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서 출발한 요트원정대, 태평양 건너 80여일 만에 한국 땅 밟아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 기념…다음 달 4일 최종 목적지 인천 도착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을 기념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항에서부터 인천 제물포항까지 태평양 요트 횡단 여정을 떠난 원정대가 27일 오전 중간 기착지인 통영에 도착했다.

지난 3월 4일(현지 시각) LA항에서 처음 출발한 지 84일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이날 오전 7시께 경남 통영시 통영마리나리조트에 남진우(63) 미주한인요트클럽 회장과 유도열(69)씨가 '이그나텔라'호를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흰 수염이 잔뜩 난 얼굴에서는 그간의 힘든 여정을 말해주듯 피곤함이 묻어났지만 무사히 한국 땅을 밟았다는 안도감도 느껴졌다.

이들은 지난 3월 4일 LA항에서 박상희(54), 조셉 장(49) 등 총 4명의 대원으로 이번 여정을 시작했다.

1903년 1월 대한제국 시절 미국 상선 갤릭호를 타고 인천 제물포항을 출발한 한인 이민의 첫 시작도 이번과 같았다.

당시 이민 선조들은 인천과 통영, 사이판, 하와이 등을 거쳐 LA항에 도착했다.

이번 항해팀은 120년 전 이민 선조들이 지나온 항로를 그대로 거슬러 태평양을 횡단하는 중이다.

길이 37피트(11.2ｍ), 중량 3만2천파운드(1만4천514㎏) 재원의 요트 하나로 1만2천㎞가 넘는 거리를 횡단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았다.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급기야 이달 중순에는 연료 가스가 다 소진돼 음식을 해 먹을 수조차 없었다.

남 회장은 "어떤 날은 전기가 고장 나 냉장고 속 음식이 다 쉬었고 연료 가스도 떨어져 4일을 굶기도 했다"며 "한국에 오면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어 도착하자마자 콩나물국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기후도 중요한 변수였다.

다행히 큰 악천후나 해풍을 만나지는 않았지만 크고 작은 바람과 빗방울을 온몸으로 그대로 맞아야 했다.

항해 도중 사이판과 하와이에 잠시 들러 재정비하기도 했다.

박 대원과 조셉 대원은 비자 등 문제로 지난달 하와이에서 한국에 돌아왔고, 이날 통영에서 남 대원 등을 다시 만나 오는 29일 최종 목적지인 인천 제물포항으로 다 함께 향한다.

다음 달 4일 인천에 도착한 뒤 5일 인천 부영송도타워에서 열리는 재외동포청 개소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이번 횡단 여정은 마무리된다.

남 회장은 "120년 전 선조들이 지나간 곳을 되짚어 오며 자랑스러움과 뿌듯함도 느꼈다"며 "아직 여정이 남은 만큼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횡단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