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광산’ AI 슈퍼컴퓨팅용 GPU 클러스터로 바뀌나
엔비디아 A100 사진=엔비디아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했던 GPU를 인공지능(AI) 컴퓨팅으로 전환하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요금 등 각종 비용부담은 크고 가격은 내려간 암호화폐보다 고성능컴퓨팅(HPC)이 보다 나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헛 8 마이닝(Hut 8 Mining)’이라는 채굴 전문업체가 지난해 HPC 사업을 신설, 1690만달러(약 2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는 이 회사 전체 매출의 11% 수준이다.

또 다른 채굴 전문업체 하이브 블록체인도 지난해 100만달러(약 13억2000만원)의 HPC 수익을 올렸다. 2021년 엔비디아로부터 6600만달러(약 865억원) 상당의 GPU를 구입한 이 회사는 이 부문 매출을 2024년 10배, 2025년에 20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물론 암호화폐 채굴업체들이 쉽게 고성능컴퓨팅으로 사업 전환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이미 레버톤 헛 8 CEO는 “코인 채굴과 AI를 위한 HPC는 가동과 냉각 시간 등 운영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사업 전환을 위해선 추가 하드웨어와 상당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굴자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트프로 컨설팅에 따르면 기존 암호화폐 작업에 투입된 GPU 중 5~15%만이 AI 및 컴퓨터 비전 등으로 용도 변경을 할 수 있다.

최근 생성AI 열풍으로 GPU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테크업계에선 이 같은 현상을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로 영국의 스타트업 XYZ AI는 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해 200개의 GPU가 필요하자, 헛 8과 계약을 맺었다.

현재 엔비디아가 사실상 GPU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가운데 물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빅테크들도 GPU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메타 등은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