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LOS 설립 이후 한국 재판관 지속 선출 '쾌거'…10월부터 활동
자국 분쟁에도 참여 가능해 국익 보호 밑바탕 역할 기대

국제해양법재판관 3명 연속 배출…이자형 외교부 국장 당선(종합2보)
한국이 바다와 관련한 모든 분쟁을 다루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3명 연속 재판관을 배출했다.

주유엔대표부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자형 외교부 국제법률국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33차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총회를 계기로 치러진 2023∼2032년 임기의 ITLOS 재판관 선거에서 당선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그룹의 2개 공석을 놓고 한국, 일본, 이라크가 경합한 이번 선거에서 이 국장은 전체 167개국 중 164개국이 투표한 가운데 144표를 얻어 일본의 호리노우치 히데히사 후보와 함께 당선 요건인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었다.

이로써 한국은 1996년 ITLOS 설립 이래 빠짐없이 재판관을 진출시켰다.

고(故) 박춘호 재판관이 지난 1996년부터 2008년까지, 백진현 전 재판관이 2009년부터 현재까지 각각 ITLOS에서 활약했거나 활동 중이다.

이자형 국장은 오는 10월 백진현 재판관과 '배턴 터치'를 해서 임무를 수행한다.

이 국장은 "한국 후보라는 점이 당선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는 재판관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ITLOS는 '바다의 헌법'이라고 불리는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라 설립된 상설 국제재판소로, 바다의 이용, 개발, 조사, 해양생태계 보존, 해양 관련 기술개발 등 바다에 관한 모든 분쟁의 시비를 가릴 수 있다.

재판관은 아태·동유럽·서유럽·중남미·아프리카 등 5개 그룹별로 의석을 배분해 총 21명이며, 임기는 9년(연임 가능)이다.

국적은 모두 달라야 한다.

ITLOS 설립 이후 한국이 재판관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 큰 의미가 있다.

한국과 관련한 해양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국익을 보호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바다를 통한 진출과 바다의 평화·번영 유지는 한국에게 필수적"이라며 "ITLOS 재판관은 중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하지만 자국의 분쟁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각국이 자국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다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한국 관련 해양 분쟁이 ITLOS에서 논의될 경우 한국인 재판관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중립적 역할을 해야 하므로 편향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관 기피제도도 있다.

이자형 국장은 외교부 국제법규과장과 주유엔 참사관(법률팀장), 주아프가니스탄 대사 등을 거쳐 국제법률국장을 맡고 있는 국제법 전문가로, 다양한 해양법 관련 협상에서 한국 대표단을 이끌었다.

이 국장이 이처럼 전문성을 갖춘 후보이기는 하지만 외교부 또한 본부와 재외공관이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이번 선거 결과는 정부의 글로벌 중추 국가 외교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과 신뢰가 재확인된 것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 진출에 이은 또 하나의 우리 외교의 쾌거'라며 "정부는 해양 분야에서 규범 기반 국제 질서 형성에 기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해양법재판관 3명 연속 배출…이자형 외교부 국장 당선(종합2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