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재계약해 12일 가족과 입국…kt 등번호 32번 환영 준비
다시 와서 밥 먹겠다던 투수 쿠에바스…1년 만에 약속 지켰다
지난해 6월 16일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kt wiz의 경기를 앞둔 수원케이티위즈파크 선수단 식당.
분주한 식당에 낯익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kt에서 방출된 우완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2)와 그의 가족들이었다.

쿠에바스는 출국일이 가까워지자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홈구장을 찾았고, 이강철 감독 등 코치진과 동료 선수들을 만나 작별 인사를 했다.

쿠에바스는 구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정들었던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날 선수단 식당에 들른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는 구단 영양사와 직원들에게 "그동안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내년에 꼭 다시 돌아와 밥을 먹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일부 영양사들은 쿠에바스의 진심 어린 작별 인사에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다시 와서 밥 먹겠다던 투수 쿠에바스…1년 만에 약속 지켰다
2019년부터 kt에서 뛰었던 쿠에바스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외국인 선수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kt를 사랑한 진정한 '식구'고 팀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했다.

많은 팬은 2021년 10월 3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정규시즌 1위 결정전을 기억한다.

당시 쿠에바스는 선발 등판 후 단 이틀을 쉰 뒤 다시 마운드에 올라 7이닝 1피안타 무실점 8탈삼진의 역투를 펼치며 팀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끌었다.

그는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최고의 투구로 kt의 첫 통합우승 주춧돌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쿠에바스는 2022년 5월 팔꿈치 부상으로 남은 시즌 던지기 어렵다는 의료진 소견을 받았고, kt는 쿠에바스와 계약을 해지했다.

보통 소속 구단에서 방출당한 외국인 선수들은 곧바로 짐을 싸기 마련이다.

그러나 쿠에바스는 좋은 추억을 더 남기고 싶다며 약 한 달 동안 한국에 더 체류했다.

그는 자신을 대신해 합류한 당시 kt 새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의 한국 적응을 돕기도 했다.

쿠에바스는 진심으로 kt를 사랑했다.

다시 와서 밥 먹겠다던 투수 쿠에바스…1년 만에 약속 지켰다
kt 내부에서 쿠에바스의 이름이 다시 나온 건 최근의 일이다.

외국인 투수 보 슐서가 팔꿈치 통증으로 2군으로 내려가면서다.

팔꿈치 부상이 심한 편이 아니라 기다려보자는 의견과 순위 싸움을 위해서 빨리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런 가운데 kt는 쿠에바스를 떠올렸다.

쿠에바스는 미국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멕시코 리그에서 뛰었고, 올 시즌엔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활약했다.

kt는 쿠에바스가 팀 전력은 물론, 팀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kt는 조심스럽게 쿠에바스와 접촉했고, 쿠에바스는 큰 고민 없이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쿠에바스는 kt를 포함해 KBO리그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원소속 팀 kt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에바스는 슐서의 대체 선수로 연봉 45만 달러의 계약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그는 떠나면서 구내식당 영양사들에게 "내년에 꼭 다시 와서 밥을 먹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게 됐다.

쿠에바스는 12일 이른 오전 아내, 자녀 두 명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그는 비자 발급 등 행정 절차와 시차 적응 과정을 거칠 예정이며 이르면 16일부터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과 홈 3연전을 통해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팔꿈치 부상에서는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미국에서 진행한 신체검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며 "쿠에바스는 최근까지 마이너리그에서도 정상적으로 공을 던졌다.

구위도 좋았다"고 전했다.

kt는 쿠에바스를 환영할 준비를 마쳤다.

kt 관계자는 "쿠에바스는 자신의 등번호 32번을 다시 단다"며 "등번호 32번을 쓰는 외야수 김건형이 쿠에바스에게 양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