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기구한 삶 고려해야"
라미란 "'나쁜 엄마' 진영순, 이해는 안 됐지만 받아들였죠"
"진영순의 행동이 다 이해되지는 않았어요.

그저 '영순처럼 살아온 사람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하고 받아들였죠."
JTBC 드라마 '나쁜엄마'의 진영순(라미란 분)은 아들(이도현)에게 배부르면 게을러진다고 학창 시절 내내 밥 한번을 배불리 먹이지 않고, 공부 말고 딴짓할까 봐 아들 방 문짝까지 떼어 내 버린다.

사연 모르는 이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독한' 엄마 모습이지만, 정작 라미란은 "영순에게 '참 잘했어요'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난 라미란은 "아들을 키우면서 어리석은 판단을 하기도 했지만, 영순은 아들의 행복 하나만을 바라는 엄마였다"고 강조했다.

"진영순은 능력 있는 사람이 돼서, 억울한 일 안 당하고 당당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들을 그렇게 키우려고 스스로 독하고 나쁜 엄마가 된 거예요.

아들이랑 같이 한 번 넘어지고 나서야 진정한 행복이 뭔지 알아가죠."
라미란 "'나쁜 엄마' 진영순, 이해는 안 됐지만 받아들였죠"
라미란은 진영순을 '최강호의 엄마'가 아닌 인물 그 자체로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엄마가 되기 전 진영순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처럼 '나는 행복합니다~'를 매일 주문처럼 외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밝은 소녀였다.

눈앞에서 부모님과 남동생을 교통사고로 잃고 난 뒤에는 화가라는 꿈을 접어야만 했지만, 젊은 돼지농장 사장 해식(조진웅)과 결혼하고 나서는 예쁜 자식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다는 꿈이 새로 생긴다.

하지만 세상은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억울한 사고로 남편을 잃자 모든 것이 가난하고, 무지하고, 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 영순은 배 속의 아이만큼은 훌륭한 법관으로 키워내겠다고 다짐한다.

라미란 "'나쁜 엄마' 진영순, 이해는 안 됐지만 받아들였죠"
라미란은 "진영순이 독하고 모질게 아들을 키우는 이유는 그가 이처럼 굴곡진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저처럼 평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 보기에는 진영순이 아들을 대하는 모습이 가혹하고, 못 할 짓이라고 생각되죠. 하지만 영순은 모진 풍파를 견뎌내며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가혹해 보이는) 판단을 내린 거예요.

"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데뷔해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 '응답하라 1988', 영화 '정직한 후보' 시리즈 등의 대표작을 탄생시킨 라미란은 코믹 연기로 더 익숙한 배우지만, '나쁜 엄마'에서는 거의 매회 눈물을 쏟아내며 깊은 감정 연기를 펼쳤다.

라미란 "'나쁜 엄마' 진영순, 이해는 안 됐지만 받아들였죠"
그는 "이렇게까지 울면서 연기한 적이 없었다"며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갑자기 눈물이 터지는 경우도 많아서 마음을 많이 다잡아가면서 연기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작가님께 '보낼 때는 곱게 보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너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진영순의 인생이 기구하다고 하시는데,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다 뿐이지 모두의 삶이 각자 나름대로 기구한 것 같아요.

삶의 풍파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죠. 영순은 강하고 씩씩한 사람이었어요.

그의 삶은 행복했다고 확신해요.

"
라미란 "'나쁜 엄마' 진영순, 이해는 안 됐지만 받아들였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