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실종된 北영사관직원 가족은 연금상태서 탈출"

"유럽 근무 北외교관 탈북"…北국경 개방전 연쇄탈북 가능성(종합2보)
이달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영사관 직원 가족 2명의 행방불명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최근 유럽에서 근무하는 북한 외교관의 탈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정부 고위 관계자와 여권 인사 등에 따르면 '몇 주 전' 유럽에서 근무하던 북한 외교관이 탈북했다.

탈북한 북한 외교관의 근무 국가와 동반 탈북 인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완화에 따라 머지않아 북한 국경이 다시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북한 외교관과 해외 근무자의 탈북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적 왕래가 재개되면 재외 인력의 대거 복귀와 교체가 예상되기 때문에 북한으로 귀국을 원치 않는 외교관과 주재원의 이탈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앞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실종된 북한인 모자는 수개월간 북한 영사관에 연금된 상황에서 탈출한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이날 보도했다.

RFA는 복수의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실종된 이들은 '고려항공' 소속 무역대표부가 러시아로 파견한 박모 씨의 아내 김모(43) 씨와 아들 박모(15) 군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지 북한 식당 '고려관'의 지배인으로 외화벌이를 하던 박 씨는 지난 2019년 검열을 받으러 평양에 들어갔다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로 러시아로 다시 나오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박 씨의 아내 김 씨가 '대리 지배인' 자격으로 고려관을 경영했는데, 지난해 10월 국가보위성 소속의 식당 부지배인이 망명을 시도했다가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지배인은 북러 국경이 다시 열리면 북한으로 송환돼 처형될 가능성이 큰데, 북한 당국이 '대리 지배인'이었던 김 씨에게도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이번 실종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은 잇따른 망명 사건이 터질 것을 우려해 지난해 말 고려관을 폐쇄하고 김 씨와 아들을 영사관 내부에 연금했다"면서 "이들은 수개월간 연금된 상태로 있다가 일주일에 하루 외출이 허락되는 시간을 이용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RFA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씨 모자는 다른 나라로 망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행을 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당국에서 발 빠르게 전단까지 뿌리면서 이들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는 것은 북한과 러시아가 탈북 차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