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입법예고…9세 남아 사망사고 기준 2천여만원↑
전사·순직 군경 본인 외에 유족도 국가배상 청구 가능
한동훈 "병역 의무는 상 받아야지 벌 받을 일 아냐"
국가배상 계산서 빠졌던 군복무 기간 장래소득에 포함(종합)
군복무 전 남성이 국가에 책임있는 사고로 숨지거나 다쳤을 때 예상 군 복무 기간까지 포함해 여성과 같은 액수의 국가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전사·순직 군경 유족은 향후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과 별개로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4일 과천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런 내용의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안'을 7월4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 군 복무기간, 미래 취업 가능 기간에 산입
현재 병역 미필 남성에게 지급할 국가배상액을 계산할 때 군복무 기간은 제외됐다.

손실될 것으로 보는 장래의 소득(일실이익·逸失利益)을 계산할 때 군복무 기간은 취업 가능 기간에서 빠진다.

일용노임단가 등을 근거로 사고가 없었다면 일했을 기간에 얼마를 벌 수 있었는지 추정해 배상액을 정하는데, 남성의 경우 이 기간에서 군 복무 기간(현재 육군 기준 18개월)은 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같은 나이에 같은 사고로 숨지거나 다쳐도 병역 의무 전인 피해 남성은 여성보다 국가배상금이 적었다.

현재 같은 사고로 9세 남녀가 사망할 경우 여아의 일실수익은 5억1천334만원이지만, 18개월의 군 복무 기간이 제외되는 남아는 4억8천651만원으로 2천682만원 적다.

이에 국가배상법 시행령을 고쳐 남성 피해자의 군복무 기간을 취업 가능 기간에 '전부' 산입하겠다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건 상을 받아야 할 일이지 벌을 받아야 할 일은 아니지 않으냐"며 "이건 국가가 병역의무자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개정 시행령은 공포일부터 시행되며, 시행 당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국가배상 사건에도 적용된다.

다만 시행 전 확정된 판결에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국가배상 계산서 빠졌던 군복무 기간 장래소득에 포함(종합)
◇ 전사·순직 군경 유족, 국가배상소송 가능
법무부는 전사·순직한 군경의 유족이 국가에서 위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한다.

현행 국가배상법에 따르면 이중배상금지 원칙에 따라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등이 전사·순직으로 보상받으면 본인과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헌법은 손해를 입은 군경 본인에 대해서만 이중배상금지를 규정하지만 국가배상법은 유족도 이 대상에 포함한다.

이에 법무부는 국가배상법에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추가해 위자료 청구 근거를 만들었다.

이 규정은 시행일 당시 배상심의회 또는 법원에서 진행 중인 국가배상 사건에도 적용된다.

한 장관은 개정 배경으로 2015년 8월 입대해 복무 중 급성 백혈병 등으로 사망한 고(故) 홍정기 일병 사건을 들었다.

홍 일병 유족이 청구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지난 2월 정부가 유족에게 2천500만원을 지급하고 책임을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법무부는 이중배상금지 규정을 근거로 수용하지 않았다.

한 장관은 "현행 국가배상법상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워 화해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지만 유족의 청구를 금지한 것을 이제는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길을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장관이 직접 이중배상금지의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법무부는 홍 일병 사건에서 소송 진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