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노조 고용세습 조항 버티기에 대표까지 조사 받은 기아
최준영 기아 대표가 지난 22일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출석해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단체협약의 ‘채용 세습’ 조항 때문이다. 기아 단체협약 27조에는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른바 ‘고용세습’ 조항이다.

안양지청은 지난해 11월 기아 노사에 ‘(해당 조항이) 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후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 절차에 들어갔다. 시정명령에도 노사가 이 조항을 고치지 않으면 노조와 노조위원장, 기업과 기업 대표는 각각 최대 벌금 500만원을 부과받을 수 있다.

회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기아는 지난달 17일 대표이사 명의로 단체협약 체결 당사자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에게 ‘우선채용 관련 단체협약 개정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이 조항에 대한 개정을 요구했다. 지난달 19일에 이어 이달 22일에도 사내 홍보지를 통해 “기아를 향한 언론과 여론의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이 조항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아는 2014년부터 노조에 고용세습 조항 개정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노조는 미온적이다. 회사 측의 개정 요구에도 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않다.

문제는 노조가 단체협약 개정에 합의하지 않으면 회사는 물론 회사 대표도 꼼짝없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기아 노조가 고용세습 조항을 바꿀 유인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아 노조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기아자동차지부 형태다. 통상 기아 노조가 단체협상을 체결하고 금속노조는 이를 추인하는 정도다. 하지만 현행법상 처벌 대상은 원칙적으로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조와 금속노조 위원장이다. 단체교섭 체결을 주도하고 정부의 시정명령에도 응하지 않는 기아 노조가 아니라 산별노조가 처벌받는 구조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단협 개정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교섭권이 기아차지부장에게 위임된 것이 확실하면 기아차 지부장도 추가 입건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고용부는 최근 공공부문 단체협약 점검에 나서는 등 위법·부당한 단협에 대한 추가 단속을 예고했다. 하지만 기아 단체협약에서 드러난 것처럼 ‘법을 위반하는 사람 따로, 책임지는 사람 따로’면 문제를 고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