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압박에 홍콩 제2야당 공민당 결국 해산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범민주 진영에 대한 당국이 압박이 강화한 가운데 홍콩 제2야당인 공민당이 해산했다.

27일 명보 등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공민당은 이날 특별 회원대회를 열어 정당 해산을 결의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참석자 31명 가운데 찬성 30표, 기권 1표로 자진 해산안을 통과시켰다.

공민당의 해산 결정은 창당 17년 만이다.

앨런 렁 공민당 주석은 "공민당은 홍콩 정치체제 논란의 폭발 시점에 창당돼 민주적 법치를 수호하고 홍콩의 권익을 지키고자 했다"며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걸어야 할 길을 걸었고, 민주파 정당의 종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공민당의 해산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마감 시한이었던 작년 12월 3일까지 차기 집행부를 뽑는 선거에 아무도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공민당은 임시 지도부를 꾸려 올해 정당 해산 수순을 밟겠다고 밝힌 바 있다.

렁 주석 등 개혁 성향 변호사들이 주축이 돼 2006년 3월 창당한 공민당은 2012년 입법회(의회) 선거에서 6석을 얻고, 범민주당파가 압승한 2019년 구의회 선거에서 32명을 당선시켜 제2 야당에 올랐다.

2019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제1야당인 민주당과 함께 시위에도 적극 참여했으나 이듬해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궁지에 몰렸다.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내세운 당국의 범민주 진영에 대한 대대적인 압박 속에 입법의원과 구의원들의 탈당과 의원직 박탈, 사임이 잇따라 모든 의석을 잃었다.

앨빈 융, 제레미 탐, 궉카키 등 3명의 전 공민당 입법회 의원은 국가 전복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렁 주석과 함께 공민당을 창당한 탄야 창은 대만으로 이주했다.

공민당은 민주당 등 다른 야당과 함께 국가보안법 제정 후 2021년 12월 치러진 입법회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았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반중 성향 신문 빈과일보가 자진 폐간하고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던 민간인권전선이 자진 해산하는 등 홍콩 민주 진영 단체들이 대부분 해산돼 궤멸 상태에 빠졌다.

홍콩 당국은 2021년 5월에는 출마 자격을 사전 심사해 '친중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선거제를 개편했다.

이어 지난 2일 직선 의원 수를 대폭 감축하는 구의회 선거 개편안도 발표됐다.

개편안은 2019년 선거 당시 497석 중 452석(94%)이었던 선출직을 88석으로 대폭 줄이는 대신 정부 임명직(179석), 친중 진영으로 구성된 3개 지역위원회의 선출직(176석), 지역 대표 당연직(27석)으로 배분하고 의장은 정부 관리가 맡도록 했다.

전체 구의회 의석 중 19%만 유권자가 선출할 수 있는 것으로, 민주 진영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2019년 반정부 시위 도중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392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던 홍콩의 선거 혁명 재연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