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추가인상 시사에…한은, 4연속 동결과 추가 인상 사이 '고심'

미국이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인상을 강력히 시사함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가 우려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일(현지시간)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p)로 유지됐다.

그러나 연준이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연내 0.50%p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한국은행이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경우 올해 연말 한미 금리차는 2%p를 넘어 최대 2.25%p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사상 유례 없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은은 당장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부터 경기·금융 불안에 초점을 맞춰 금리를 계속 동결할지, 내외 금리차에 따른 환율 등 위험을 고려해 추가 인상에 나설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금리차 2.25%p까지 벌어지나…환율상승·자금유출 압박↑
◇ 연준, 금리 동결했지만…올해 금리 전망치는 5.1→5.6%
연준은 13∼1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00~5.25%로 묶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동결이 일시적일 뿐, 언제라도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라며 "거의 모든 (FOMC) 위원들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FOMC 회의에서 새로 공개된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 상의 올해 금리 전망치 중간값(5.6%·5.50∼6.00%)도 3월 당시(5.1%·5.00∼5.25%)보다 0.50%p 높아졌다.

앞으로 7, 9, 11, 12월 회의에서 최소 두 번의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이나 한 번의 빅 스텝(0.50%p 인상)이 뒤따를 수 있다는 뜻이다.

한미 금리차 2.25%p까지 벌어지나…환율상승·자금유출 압박↑
◇ 금리차 최대 2.25%p 가능성에 환율·자금 '촉각'…한은도 "못 올린다고 생각하지 말라"
이미 한국(3.50%)과 미국(5.00∼5.25%)의 기준금리 격차는 1.75%p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만약 미국이 FOMC 위원들의 전망대로 연내 기준금리를 0.50%p 더 올리고, 한은은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경우, 미국(5.50∼5.75%)과 한국(3.50%)의 금리차는 2.25%p까지 확대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여러 차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지만 커지는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을 무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원/달러 환율이 금리 격차 등의 영향으로 뛸 경우,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원화가 절하(가치 하락)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은 높아지는 만큼, 힘겹게 정점을 지난 물가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이미 지난 5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6명의 금통위원이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 금리로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호주도 홀드(동결)하겠다고 해서 안 올릴 줄 알았는데 지난달 (금리를) 올렸다.

한국이 절대로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까지 말하며 추가 인상 불씨를 살려뒀다.

◇ 경기 하강·금융위기 가능성 등은 추가 인상 걸림돌
하지만 경기·금융 불안 등을 생각하면 한은이 추가 인상을 쉽게 결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0.3%)은 민간 소비 덕에 겨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지난해 3월 이후 올해 5월(-21억달러)까지 15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한은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보다 약하고, 반도체 경기 회복도 예상보다 더디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0.2%p나 낮춘 바 있다.

더구나 한은은 올해 1월까지 1년 반 넘게 이어온 금리 인상 행진의 부작용에도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금리가 이미 높은 수준인 데다 부동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속 금리 인상을 더 압박하면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부실 등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터지면서 전체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근원물가(에너지·식품) 둔화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다행히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3%)도 2021년 10월(3.2%)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명분으로 급하게 다시 금리를 올리기도 마땅치 않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간 금리 역전 상태가 길어질수록 환율과 주가 등에 미칠 영향에 더 주의해야 한다"며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는데 경기는 하강하기 때문에, 올해 한은의 통화정책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