이상 언젠가 반드시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 공소시효 폐지되며 본격 재수사
2016년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되며 경찰은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게 됐다.
사건 기록을 재분석하고 통화 내역과 금전거래, 택시 이용 고객을 들여다보며 수사 대상자를 다시 선정했다.
2003년 퇴동마을 일대는 중부내륙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었기에, 인부 수백명이 오갔다는 점은 주요 단서로 떠올랐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공사장을 오간 인부 중에 갑자기 사라지는 등 의심스러운 인물 목록도 작성 중이다.
범인이 촬영된 무인 단속카메라 사진을 3차례에 걸쳐 선명화 작업을 해 신문과 방송 등 대중매체에 내보내 시민 제보도 유도했다.
그 결과 몽타주와 닮은 지인을 안다는 취지의 제보 등 제보 28건이 들어오고, 재검색으로 택시 외부에서 남녀 각 1명의 쪽지문이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 경찰은 당시 영주역 인근에 술집이 많았다는 점을 토대로 요금 시비, 택시강도, 원한 관계 등에 따른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강병구 경북경찰청 미제사건전담 팀장은 "과학 수사가 발전하며 경북 경찰은 13년 된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도 했다"며 "과학수사를 통해 검거하지 못할 범인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CTV에 범인이 찍힌 이상 증거물을 재감정해 잡고야 말겠다"며 "시민 제보가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으므로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당부했다.
이 사건 관련 신고는 경북경찰청 미제사건전담팀(☎ 054-824-2873)에 하면 된다.
/연합뉴스
경북경찰 "과학수사로 검거하지 못할 범인은 없다…끝까지 수사" "용의자는 과속 단속카메라에 얼굴만 덩그러니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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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경북 상주시 내서면 능암리 퇴동 마을이라 불리는 곳에서 일어난 택시기사 살인 사건이 20년째 미궁 속에 빠져있다.
17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피해자인 개인택시 운전기사 김모(당시 43세)씨는 '장거리 손님'인 줄 알고 용의자를 경북 영주에서 태웠다가 상주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택시는 시신이 있는 곳에서 100여㎞ 떨어진 안동에서 발견됐다.
영주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 범인이 상주에서 범행을 실행, 안동으로 최종 도주하며 광범위한 지역을 오간 사건임에도 폐쇄회로(CC)TV나 수사 기법 등이 현재에 미치지 못해 사건은 끝내 미제로 남아버렸다.
◇ 이동 거리 80㎞…119상황실에 들어온 피해자의 SOS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밤인 2003년 5월 22일 오후 11시 55분께 피해자 김씨는 경북 영주시 휴천동 영주역 인근 한 우체국 앞에서 용의자를 태웠다.
김씨는 용의자를 태우기 전인 오후 10시 58분, 오후 11시 54분 두 차례 발·수신이 가능한 공중전화와 자신의 휴대전화로 통화했다.
택시는 23일 오전 0시 20분 영주시 문정동 LPG 충전소에서 가스 35.11ℓ를 채우고 80㎞ 떨어진 상주시 내서면 능암리 퇴동마을로 이동했다.
그로부터 1시간 뒤 피해자의 생전 마지막 흔적은 소방 당국에 남았다.
오전 1시 13분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119상황실에 발신한 통화가 기록됐다.
아무런 말 없이 끊기는 전화에 상주소방서 119상황실은 2분 뒤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으나 응답은 없었다.
119상황실로 신고가 들어와도 경찰 112상황실과 실시간 공조가 바로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사망한 피해자는 다음 날 아침 마을 주민에 발견됐다.
흉부 2곳과 복부 1곳에 자창을 입은 상태였다.
◇ 얼굴만 남기고 사라졌다…무인 단속카메라에 찍힌 용의자
피해자를 살해한 용의자는 사건 직후 택시를 빼앗아 안동시 운흥동으로 내달렸다.
그 시절 안동역이 있던 동네다.
가게 앞에 택시를 주차한 용의자는 단 하나의 단서를 남겼다.
그가 간과한 건 무인 과속 단속카메라였다.
범인은 상주시 외서면 연봉리에 있는 무인 단속카메라 앞에서 93㎞로 과속 주행하며 모습이 촬영됐다.
경찰은 피해자 김씨의 주변 인물과 금전 관계, 일대 전과자 등 우범자, 택시를 자주 이용한 손님과 사건이 발생한 주변 공사장 인부들을 중심으로 수사했다.
범행을 위해 미리 대기한 다른 차량이 있거나, 용의자를 태워준 또 다른 택시가 있었는지 등도 살폈으나 추가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한때 유력 용의자를 긴급체포하기도 했으나, 2005년 5월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사건은 끝내 미제로 편철됐다.
담당 수사팀이었던 손규하 경감은 지난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용의자는 일대 지리에 익숙한 사람으로 보였다"라며 "용의자가 흔적을 남긴 이상 언젠가 반드시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 공소시효 폐지되며 본격 재수사
2016년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되며 경찰은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게 됐다.
사건 기록을 재분석하고 통화 내역과 금전거래, 택시 이용 고객을 들여다보며 수사 대상자를 다시 선정했다.
2003년 퇴동마을 일대는 중부내륙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었기에, 인부 수백명이 오갔다는 점은 주요 단서로 떠올랐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공사장을 오간 인부 중에 갑자기 사라지는 등 의심스러운 인물 목록도 작성 중이다.
범인이 촬영된 무인 단속카메라 사진을 3차례에 걸쳐 선명화 작업을 해 신문과 방송 등 대중매체에 내보내 시민 제보도 유도했다.
그 결과 몽타주와 닮은 지인을 안다는 취지의 제보 등 제보 28건이 들어오고, 재검색으로 택시 외부에서 남녀 각 1명의 쪽지문이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 경찰은 당시 영주역 인근에 술집이 많았다는 점을 토대로 요금 시비, 택시강도, 원한 관계 등에 따른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강병구 경북경찰청 미제사건전담 팀장은 "과학 수사가 발전하며 경북 경찰은 13년 된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도 했다"며 "과학수사를 통해 검거하지 못할 범인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CTV에 범인이 찍힌 이상 증거물을 재감정해 잡고야 말겠다"며 "시민 제보가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으므로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당부했다.
이 사건 관련 신고는 경북경찰청 미제사건전담팀(☎ 054-824-2873)에 하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