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도대체 어디로 대피하라고?" 경보 혼선 논란이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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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쏘아 올린 31일 이른 아침, 서울 일대에 사이렌이 울리고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위급재난 문자가 발송되면서 한때 소동이 벌어졌다.
잠이 채 깨지 않았던 시민들은 사이렌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고, 출근 준비 중인 이들은 재난 문자를 받은 뒤 영문도 몰라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떤 이유로 대피해야 하는지 이유도 즉시 전달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가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는 재난 문자를 보내는 등 서울시와 행안부 간 경계경보 오발령을 둘러싼 혼선은 한동안 이어졌다.
40년 전인 1983년 2월 25일. 금요일 오전 11시 조금 전, 서울과 수도권 일원에 갑자기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당시 북한 공군의 이웅평 상위(대위)가 미그-19기를 몰고 귀순했다.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실제 경보가 발령된 때였다.
사이렌 소리에 차를 길가에 세우거나 인근 지하 시설로 급히 대피한 시민들도 있었고, 언론사와 소방서에 무슨 일인지 묻는 전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시민들은 사이렌에 둔감한 듯 그냥 하던 일을 했다.
일부는 "민방위 훈련일이 아닌데 사이렌이 잘못 울린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했다.
그때까지 민방공훈련을 10년 넘게 실시했지만 정작 실제 경보 때는 제대로 대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과 지적이 당시 제기됐다.
1983년은 유난히 실제 경보가 많이 울렸던 해다.
이웅평의 미그기가 귀순한 지 석 달이 되기 전인 그해 5월 5일에도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
이번에는 중국 민항기가 하이재킹당해서 춘천에 긴급 착륙하는 사건이었다.
두 달 여전 미그기 귀순 때보다는 나았지만, 어린이날 경보 사이엔 대처에도 허점이 있었다.
그로부터 다시 3개월 뒤인 8월 7일. 이번에는 중국군 조종사 쑨톈친(孫天勤)이 미그-21기를 몰고 서해안으로 남하해 망명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에 실제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실제 공습경보로는 처음이었다.
여름 휴가철이자 일요일이었지만, 앞선 두 번의 사건을 겪었던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신속히 대피했다.
'실제 상황'이라는 경보 방송에 고교야구 중계를 하던 TV를 통해 야구장 관중들이 급히 대피하는 장면도 생중계됐다.
당시 신문들은 '비상대피 완벽했다' 등으로 관련 사실을 전했다.
반면 1996년 5월, 북한 공군 비행사였던 이철수 상위가 미그-19로 귀순했을 때 인천, 경기지역에는 공습경보가 정상적으로 발령됐으나 서울에는 경보 사이렌이 울리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수사당국의 경위 조사가 이뤄지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다.
결국 이 일로 조순 당시 서울시장이 직접 사과하고, 서울시 관련 공무원들이 형사 처벌되고 중징계 처분을 줄줄이 당하는 일도 있었다.
지금까지 공습경보와 경계경보는 이번을 포함해 총 15차례 발령됐다.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었던 2010년에는 공습경보와 경계경보가 세 차례 내려진 바 있다.
2016년 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직후에도 백령도와 대청도에 공습경보가 내려졌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7년 가까이만인 작년 11월, 북한이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초유의 도발을 벌일 때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아침 9시가 채 되기 전 울릉 전역에 울린 경보 사이렌에 많은 주민은 영문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정당국과 경찰 등도 초기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
실제 민방위 경보가 발령될 만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면 긴급상황이 대부분일 것이다.
발생 직후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평소의 훈련, 교육, 시스템 점검이 적절 대처 여부를 가르는 관건일 것이다.
6년 만에 공습 대비 민방위훈련이 얼마 전 공공기관과 학교를 중심으로 실시됐다.
공습 상황 대비 민방위 훈련은 2017년 8월 마지막으로 실시됐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전국민 참여훈련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이번 일을 계기로 민방위 관련 시스템의 재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
개개인도 비상상황시 대처요령을 숙지해 둬야 한다.
