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모녀 인플루언서, 원숭이 인형 주기도…경찰 수사
'인종차별 규탄' 브라질서 흑인 아이에 바나나 선물 논란
최근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에서 발생한 자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크게 반발했던 브라질에서 유명 인플루언서가 흑인 사회에 모욕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지탄을 받고 있다.

1일(현지시간) 브라질 매체 G1과 폴랴 지 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브라질 인종차별 범죄 사법경찰은 전날 유명 인플루언서인 케롤렌 쿤야와 낸시 곤사우베스 모녀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1천400만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두 사람은 거리에서 아이들에게 접근해 돈이나 선물을 주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어린이에게 5헤알(1천300원 상당) 또는 10헤알(2천600원 상당)의 현금 또는 선물 상자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 뒤, 원하는 것을 전달하고 그 반응을 살피는 내용이다.

그런데 흑인 아이들에게 건넨 일부 선물이 바나나 또는 봉제 원숭이 인형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인종차별 소지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브라질 차별금지법 전문가인 파이다 벨루 변호사는 "유희를 위한 인종차별에 해당한다"며 분개했다고 G1은 보도했다.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두 사람을 경찰에 고발했다는 벨루 변호사는 "흑인 어린이를 조롱하고 동물처럼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재미를 위한 이런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두 인플루언서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다른 인종이나 소수자에 대해 차별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그 누구에게도 불쾌감을 주려는 뜻이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호소했다.

앞서 브라질에서는 자국 국가대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스페인 프로축구 경기장 내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이민자의 나라'라고 표현될 정도로 민족적 다양성이 극대화한 브라질에서는 대체로 차별에 대한 갈등은 없는 편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인종차별이 최근 종종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2020년에는 흑인 남성이 경비원에게 폭행당해 숨져 전국적인 시위가 일어났고, 지난 4월엔 한 대형 쇼핑 매장에서 흑인 여성이 '절도범' 오인을 받은 것에 반발하며 속옷 차림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브라질 내 코로나19 백신 첫 번째 접종자인 흑인 간호사가 온라인에서 인종차별적 인신공격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해자들이 질타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