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장애자의 날 12주년…"2012년 런던 패럴림픽 첫 참가 후 인식 변화"
[평양NOW] 北 장애자보호법 20주년…권리 옹호에도 갈 길 멀어
북한이 장애자보호법 제정 20주년(6월 18일)인 올해 장애인 권리를 옹호하는 입장을 잇달아 밝히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2일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아동 착취를 비난하면서 북한에서는 어린이들의 권리가 법적으로 담보되고 있다며 장애자보호법 채택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2003년 6월 18일 제정된 장애자보호법에서는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학령 전 장애자를 탁아소나 유치원, 전문 회복 치료기관에서 무상으로 교육하고 장애 청소년을 중등 의무교육에서 제외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교통운수기관과 서비스 기관 등은 장애자에게 교통수단, 편의시설, 체신수단 등의 이용 편의를 보장하며 그들을 친절히 대하고 우선으로 봉사해야 한다고 돼 있다.

장애자보호법 제정일은 2011년부터 '장애자의 날'로 지정돼 올해로 12주년을 맞았다.

북한은 지난 1일 평양에서 장애 어린이들의 6·1 국제아동절 기념모임도 열었다.

모임에서는 장애 어린이들과 유치원 어린이들이 출연하는 예술소품 공연과 체육, 오락경기가 진행됐다.

지난달 31일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17살 때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장애 여성이 결혼 후 인민반장과 많은 주민의 보살핌을 받았고, 임신했을 때는 출산 9개월 전부터 평양산원에 입원해 검진과 치료를 받는 등 사회적 혜택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평양NOW] 北 장애자보호법 20주년…권리 옹호에도 갈 길 멀어
북한은 2013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하고 2018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보고서를 처음으로 제출하는 등 장애인 지원 수준을 세계적 눈높이에 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올해 장애인 지원 관련 보도도 비교적 늘리고 있다.

한국 내에서 북한 장애인을 전문으로 돕는 단체인 국제푸른나무재단의 곽수광 대표는 국립통일교육원과 출판사 열린책들이 함께 펴낸 '농인의 눈으로 본 북한'(저자 임서희)이라는 책에서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 북한 장애인이 처음 공식적으로 출전하면서 북한 내 인식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다고 밝힌 바 있다.

곽 대표에 따르면 북한 장애인 선수(수영 종목 림주성)가 비록 한 명이라도 어렵사리 올림픽에 출전한 후 전 세계에서 주목하자 북한은 복지정책도 개선하기 시작했다.

새로 짓는 건물마다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이 따로 마련되고, 평양 순안공항에 장애인을 위한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됐다.

또 평양 시내에 장애인들만을 위한 택시가 다니기 시작했다.

장애인들에게 잘해 주는 것이 국가적 위신을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에서 장애인 인권 보호가 후진국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가 2017∼2022년 탈북한 북한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그 존재 자체를 불명예로 인식하는 것처럼 부정적이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장애인의 결혼, 출산을 제한하고 '난쟁이 마을' 등을 만들어 격리된 곳에서만 거주하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때 수도 평양에서는 장애인들이 거주하지 못하도록 강제 이주시켰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일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장애인을 지원하려고는 하지만 재정적 여건이 안 돼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그렇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바뀔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에는 코로나가 터지고 대외관계도 안 좋아 지면서 대내 통제에 더 주안점을 두는 것 같다"며 "제한된 자원 속에서 장애인 지원 관련 업무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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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