"대피를 하라는데 도대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연합뉴스
잠이 채 깨지 않았던 시민들은 사이렌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고, 출근 준비 중인 이들은 재난 문자를 받은 뒤 영문도 몰라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떤 이유로 대피해야 하는지 이유도 즉시 전달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가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는 재난 문자를 보내는 등 서울시와 행안부 간 경계경보 오발령을 둘러싼 혼선은 한동안 이어졌다.
40년 전인 1983년 2월 25일. 금요일 오전 11시 조금 전, 서울과 수도권 일원에 갑자기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당시 북한 공군의 이웅평 상위(대위)가 미그-19기를 몰고 귀순했다.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실제 경보가 발령된 때였다.
사이렌 소리에 차를 길가에 세우거나 인근 지하 시설로 급히 대피한 시민들도 있었고, 언론사와 소방서에 무슨 일인지 묻는 전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시민들은 사이렌에 둔감한 듯 그냥 하던 일을 했다.
일부는 "민방위 훈련일이 아닌데 사이렌이 잘못 울린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했다.
그때까지 민방공훈련을 10년 넘게 실시했지만 정작 실제 경보 때는 제대로 대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과 지적이 당시 제기됐다.
1983년은 유난히 실제 경보가 많이 울렸던 해다.
이웅평의 미그기가 귀순한 지 석 달이 되기 전인 그해 5월 5일에도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
이번에는 중국 민항기가 하이재킹당해서 춘천에 긴급 착륙하는 사건이었다.
두 달 여전 미그기 귀순 때보다는 나았지만, 어린이날 경보 사이엔 대처에도 허점이 있었다.
그로부터 다시 3개월 뒤인 8월 7일. 이번에는 중국군 조종사 쑨톈친(孫天勤)이 미그-21기를 몰고 서해안으로 남하해 망명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에 실제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실제 공습경보로는 처음이었다.
여름 휴가철이자 일요일이었지만, 앞선 두 번의 사건을 겪었던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신속히 대피했다.
'실제 상황'이라는 경보 방송에 고교야구 중계를 하던 TV를 통해 야구장 관중들이 급히 대피하는 장면도 생중계됐다.
당시 신문들은 '비상대피 완벽했다' 등으로 관련 사실을 전했다.
반면 1996년 5월, 북한 공군 비행사였던 이철수 상위가 미그-19로 귀순했을 때 인천, 경기지역에는 공습경보가 정상적으로 발령됐으나 서울에는 경보 사이렌이 울리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수사당국의 경위 조사가 이뤄지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다.
결국 이 일로 조순 당시 서울시장이 직접 사과하고, 서울시 관련 공무원들이 형사 처벌되고 중징계 처분을 줄줄이 당하는 일도 있었다.
지금까지 공습경보와 경계경보는 이번을 포함해 총 15차례 발령됐다.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었던 2010년에는 공습경보와 경계경보가 세 차례 내려진 바 있다.
2016년 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직후에도 백령도와 대청도에 공습경보가 내려졌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7년 가까이만인 작년 11월, 북한이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초유의 도발을 벌일 때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아침 9시가 채 되기 전 울릉 전역에 울린 경보 사이렌에 많은 주민은 영문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정당국과 경찰 등도 초기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
실제 민방위 경보가 발령될 만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면 긴급상황이 대부분일 것이다.
발생 직후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평소의 훈련, 교육, 시스템 점검이 적절 대처 여부를 가르는 관건일 것이다.
6년 만에 공습 대비 민방위훈련이 얼마 전 공공기관과 학교를 중심으로 실시됐다.
공습 상황 대비 민방위 훈련은 2017년 8월 마지막으로 실시됐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전국민 참여훈련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이번 일을 계기로 민방위 관련 시스템의 재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
개개인도 비상상황시 대처요령을 숙지해 둬야 한다.
"대피를 하라는데 도대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