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4대 암 중 하나인 자궁경부암 진단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자궁경부 세포 변형 유무를 확인해 암을 진단하는 세포검사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발병 근본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를 종류별로 검출해내는 HPV 검사법이 주목받고 있다.
자궁경부암 위험, 사전에 예측…세포검사 대신 HPV 검사법이 뜬다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발병 원인이 뚜렷한 편이다. 출산 경력이나 성생활 기간, 가족력에 따라 다를 순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HPV 바이러스가 장시간 몸속에 존재하면서 자궁경부세포를 변형시켜 발생한다. 학계에 따르면 HPV 바이러스 종류는 200개가 넘는다. 그중 고위험군은 HPV 16, HPV 18을 포함해 14개다.

기존 자궁경부암 진단은 이런 바이러스들이 변형시켜 놓은 세포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표적인 진단 방식이 자궁경부 세포검사와 자궁경부 확대촬영술이다. 자궁경부 세포검사는 의사가 자궁경부를 긁어 세포를 채취한 뒤 현미경으로 얼마나 모양이 변했는지 관찰하는 진단법이다. 확대촬영술은 말 그대로 자궁경부 사진을 찍어 영상전문의가 판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이미 세포 변형이 진행된 뒤에야 ‘이상신호’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암을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세포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오염될 수 있고, 자궁경부 사진이 혈액 등으로 인해 또렷하게 찍히지 않을 경우 판독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떠오르고 있는 진단법이 HPV 검사법이다. HPV 검사법은 HPV 바이러스 존재 자체를 식별하는 데 초점을 뒀다. HPV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세포를 변형시키기 전이라고 할지라도 미리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통적인 검사법보다 정확도도 높다. 사람 눈으로 세포가 변형됐나, 안 됐나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HPV 바이러스가 보유한 유전자(DNA) 자체를 분자진단으로 검출해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유럽생식기감염종양학회(EUROGIN) 2023’에 참석한 마르타 델 피노 바르셀로나 임상병원 종양부인과 부교수는 “고위험군 HPV는 그 유형에 따라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질암, 외음부암, 음경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HPV 검사법은 특정 유형의 바이러스를 검출해 그에 맞는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는 1차 선별법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분자진단은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DNA, RNA 등 분자 수준의 변화를 검출해내는 진단법을 뜻한다.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대표적이다. 분자진단을 하기 위해선 증폭장치 등의 장비가 필수적인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관련 장비가 세계 곳곳에 깔린 만큼 앞으로 HPV 검사를 위한 분자진단도 이전보다 용이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HPV 검사 상용화에 나선 국내 분자진단 기업으로는 씨젠이 있다. 이 회사의 HPV 진단 매출은 1분기 기준 지난해 47억원에서 올해 63억원으로 34%가량 증가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