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4개 지방자치단체와 대한체육회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과 31일까지 조직위 설립을 마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체육회가 조직위 법인 설립 허가에 필요한 발기인 전원의 인감 날인을 거부해 설립이 무산됐다.
체육회가 조직위 인선을 내세워 출범을 반대한 셈이다.
공동위원장은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1명씩 돌아가며 맡는다.
갈등의 원인은 상근 부위원장과 상근 사무총장 두 자리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지난 3월 24일 창립총회를 열어 조직위원회에 상근 부위원장(이창섭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과 상근 사무총장(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을 선임했다.
그러자 체육회는 4개 시도가 체육회와 별도 합의 없이 인선을 강행했다며 절차 하자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2021년 체육회와 4개 시도가 체결한 합의서에는 '개최 도시로 확정된 후 체육회와 협의해 대회조직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내용이 있어 체육회는 이를 주장의 근거로 내세웠다.
체육회의 반발 직후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갔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이창섭 상근 부위원장에게 사무총장을 겸하도록 하고 윤강로 사무총장을 사실상 해임해 2인 체제에서 1인 체제로 운영 방식을 바꿨다.
체육회의 의견을 반영한 조처였다.
이번에는 윤강로 사무총장이 가만있지 않았다.
정상적인 공모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자신을 아무 이유 없이 그만두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맞섰다.
갈등을 중재해야 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락가락 행보로 갈등을 더욱 키웠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문체부는 체육회의 반발이 나오자 체육회와 충청권 4개 시도의 원만한 조율을 강조했다가 윤 사무총장이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다시 원안대로 상근 부위원장-상근 사무총장 조직위 2인 체제를 유지하라고 충청권 4개 시도에 요청했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사이 시간은 흘렀고, 문제는 시발점으로 다시 돌아갔다.
체육회는 상근 부위원장이 사무총장을 겸임토록 하는 충청권 4개 시도와의 합의안이 이뤄지지 않자 결국 조직위 설립 날인을 거부했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6월 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시도체육회장, 체육회 이사 등을 소집해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 구성과 관련한 연석회의를 열고 체육계의 의견을 취합한 최종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상근 부위원장 1인 체제를 재차 정부에 요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FISU는 세계대학경기 조직위 설립 마감 시한은 물론 마감 시한 내 조직위를 설립하지 못했을 경우 벌칙 등 강행 규정을 따로 두지 않는다.
충청권 4개 시도, 체육회, 정부가 갈등을 덮고 원만하게 타협한다면 조직위는 금세 출범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