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이 연초 대비 2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 아파트값이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상급지 시세가 뛰기 전에 갈아타려는 1주택자와 집을 내놓고 매수자를 기다리는 다주택자의 ‘관망성’ 매물이 쌓이고 있어서다. 당분간 매도자와 매수자 간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게 일선 중개업계의 관측이다.

급매 소진 후 거래 '뚝'…서울 아파트 매물 26% 늘어
26일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369개로, 지난 1월 말(5만1061개)보다 26% 증가했다. 작년 7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동산 급등기였던 2021년(평균 4만 개)보다 50% 넘게 늘어났다. 특히 시세 반등이 두드러진 송파구는 지난 17일 아파트 매물이 4707개로, 2020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락동 헬리오시티 매물은 1월 말 502개에서 이날 772개로 44.1%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까지 급매 소진 이후 거래가 다시 뜸해지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올 들어 나온 매물은 대부분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로 아파트 여러 채를 소유한 다주택자가 현금이 부족해 급하게 내놓은 매물이 많았다. 오는 6월 1일이 기준일인 종합부동산세 중과세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도 집을 앞다퉈 내놨다. 김제경 투미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신축 급매가 소진됐다”며 “급매가 드물고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는 게 매물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급매 소진 이후 문의만 이어질 뿐 거래는 뜸한 편이다. 성동구 행당동 A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전용면적 59㎡ 기준 호가를 연초 급매 물건 대비 1억원 가까이 높여 부르고 있다”며 “대부분 급하지 않은 1주택자나 다주택자가 올리는 물건”이라고 말했다. 행당 대림아파트 전용면적 59㎡는 지난 5일 8억9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연초보다 6000만원 반등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