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닥터 차정숙' 결말, '불륜해도 안 망한다' 현실 보여준 것"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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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닥터 차정숙' 서인호 역 배우 김병철
"'하남자'(남자다운 남자를 뜻하는 '상남자'의 반대)라는 말을 듣고 이렇게 기분이 좋을 줄 몰랐어요."
배우 김병철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JTBC 주말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시청률이 고공행진 하면서 작품 속 빌런인 그가 연기한 서인호를 욕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김병철은 "방영 전 욕을 많이 먹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며 "그런 반응이 나온 것"이라며 감사하다고 전했다.
'닥터 차정숙'은 두 아이의 엄마, 의사의 아내, 건물주 시어머니의 며느리로 집에서 살림만 하며 살아왔던 차정숙(엄정화 분)이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 둔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병원으로 돌아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다. 김병철이 연기한 서인호는 의대 동기였던 차정숙을 집에서 살림만 하도록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도 모자라 또 다른 동기이자 같은 병원 동료인 최승희(명세빈 분)와 오랫동안 외도하며 딸까지 얻은 '불륜남'이다. 엄정화는 서인호를 "쓰레기"라고 평했을 정도.
전작인 tvN '도깨비'에서 사신 박중헌 역을 연기하며 "파국이다"를 외치며 '파국이'로 불리던 김병철은 서인호를 통해 '하남자'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지만 "부정적인 별명도 관심의 표현 아니겠냐"며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웃었다.
김병철이 작품의 캐릭터로 욕을 먹은 건 '닥터 차정숙'이 처음은 아니었다. 앞서 JTBC '스카이 캐슬'에서도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가야 한다"면서 자식들에게 의대 입시를 강요하는 비정한 아버지 차민혁 역을 연기하면서도 '국민 욕받이'가 됐다. 서인호 역시 가족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뜻대로 휘두르려 한다는 점에서 "차민혁이 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렇지만 차민혁과 서인호를 바라보는 시각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서인호가 진짜 짜증 나는데 귀엽다", "정말 나쁜놈이지만 하찮고, 왜 차정숙과 최승희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도 알 거 같다"는 시청 평을 전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차민혁은 단순한 '비호감'이었다면, 서인호에게는 '애증'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김병철은 "'귀엽다'는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스카이 캐슬'이 연상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본을 읽어보니 그때와 다른 부분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스카이 캐슬' 때와 다른 지점들이 많아요. 가령 여자관계라던가. 인기가 있다라는가.(웃음) 그래서 결과적으로 재밌는 장면들이 훨씬 많았다고 느꼈고, 부정적인 인물임에도 도전해볼 만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죠."
서인호는 결국 차정숙과 최승희 모두에게 외면받지만, 극 초반 두 캐릭터 모두 서인호에게 구애하는 모습을 보인다. 차정숙은 서인호의 작은 친절과 선물에 감동하고, 최승희는 서인호의 존재 자체에 의지하며 위험천만한 불륜 관계를 이어 온다. 김병철은 "저도 두 여자의 사랑을 모두 받는다는 시작점에서 스스로 의문을 표했다"고 고백해 폭소케 했다.
"전부 저에게 '서인호에게 대체 어떤 매력이 있냐'고 물어보세요. 그러고 제 얼굴을 보시죠. '당신을 보면 도저히 그러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저도 생각해봤는데, 정숙에게 거짓말을 하고, 승희와 외도하지만 그 순간순간 두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했던 거 같아요. 그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닥터 차정숙'은 각각의 캐릭터들이 자기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엔딩을 맞이했다. 서인호는 차정숙도, 최승희도 함께하지 못하지만, 병원장 자리에 오른다. 일각에서는 "불륜을 저지른 서인호가 갑자기 병원장이 되냐"며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김병철 역시 "그럴 수 있다"면서 "인호의 상황이 악화돼야 시원할 텐데, 내부적인 우려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이렇게 정리가 됐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의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불륜을 저지른 남성이 사회적으로는 망하지 않았다'라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려 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현실적으로 그런 경우들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마냥 긍정적으로 끝나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혼인 김병철은 '닥터 차정숙'을 통해 "수요가 있다면 제대로 된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쳐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이상형으로 차정숙과 최승희를 반반씩 섞은 인물을 꼽았다.
