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수교성명 재확인 요구한 듯…中대사 "대만 입장 다시 정리해 배려해달라"
'하나의 중국' 분명히 밝혀달란 中…고위급대화 재개 변수될 듯
중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1992년 한중 수교 때부터 양국관계 기초가 된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을 재차 명확히 밝혀 달라고 한국에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한미일 연쇄 정상외교 이후 중국과 추진하는 고위급 대화 재개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6일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2일 서울에서 열린 외교당국 국장급 협의 등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한국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국장급 협의에서 "중국의 핵심 관심사에 대해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소개했는데, 이런 요구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1992년 한중 수교 공동성명 당시 밝혔던 내용을 한국이 거듭 확인하기를 바란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으로 전해졌다.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하며,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1992년 한중 수교 공동성명 내용을 상기하며 "이것은 양국 수교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싱 대사는 "기초를 잘 튼튼히 다져서 해줬으면 아무 문제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해줬으면 대단히 고맙겠다"며 "그건 확인해 주시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사실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혀왔다.

외교부는 전날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도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에 기초해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도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대만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입장이 최근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윤석열 정부 들어 대만 해협에서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등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결국 대만 문제가 '내정'이라는 중국의 입장과 부딪힐 소지가 있다.

대만 해협을 둘러싼 국제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한중 간에도 불안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 입장 존중' 등 수교 성명에 있는 수준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해주기를 원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한중 외교장관 대면 회담, 한중 안보실장 채널 가동 등에 대한 의지를 밝힌 상태다.

국장급 회의에서 양국이 상호 관심사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것은 앞으로 이런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탐색전 성격도 있다.

이런 가운데 관계의 안전판 역할을 할 대만 관련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한중관계의 중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싱 대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화의 전제조건이 설정돼 있나'라는 질문에 전제조건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중국 관련된 입장, 특히 대만에 관련된 입장을 다시 정리해서 배려해 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한중관계를 재개할 만한 모멘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소한 한중관계를 이어 나가려는 의지가 있다는 방증으로 읽는 것도 가능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