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벗어나려는 출소 여성의 이야기…23일 개막
연극 '겟팅아웃' 고선웅 연출 "과오 용서받지 못하는 현실 다뤄"
창틀에 화분을 놓기 위해 커튼을 걷던 주인공은 방범창을 마주하고 감옥에 갇혀있던 과거에 사로잡힌다.

집으로 찾아온 어머니는 달라지겠다는 그의 다짐을 비웃듯 주인공을 "여전히 성질 더러운 문제아"라 부른다.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극단 연습실에서 공개된 연극 '겟팅아웃'의 한 장면이다.

'겟팅아웃'은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극작가 마샤 노먼이 1977년 발표한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 지난해 9월 서울시극단장으로 부임한 고선웅 연출이 부임 후 첫 작품으로 골랐다.

이날 연습실에서 만난 고 연출은 "과거의 과오를 용서받지 못하는 현실을 이야기한다면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겟팅아웃'은 70년대 희곡이지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실을 담고 있어 관객들이 극을 보는 의미를 발견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공립극단에 부임한 뒤 시민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 의식이 있는 작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어려운 형식이나 스타일을 가져오기보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게, 연극을 보는 재미에 충실한 작품을 골랐죠."
연극 '겟팅아웃' 고선웅 연출 "과오 용서받지 못하는 현실 다뤄"
이 작품은 살인죄로 8년을 복역한 뒤 출소한 알린이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 24시간 동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 큰 줄기다.

알린은 막무가내로 살아가던 과거의 자신을 잊고자 이름을 알리에서 알린으로 바꿔보지만, 주변 인물들은 여전히 주인공의 변화를 믿어주지 않는다.

고 연출은 "알린이 출소 후 세상과 관계를 맺고 인생의 보람을 찾는 과정에서 막막함을 경험하는 이야기"라며 "잊고 싶은 과거에 발목을 붙잡힌 여자를 관대하게 포용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2층으로 구성된 무대의 아래층에서는 현재의 이야기가, 위층에서는 과거 수감생활이 동시에 펼쳐진다.

알린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예전의 자아인 알리가 무대 1층으로 내려와 관객들에게 알린의 기억을 보여주기도 한다.

고 연출은 "과거와 현재를 무대에서 동시에 보여주는 연출은 연극이어서 가능한 것"이라며 "차이가 분명한 알린과 알리의 모습도 매력 있고, 알린이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지켜보면서 연극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연극 '겟팅아웃' 고선웅 연출 "과오 용서받지 못하는 현실 다뤄"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던 알리를 연기한 유유진은 "연극을 하면서 그동안 폭발시키지 못했던 분노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인생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알리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서 벗어나 홀로서기 위해 몸부림치는 알린을 연기한 이경미는 "극의 중심축이 되는 인물이라 어떻게 하면 중심을 잘 지킬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현실을 견뎌 나간 끝에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겟팅아웃'은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연극 '겟팅아웃' 고선웅 연출 "과오 용서받지 못하는 현실 다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