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라벨갈이' 의혹 中회사 "인텔 지원으로 개발" 실토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의 제품을 이름만 바꿔 출시했다는 의혹을 받은 중국 반도체회사가 인텔의 지원을 받은 사실을 실토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선전에 본사가 있는 컴퓨터 하드웨어 제조업체 바오더(寶德·파워리더)는 앞서 지난달 6일 자체 개발했다고 발표한 1세대 '파워스타 중앙처리장치(CPU) P3-01105' 칩에 대해 "인텔의 지원으로 개발한 맞춤형 제품"이라고 밝혔다.

바오더의 리루이제 회장은 지난 1일 자신의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계정에 올린 성명에서 이같이 말하며 "우리는 (이와 관련해) 국가나 지방 정부의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독자 개발한 반도체가 아니기에 연구 보조금을 받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리 회장은 그러면서 "회사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신진 세력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바오더는 파워스타 CPU를 발표하면서 인텔의 CPU 칩인 'x86 아키텍처'에 기반해 개발했다고 소개하며 파워스타 CPU가 장착된 PC 등도 함께 출시했다.

그러나 IT·디지털제품 전문사이트 톰스하드웨어는 캐나다의 성능 측정 사이트 긱벤치(Geekbench)가 진행한 CPU 비교시험(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를 인용해 파워스타 CPU가 사실은 x86의 상표만 바꿔치기한 '라벨갈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긱벤치는 지난달 26일 바오더의 '파워스타 P3-01105 CPU'의 핵심 매개변수(파라미터)들을 공개하면서 그것이 인텔의 '코어 i3-10105 코밋 레이크 CPU'와 동일한 칩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일 긱벤치의 발견이 사실로 확인되면 바오더의 파워스타 CPU는 2006년 사기로 드러났던 '한신(漢芯) 반도체' 사건에 이어 중국의 반도체 자립에 또다시 먹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006년 5월 상하이자오퉁대학 마이크로전자학원 원장이던 천진 교수는 거액의 정부 예산을 들여 3년 전 개발했다고 주장한 획기적 DSP(디지털신호처리 프로세서) 반도체 칩 '한신 1호'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면됐다.

천 교수는 2003년 180나노 첨단 DSP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했으나, 그의 밑에서 일한 한 연구원이 '한신 1호'가 사실은 미국 모토로라의 '프리스케일 56800 칩'을 교묘히 날조한 것이라고 폭로하면서 사기극이 드러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