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산불 아픔 딛고 치유 공간으로…인월사의 희망 찬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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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이재민에 후원금 나누고 봉축 치유 공연 마련
30년간 팥죽 나눔, 어린이 명상 캠프 개최, 청소년 쉼터 제공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5월 27일. 강원 강릉시 작은 사찰이 희망을 전하는 국악 선율에 흠뻑 젖었다.
불과 한 달여 전 발생한 대형산불로 인해 대웅전, 관음전, 공양간, 어린이 법당을 잃은 강릉 인월사였다.
불에 타 건물들이 철거되고 덩그러니 흙바닥만 남은 자리에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주제로 활동하는 여성 5인조 퓨전국악그룹 '비단'의 판소리, 가야금, 대금, 해금, 타악기 소리가 만들어낸 선율이 약 1시간 동안 흘렀다.
'산불 아픔이라는 공통된 상처 속에서 어떻게 보듬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 주지 재범(61) 스님이 평소 알고 지내던 성산법률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공연이었다.
남아 있는 건물이라곤 십수 년 전 매입한 사찰 일주문 안에 있던 콘크리트 집 한 채뿐.
그마저도 외벽에는 화마(火魔)가 드리웠던 새카만 자국이 아직 선명하고, 기거할 공간 하나 빼고는 모두 다 타버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재범 스님은 '희망'과 '나눔'을 떠올렸다.
그렇게 종단과 불자들로부터 들어온 성금과 후원금을 부처님오신날 이재민들에게 나누기로 결심했다.
때마침 친분이 있던 변호사의 도움으로 봉축 치유 공연까지 열게 되면서 아픔의 공간은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산불 피해 이후 찾아오시는 분들께 '힘드셨죠?' 하고 조금만 위로해드려도 금방 눈물을 보이세요.
그러다 보면 저도 같이 울어요.
막막한 거죠. 그래도 어려운 분들을 경제적으로 돕고 상처를 치유하시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
인월사는 오랜 기간 주민들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30년 동안 해마다 동짓날이면 팥죽을 600인분씩 쒀 동네 어르신들, 취약계층, 소방관, 경찰관 등과 나누고, 불교를 조금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불자 중 유명인들을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하는가 하면 장수 사진을 찍어 액자에 담아 눈부신 노년의 추억을 선물한 적도 있었다.
2016년부터는 7∼14세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명상 캠프를 여름마다 열었다.
식사 명상, 앉기 면상, 걷기 명상, 묵언 명상까지. 스마트폰과 잠시 이별한 아이들과 함께 묵언 수행함으로써 동심에 한발짝 더 다가갔다.
2018년 무렵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들을 위해 약 1년간 기꺼이 사찰 공간을 내어준 일도 있었다.
그렇게 꾸준히 선업(善業)을 쌓았으나 그 기록은 이제 대부분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자료들마저 모두 한 줌의 재가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발목 잡혔던 봉사활동을 재개하려는 시도마저 산불은 앗아갔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농장 체험의 기회를, 어르신들에게는 예쁜 꽃길을 걸을 여유를 선물하고자 사찰 주변 부지 1천평 규모의 땅에 가꾼 화원과 과수도 홀라당 타버렸다.
부처님의 '자비'와 '가람'(스님들이 모여 수행 생활을 하는 곳)을 따서 '자비람'이란 이름을 붙이고, 올해부터 치유 농장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했으나 화마는 밭까지 모두 집어삼켰다.
하지만 인월사는 꺾이지 않는 마음처럼 유일하게 남은 자비람 현수막 하나를 가지고 재기를 꿈꾼다.
꽃이랑 나무야 다시 심어 치유 농장을 만들면 그만, 법당이야 4∼5년이면 다시 지을 수 있으니 그때까지 천막으로 임시 법당을 지어 명상 캠프를 열면 될 일이라며 조급해하지 않고 '치유의 시간'으로 여기기로 했다.
