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이날 성명에서 "에티오피아 정부와 협력해 전국에서 조사한 결과 구호식량 유용이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결론내렸다"면서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식량 원조를 배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에티오피아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미국과 함께 구호식량 유용의 배후를 찾아내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WP는 구호식량 유용에 에티오피아 정부 관계자들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USAID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연방·지방 정부 당국자들이 지원 대상자 명단을 부풀린 뒤 구호식량을 빼돌려 자국 군대나 전직 전투부대에 이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구호식량 가운데 밀은 시장에 팔려나가 제분업자를 통해 밀가루로 만들어져 다른 나라로 수출되기도 했다.
조사단은 지난 3월부터 에티오피아 9개 지역 중 7개 지역에 있는 제분소 63곳을 점검한 결과 7개 지역 모두에서 이러한 유용 실태를 적발했다.
USAID로부터 조사 결과를 전달받은 기부자 단체 '인도주의 회복 기부자 그룹'(HRDG)은 관련 보고서에서 식량 유용이 "조직화한 범죄적인 계획에 의한 것으로 생명줄과도 같은 식량원조가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방해했다"고 적었다.
이 단체는 이어 "이 계획은 에티오피아 연방·지방 정부에 의해 조직된 것으로 보이며 전국의 군부대가 그 덕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식량 유용 사태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에 대한 USAID 측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USAID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앞서 지난달 북부 티그라이주(州) 주민을 위해 제공된 식량 원조가 유용됐다면서 이 지역에서의 식량 지원을 중단한 바 있다.
미국은 에티오피아에 대한 최대 기부국으로 지난해에만 식량 지원을 포함해 18억 달러(약 2조 3천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내전과 가뭄 등으로 인해 전체 인구의 약 15%에 해당하는 2천만 명가량이 구호식량에 의지하고 있다.
USAID가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식량 지원을 중단키로 하면서 원조가 절실한 에티오피아 주민 수백만 명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WP는 우려했다.
자녀 셋을 둔 티그라이주 주민 이브라 예마네 테스페이는 "이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라면서 "(식량 지원 중단은) 마치 우리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것과 같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