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 오토바이 배기소음 기준 강화 무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환경부, 허용 데시벨 낮추려 했으나 규제개혁위 통과 못해
지자체에 규제·단속권 주어졌다지만 '실효성' 의문 30년 만에 오토바이 배기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환경부 계획이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문턱을 못 넘어 무산됐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 데시벨(㏈)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 최근 규제개혁위가 "다른 규제를 우선 시행한 뒤 도입을 재검토하라"라고 권고했다.
환경부는 권고를 수용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륜차 배기소음을 줄이기 위해 허용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작년 초부터 추진해왔다.
이륜차 제작 시 기준은 배기량에 따라 105㏈(80㏄ 초과)과 102㏈(80㏄ 이하)에서 95(175㏄ 초과)·88(175㏄ 이하 80㏄ 초과)·86(80㏄ 이하)㏈로 줄이고 운행 중인 이륜차에 적용되는 기준은 배기량과 무관하게 105㏈에서 '제작이륜차 배기소음 인증값+5㏈'로 바꿀 계획이었다.
1993년부터 유지된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 기준을 손대는 것이었다.
환경부가 30년 만에 기준 개정에 나선 까닭은 이륜차 급증세가 이어지는 중에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음식 등을 배달시키는 일이 늘어나고 이에 이륜차 소음 민원도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전국에서 운행되는 이륜차(사용신고 대수)는 220만4천여대로 10년 전인 2013년 6월(210만5천여대)보다는 10만대, 20년 전인 2003년 6월(171만2천여대)보다는 50만대 늘어났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접수한 이륜차 소음 민원은 2021년과 2020년 각각 2천154건과 1천473건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2019년 935건·2018년 768건)보다 매우 많아졌다.
이륜차 배기소음 기준 강화 계획에 이륜차 운전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운전자들은 '보행자 등에게 피해를 주는 소음'은 '주행소음'이며 배기소음과 주행소음은 서로 큰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전기이륜차도 주행소음이 70㏈에 달한다는 것이다.
운전자들은 배기소음 허용치를 '절댓값'으로 설정해 규제하는 나라가 드물고 환경부 계획대로 기준이 강화되면 국내로 수입될 수 있는 이륜차가 사실상 없어진다고도 주장한다.
또 고소음 이륜차가 '이동소음원'으로 지정돼 지자체가 규제하고 단속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배기소음 기준까지 강화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펼친다.
이런 주장들은 규제개혁위 결정에 대부분 반영됐다.
위원회는 '(음식 등을) 배달하는 중형 이륜차 생활소음 저감'이라는 목적과 '대형 이륜차 중심 배기소음 기준 강화'라는 수단 사이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고 했다.
또 배기소음 기준 강화가 국제 흐름에 부합하지 않으며 "이륜차 제조 단계에 적용되는 직접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과도한 비용을 초래하고 규제 순응도를 저해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주행소음과 배기소음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발생하는 만큼 모두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륜차가 출발할 때나 언덕을 오를 때 발생하는 배기소음을 관리해야 주택가에서 이륜차 소음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작년 10월 내놓은 '주요국 생활·교통소음 규제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인용된 논문을 보면 이륜차 소음발생원 64%를 배기소음이 차지해 흡기소음(25%)과 엔진소음(10%)보다 비중이 훨씬 컸다.
특히 배기소음과 엔진 때문에 이륜차 소음은 100㎐의 낮은 주파수가 지배적이라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저주파 범위에서 이륜차가 승용차나 스포츠카 등 다른 차보다 "소음 레벨과 '신경쓰임'(highly annoyed)이 높은 현상"으로 이어졌다.
환경부는 이륜차 제작사들이 강화된 배기소음 기준을 준수해 차를 제작할 기술력을 이미 가졌으며 조용한 엔진을 단 이륜차를 생산하게 유도하면 현재 운행되는 차들이 신차로 교체되는 6~7년 후엔 '이륜차 소음 스트레스'가 절반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도 봤다.
고소음 이륜차를 지자체가 규제할 수 있게 된 데에 대해서는 환경부 내에서도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규제개혁위는 이번 결정의 이유 중 하나로 지자체별로 '주거지역에서 운행되는 이륜차에 대해 강화된 기준으로 단속할 근거가 마련된 점'을 들었다.
환경부는 작년 10월 '이동소음 규제지역' 내에서 규제할 수 있는 이동소음원에 배기소음 95㏈ 초과 이륜차를 포함했다.
이에 지자체가 고시로 지역과 시간을 정해 고소음 이륜차 운행을 제한하고 위반 시 과태료(10만원)를 부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현재까지 고시를 마련한 지자체는 경기 광명시가 유일하다.
광명시는 시 전역에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고소음 이륜차 운행을 제한했다.
고시를 만드는 절차에 착수한 지자체도 지난달 말 충남 천안시와 이달 초 충북 청주시 정도다.
특히 광명시도 고시 제정 후 실제 단속에 나선 적은 없고 구체적인 단속계획도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로서는 야간에 이동하는 이륜차 단속에 투입할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최근 운행 중인 차의 소음이 허용치 내인지 지자체장이 도로나 주차장에서 수시로 점검하도록 의무화한 소음·진동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빠른 배달을 위한 과속과 소음기 불법 개조 탓에 오토바이 소음 민원이 증가한 것이 법 개정 이유였다.
