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첫 정상회의 열고 선언문 채택…인태전략 이행 교두보 마련
尹 "北, 태평양 사격장삼아 위협"…'日 오염수' 논란 속 '방사능 물질서 해양보호' 강조도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尹 "원양어업이 최고위급 대화로 "(종합2보)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서울에서 태평양 도서국들과 첫 정상회의를 개최, 양측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에 접점을 확인하고 지속적인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미중 패권 경쟁과 맞물려 인태 지역 요충지로 부상한 이들 국가와 견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인태 전략 이행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대통령실은 평가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회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정상선언 : 회복력 있는 태평양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파트너십'을 채택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최된 첫 대면 다자 정상회의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 우리 인태 전략의 핵심 파트너라는 점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회의에는 PIF 회원국 12개국 정상(2개 프랑스 자치령 포함)과 5개국 부총리 및 장관급 인사, PIF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태평양도서국 협력 현황과 미래 발전 방향', '지역정세와 국제무대 협력' 등 2개 세션에 걸쳐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고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회의는 양측 협력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태평양이라는 광활한 바다에서 한배를 탄 이웃인 한국과 태평양도서국이 공동번영을 위해 힘차게 항해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제1세션에서 현지 주재 공관을 늘려가는 등 쌍방향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이날 PIF 회원국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던 니우에와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윤 대통령은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위해 태평양도서국 공적개발원조(ODA) 및 한·PIF 협력기금을 증액하는 한편, 개별 국가에 맞춤형 개발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 한국이 함께할 것"이라며 "태평양도서국 맞춤형 기술지원으로 기후변화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제성장 경험 공유 프로그램을 '한·태평양도서국 푸른 태평양 역량강화 사업'으로 통합하고 인원도 3배 이상 대폭 확대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제2세션에서는 지역·글로벌 현안에서의 강력한 연대를 내세웠다.

특히 "북한이 태평양을 사격장 삼아 핵미사일 도발 위협을 일삼고 있다"며 "한반도의 평화는 곧 태평양의 평화인 만큼 함께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자"고 강조했다.

양측이 이날 채택한 정상선언은 6개 장에 걸쳐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번영하고 회복력 있는 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한 분야별 협력 방향을 설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전략'과 PIF의 '2050 푸른 태평양 대륙 전략'에 대한 상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해양, 기후, 에너지, 사이버, 보건 등에서 포괄적 안보 협력을 맺고, 경제 발전을 위한 한국의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이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ODA 규모를 2배로 증액, 오는 2027년까지 3천990만 달러(약 530억 원)로 늘린다는 내용도 정상선언에 포함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협의, 국제법, 과학적 평가와 방사성 물질에 의한 환경오염으로부터의 해양 보호 강조'를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태평양도서국들은 한국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신청을 환영했으며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선거 등에서 지지를 요청했다.

양측은 앞으로 외교장관 회의를 2년마다 열고, 정상회의를 계속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선언에 대해 "양측 간 미래 협력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장기적 관계 발전의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복력·역량강화·연결성 재활성화 분야로 나눠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담은 '자유, 평화, 번영의 태평양을 위한 행동계획'도 별도로 발표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10개 태평양도서국 정상과 개별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데이비드 카부아 마셜제도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부산 엑스포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저녁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태평양도서국 대표단 100여명을 초청해 만찬을 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우리는 문명의 젖줄인 바다를 통해 서로 연결된 이웃"이라며 "1960년대 이후 원양어업으로 연을 맺은 이래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교류해 왔으며 마침내 오늘 대화 수준을 최고위급으로 격상해 협력 기반을 완성하는 역사적 순간을 함께 맞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정상회의가 자유, 평화, 공동 번영을 향해 힘차게 출항한 날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푸른 태평양 대륙의 공동 번영을 위하여'라는 말로 건배를 제의했다.

만찬에는 11개 부처 장관과 서울·부산 시장,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 등 정관계 인사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만찬은 2시간 넘게 진행됐으며 경기민요·서도소리, 오마이걸의 케이팝 공연,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각국 정상 부부가 참여한 점등 퍼포먼스 등이 펼쳐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