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수수료 지출 부담에 비인기 콘텐츠 없애…소비자들 "실망"
美 스트리밍 업계, 비용 아끼려 옛 영화·드라마 대거 삭제
미국의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브러더스) 등 주요 콘텐츠·미디어 기업들이 자사의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기존 콘텐츠를 대거 삭제하고 있다고 미 경제매체 CNBC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즈니는 영화 '윌로우'와 '마이티 덕스: 게임 체인저스', '베네딕트 비밀클럽' 등 수십 편의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와 훌루에서 더는 제공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워너브러더스도 지난해 여름부터 어린이용 TV 프로그램 '낫-투-레이트 쇼 위드 엘모'와 청소년 드라마 '제너레이션' 등을 자사의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 목록에서 빼기 시작한 데 이어 점점 더 많은 양의 콘텐츠를 삭제해 나가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모펫네이던슨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네이던슨은 "스트리밍 업체들의 손익계산서에 타격을 주는 것은 이미 공개된 콘텐츠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며 "그 심각성을 워너브러더스가 처음 인식했고, 디즈니도 뒤따라 기존 콘텐츠를 빼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파라마운트가 이런 선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언젠가는 넷플릭스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美 스트리밍 업계, 비용 아끼려 옛 영화·드라마 대거 삭제
전문가들은 스트리밍 업체들이 기존 콘텐츠를 서비스 목록에서 유지하려면 저작권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돈이 전체 영업 비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극장에서 개봉되거나 TV에서 방영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영화·드라마들을 막대한 비용을 쓰면서 보유하는 것보다는 별로 인기가 없는 작품들을 위주로 빼버리는 것이 업체들의 손익 개선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스트리밍 업체들은 지난 2∼3년간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 속에 호황을 누렸지만, 업계 내 경쟁 심화와 시장 정체 등으로 근래 영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비용을 줄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 플랫폼에 유료로 가입하면서 해당 업체가 서비스하던 영화·드라마를 마음껏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콘텐츠가 점점 줄어드는 데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뉴욕주 허드슨 밸리에 사는 매트 카텔리(33)는 이런 스트리밍 업체들의 행태가 "구독자들을 낙담하게 한다"며 "스트리밍은 TV에서 사라진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졌는데, 이제는 스트리밍 업체들도 인기가 저조한 프로그램을 없애는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