이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지자체장이 경찰과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관계기관에 합동점검을 요청하면 각 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응하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지자체의 제한된 행정력으로 운행 중인 이륜차 소음까지 점검하기는 쉽지 않은 한계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륜차 소음 사후관리에 행정력이 소요되는 만큼 이륜차 제작·수입 시 기준을 통해 사전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와 함께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추가 정책연구로 개선방안을 면밀히 재검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지자체에 규제·단속권 주어졌다지만 '실효성' 의문 30년 만에 오토바이 배기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환경부 계획이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문턱을 못 넘어 무산됐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 데시벨(㏈)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 최근 규제개혁위가 "다른 규제를 우선 시행한 뒤 도입을 재검토하라"라고 권고했다.
환경부는 권고를 수용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륜차 배기소음을 줄이기 위해 허용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작년 초부터 추진해왔다.
이륜차 제작 시 기준은 배기량에 따라 105㏈(80㏄ 초과)과 102㏈(80㏄ 이하)에서 95(175㏄ 초과)·88(175㏄ 이하 80㏄ 초과)·86(80㏄ 이하)㏈로 줄이고 운행 중인 이륜차에 적용되는 기준은 배기량과 무관하게 105㏈에서 '제작이륜차 배기소음 인증값+5㏈'로 바꿀 계획이었다.
1993년부터 유지된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 기준을 손대는 것이었다.
환경부가 30년 만에 기준 개정에 나선 까닭은 이륜차 급증세가 이어지는 중에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음식 등을 배달시키는 일이 늘어나고 이에 이륜차 소음 민원도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전국에서 운행되는 이륜차(사용신고 대수)는 220만4천여대로 10년 전인 2013년 6월(210만5천여대)보다는 10만대, 20년 전인 2003년 6월(171만2천여대)보다는 50만대 늘어났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접수한 이륜차 소음 민원은 2021년과 2020년 각각 2천154건과 1천473건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2019년 935건·2018년 768건)보다 매우 많아졌다.
이륜차 배기소음 기준 강화 계획에 이륜차 운전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운전자들은 '보행자 등에게 피해를 주는 소음'은 '주행소음'이며 배기소음과 주행소음은 서로 큰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전기이륜차도 주행소음이 70㏈에 달한다는 것이다.
운전자들은 배기소음 허용치를 '절댓값'으로 설정해 규제하는 나라가 드물고 환경부 계획대로 기준이 강화되면 국내로 수입될 수 있는 이륜차가 사실상 없어진다고도 주장한다.
또 고소음 이륜차가 '이동소음원'으로 지정돼 지자체가 규제하고 단속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배기소음 기준까지 강화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펼친다.
이런 주장들은 규제개혁위 결정에 대부분 반영됐다.
위원회는 '(음식 등을) 배달하는 중형 이륜차 생활소음 저감'이라는 목적과 '대형 이륜차 중심 배기소음 기준 강화'라는 수단 사이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고 했다.
또 배기소음 기준 강화가 국제 흐름에 부합하지 않으며 "이륜차 제조 단계에 적용되는 직접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과도한 비용을 초래하고 규제 순응도를 저해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주행소음과 배기소음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발생하는 만큼 모두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륜차가 출발할 때나 언덕을 오를 때 발생하는 배기소음을 관리해야 주택가에서 이륜차 소음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작년 10월 내놓은 '주요국 생활·교통소음 규제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인용된 논문을 보면 이륜차 소음발생원 64%를 배기소음이 차지해 흡기소음(25%)과 엔진소음(10%)보다 비중이 훨씬 컸다.
특히 배기소음과 엔진 때문에 이륜차 소음은 100㎐의 낮은 주파수가 지배적이라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저주파 범위에서 이륜차가 승용차나 스포츠카 등 다른 차보다 "소음 레벨과 '신경쓰임'(highly annoyed)이 높은 현상"으로 이어졌다.
환경부는 이륜차 제작사들이 강화된 배기소음 기준을 준수해 차를 제작할 기술력을 이미 가졌으며 조용한 엔진을 단 이륜차를 생산하게 유도하면 현재 운행되는 차들이 신차로 교체되는 6~7년 후엔 '이륜차 소음 스트레스'가 절반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도 봤다.
고소음 이륜차를 지자체가 규제할 수 있게 된 데에 대해서는 환경부 내에서도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규제개혁위는 이번 결정의 이유 중 하나로 지자체별로 '주거지역에서 운행되는 이륜차에 대해 강화된 기준으로 단속할 근거가 마련된 점'을 들었다.
환경부는 작년 10월 '이동소음 규제지역' 내에서 규제할 수 있는 이동소음원에 배기소음 95㏈ 초과 이륜차를 포함했다.
이에 지자체가 고시로 지역과 시간을 정해 고소음 이륜차 운행을 제한하고 위반 시 과태료(10만원)를 부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현재까지 고시를 마련한 지자체는 경기 광명시가 유일하다.
광명시는 시 전역에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고소음 이륜차 운행을 제한했다.
고시를 만드는 절차에 착수한 지자체도 지난달 말 충남 천안시와 이달 초 충북 청주시 정도다.
특히 광명시도 고시 제정 후 실제 단속에 나선 적은 없고 구체적인 단속계획도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로서는 야간에 이동하는 이륜차 단속에 투입할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최근 운행 중인 차의 소음이 허용치 내인지 지자체장이 도로나 주차장에서 수시로 점검하도록 의무화한 소음·진동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빠른 배달을 위한 과속과 소음기 불법 개조 탓에 오토바이 소음 민원이 증가한 것이 법 개정 이유였다.
이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지자체장이 경찰과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관계기관에 합동점검을 요청하면 각 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응하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지자체의 제한된 행정력으로 운행 중인 이륜차 소음까지 점검하기는 쉽지 않은 한계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륜차 소음 사후관리에 행정력이 소요되는 만큼 이륜차 제작·수입 시 기준을 통해 사전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와 함께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추가 정책연구로 개선방안을 면밀히 재검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