"정숙이처럼 긍정적인 사람이 좋아요. 제가 마냥 밝은 사람이 아니라 기운을 복돋아주시면 너무 감사하고 좋을 거 같아요. 그러면서도 승희처럼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인정받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있다면 너무 좋을 거 같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배우 김병철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JTBC 주말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시청률이 고공행진 하면서 작품 속 빌런인 그가 연기한 서인호를 욕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김병철은 "방영 전 욕을 많이 먹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며 "그런 반응이 나온 것"이라며 감사하다고 전했다.
'닥터 차정숙'은 두 아이의 엄마, 의사의 아내, 건물주 시어머니의 며느리로 집에서 살림만 하며 살아왔던 차정숙(엄정화 분)이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 둔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병원으로 돌아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다. 김병철이 연기한 서인호는 의대 동기였던 차정숙을 집에서 살림만 하도록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도 모자라 또 다른 동기이자 같은 병원 동료인 최승희(명세빈 분)와 오랫동안 외도하며 딸까지 얻은 '불륜남'이다. 엄정화는 서인호를 "쓰레기"라고 평했을 정도.
전작인 tvN '도깨비'에서 사신 박중헌 역을 연기하며 "파국이다"를 외치며 '파국이'로 불리던 김병철은 서인호를 통해 '하남자'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지만 "부정적인 별명도 관심의 표현 아니겠냐"며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웃었다.
김병철이 작품의 캐릭터로 욕을 먹은 건 '닥터 차정숙'이 처음은 아니었다. 앞서 JTBC '스카이 캐슬'에서도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가야 한다"면서 자식들에게 의대 입시를 강요하는 비정한 아버지 차민혁 역을 연기하면서도 '국민 욕받이'가 됐다. 서인호 역시 가족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뜻대로 휘두르려 한다는 점에서 "차민혁이 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렇지만 차민혁과 서인호를 바라보는 시각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서인호가 진짜 짜증 나는데 귀엽다", "정말 나쁜놈이지만 하찮고, 왜 차정숙과 최승희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도 알 거 같다"는 시청 평을 전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차민혁은 단순한 '비호감'이었다면, 서인호에게는 '애증'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김병철은 "'귀엽다'는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스카이 캐슬'이 연상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본을 읽어보니 그때와 다른 부분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스카이 캐슬' 때와 다른 지점들이 많아요. 가령 여자관계라던가. 인기가 있다라는가.(웃음) 그래서 결과적으로 재밌는 장면들이 훨씬 많았다고 느꼈고, 부정적인 인물임에도 도전해볼 만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죠."
서인호는 결국 차정숙과 최승희 모두에게 외면받지만, 극 초반 두 캐릭터 모두 서인호에게 구애하는 모습을 보인다. 차정숙은 서인호의 작은 친절과 선물에 감동하고, 최승희는 서인호의 존재 자체에 의지하며 위험천만한 불륜 관계를 이어 온다. 김병철은 "저도 두 여자의 사랑을 모두 받는다는 시작점에서 스스로 의문을 표했다"고 고백해 폭소케 했다.
"전부 저에게 '서인호에게 대체 어떤 매력이 있냐'고 물어보세요. 그러고 제 얼굴을 보시죠. '당신을 보면 도저히 그러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저도 생각해봤는데, 정숙에게 거짓말을 하고, 승희와 외도하지만 그 순간순간 두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했던 거 같아요. 그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닥터 차정숙'은 각각의 캐릭터들이 자기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엔딩을 맞이했다. 서인호는 차정숙도, 최승희도 함께하지 못하지만, 병원장 자리에 오른다. 일각에서는 "불륜을 저지른 서인호가 갑자기 병원장이 되냐"며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김병철 역시 "그럴 수 있다"면서 "인호의 상황이 악화돼야 시원할 텐데, 내부적인 우려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이렇게 정리가 됐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의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불륜을 저지른 남성이 사회적으로는 망하지 않았다'라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려 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현실적으로 그런 경우들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마냥 긍정적으로 끝나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혼인 김병철은 '닥터 차정숙'을 통해 "수요가 있다면 제대로 된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쳐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이상형으로 차정숙과 최승희를 반반씩 섞은 인물을 꼽았다.
"정숙이처럼 긍정적인 사람이 좋아요. 제가 마냥 밝은 사람이 아니라 기운을 복돋아주시면 너무 감사하고 좋을 거 같아요. 그러면서도 승희처럼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인정받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있다면 너무 좋을 거 같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