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후 철회 못하는 통신사 약관…대법 "부당한 제한"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철회하지 못하도록 한 이동통신사 약관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5일 한국소비자연맹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소송의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보냈다. 이동통신 회선을 개통하고 청약을 철회하지 못하도록 한 SK텔레콤의 약관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원심은 회선이 개통돼 서비스가 개시된 이상 서비스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소비자는 사업자의 의사에 반해 청약 철회를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방문판매법과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권의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회선이 개통돼 이동통신서비스 일부가 사용·소비됐다고 하더라도 청약철회권 행사가 제한될 정도로 서비스에 현저한 가치 감소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부 가치가 감소했더라도 이동통신서비스 계약에서 제공이 예정된 전체 서비스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부분"이라며 "소비자는 아직 제공되지 않은 서비스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소비자단체가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제기한 소비자단체소송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단 사례다. 단체소송은 해당 사업자에게 소비자 권익 침해 행위를 금지하거나 중단하도록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효력이 소비자 전체에게 미치게 된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같은 단체가 KT를 상대로 낸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 및 중지 소송도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2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회선과 단말기의 '묶음 계약'에서 진정으로 회선 이용 청약 철회 효과가 나타나려면, 휴대전화만 반납하면 위약금 없이 단말기 계약도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KT는 휴대전화의 경우 판매되는 즉시 가치가 하락하므로 청약 철회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소비자가 약정기간을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위약금을 내야한다고 맞섰다.

원심은 단말기는 별개의 계약이라고 보고 위약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KT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결론은 소비자가 단말기 지원금 반환이라는 부담 때문에 실질적으로 회선 청약철회권까지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이 특정 조건에서 단말기 구매계약도 철회가 가능하다고 확정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파기환송심을 통해 소비자의 단말기 계약 철회를 KT가 제한할 사유가 있는지, 소비자에 이를 충분히 설명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더 따져보라는 취지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