재범 스님은 "사찰은 타버렸지만, 땅은 남아 있으니 용기를 가지고 다시 일어서려 한다"며 "산불 피해 주민들도 아픔을 딛고 오손도손 모여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30년간 팥죽 나눔, 어린이 명상 캠프 개최, 청소년 쉼터 제공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5월 27일. 강원 강릉시 작은 사찰이 희망을 전하는 국악 선율에 흠뻑 젖었다.
불과 한 달여 전 발생한 대형산불로 인해 대웅전, 관음전, 공양간, 어린이 법당을 잃은 강릉 인월사였다.
불에 타 건물들이 철거되고 덩그러니 흙바닥만 남은 자리에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주제로 활동하는 여성 5인조 퓨전국악그룹 '비단'의 판소리, 가야금, 대금, 해금, 타악기 소리가 만들어낸 선율이 약 1시간 동안 흘렀다.
'산불 아픔이라는 공통된 상처 속에서 어떻게 보듬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 주지 재범(61) 스님이 평소 알고 지내던 성산법률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공연이었다.
남아 있는 건물이라곤 십수 년 전 매입한 사찰 일주문 안에 있던 콘크리트 집 한 채뿐.
그마저도 외벽에는 화마(火魔)가 드리웠던 새카만 자국이 아직 선명하고, 기거할 공간 하나 빼고는 모두 다 타버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재범 스님은 '희망'과 '나눔'을 떠올렸다.
그렇게 종단과 불자들로부터 들어온 성금과 후원금을 부처님오신날 이재민들에게 나누기로 결심했다.
때마침 친분이 있던 변호사의 도움으로 봉축 치유 공연까지 열게 되면서 아픔의 공간은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산불 피해 이후 찾아오시는 분들께 '힘드셨죠?' 하고 조금만 위로해드려도 금방 눈물을 보이세요.
그러다 보면 저도 같이 울어요.
막막한 거죠. 그래도 어려운 분들을 경제적으로 돕고 상처를 치유하시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
인월사는 오랜 기간 주민들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30년 동안 해마다 동짓날이면 팥죽을 600인분씩 쒀 동네 어르신들, 취약계층, 소방관, 경찰관 등과 나누고, 불교를 조금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불자 중 유명인들을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하는가 하면 장수 사진을 찍어 액자에 담아 눈부신 노년의 추억을 선물한 적도 있었다.
2016년부터는 7∼14세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명상 캠프를 여름마다 열었다.
식사 명상, 앉기 면상, 걷기 명상, 묵언 명상까지. 스마트폰과 잠시 이별한 아이들과 함께 묵언 수행함으로써 동심에 한발짝 더 다가갔다.
2018년 무렵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들을 위해 약 1년간 기꺼이 사찰 공간을 내어준 일도 있었다.
그렇게 꾸준히 선업(善業)을 쌓았으나 그 기록은 이제 대부분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자료들마저 모두 한 줌의 재가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발목 잡혔던 봉사활동을 재개하려는 시도마저 산불은 앗아갔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농장 체험의 기회를, 어르신들에게는 예쁜 꽃길을 걸을 여유를 선물하고자 사찰 주변 부지 1천평 규모의 땅에 가꾼 화원과 과수도 홀라당 타버렸다.
부처님의 '자비'와 '가람'(스님들이 모여 수행 생활을 하는 곳)을 따서 '자비람'이란 이름을 붙이고, 올해부터 치유 농장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했으나 화마는 밭까지 모두 집어삼켰다.
하지만 인월사는 꺾이지 않는 마음처럼 유일하게 남은 자비람 현수막 하나를 가지고 재기를 꿈꾼다.
꽃이랑 나무야 다시 심어 치유 농장을 만들면 그만, 법당이야 4∼5년이면 다시 지을 수 있으니 그때까지 천막으로 임시 법당을 지어 명상 캠프를 열면 될 일이라며 조급해하지 않고 '치유의 시간'으로 여기기로 했다.
재범 스님은 "사찰은 타버렸지만, 땅은 남아 있으니 용기를 가지고 다시 일어서려 한다"며 "산불 피해 주민들도 아픔을 딛고 오손도손 모여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